영화읽기

무엇이 당신을 꿈꾸게 하나요?

eunbee~ 2017. 9. 2. 19:08

Bonjour Anne, Paris Can Wait

감독, 각본 : 엘리노어 코폴라

 

STILLCUT

이 영화에 넘넘 잘 어울리는 다이안 레인, 우아함, 자연스러움, 품위있는...

 

 

파리,

젖어들어 본 사람은 몸살나게 그립고

동경하는 사람은 죽기전에 가고픈 버킷리스트의 첫번째 자리에 적어둔 지명.

나는 그간의 내 무릎이 가져온 우울에서 해방되기 위한 힐링방편으로 '파리로 가는 길'을 함께 달리기로 했다.

내게 행복 충만하고도 남음이 있는 기분 좋은 영화, 프랑스 사람의 특징적인 성향을 가감없이 보여준 영화,

우리 큰사위에게서 발견되는 순간순간의 그 로맨틱한 정서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80넘은 엘레노어가 썼구나.

안느를 파리까지 동행해 주면서 벌이는 자크의 섬세하고도 로맨틱한 매너는 우리 큰사위 똑 닮았다. 바람끼는 빼고.ㅋ

 

큰사위 앞에서 우리는 안느가 되면 된다.

내가 저녁식사 테이블에 앉아 표정을 잠시 일그러뜨리면 곧바로 눈치채고 "엄마, 머리 아프세요?"

아, 나는 그순간 편두통이 와서.. 애들에겐 말을 안하고...

아마도 내 얼굴이 순간 잠시 찡그려졌었나 보다. 자크처럼 약을 사온다.

 

너덜거리는 자동차가 퍼지면 어떠랴.

자리펴고 앉아 치즈곁들여 와인 마시며 주위 풍경 감상하며 궁리하면 되지.

이길을 놓치면 저길로 가면 되고, 쌀독에 거미줄쳐도 고급스런 선물은 꼭 챙기는 프랑스 마인드.ㅋ

내 평생 큰사위에게서 받은 꽃선물이 최고. 항상 최고의 꽃다발. 최고급의 선물들..

 

"왜 프랑스의 꽃은 미국꽃보다 향기가 좋을까요?"

"프랑스니까"ㅎㅎㅎ 앤과 자크의 대화다.

 

품위있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메뉴들...

양고기, 우유먹여 키운 송아지고기, 민어나 대구요리, 송로버섯 요리, 큰딸은 먹지 못하는 염소치즈,

샤토 뇌프 뒤 파프, 에르미타쥬(와인), 엉뜨레로 나오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퓌레...

메뉴판을 들고 망설이는 내 모습이 떠올라 나는 자꾸만 웃는다.ㅎㅎ

 

음식은 영혼을 달래준다는 그들, 큰사위는 요리중에 향신료 하나가 빠져도 그것을 구하기 위해

대형마트로 달려나간다. 생략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의 입맛은 그렇게 완벽해야 하니까.ㅋ 그것이 프랑스사람이다.

 

작은딸 친구 다비드는 건축설계사로 제법 돈을 모은 사람인데, 한번 여행을 떠나면 반년씩 걸린단다.

배를 타고 세상을 돌다가 오기도... 큰사위 친구중 한사람은 주말마다 음식여행을 떠나는 것이 중요한 취미거리.

 

"어린 시절, 8월 어느 오후, 햇볕을 잔뜩 머금은 토마토를 따다가 오일과 후추와 바다소금을 뿌려

엄마는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함께 먹던 날들이 최고로 행복했어요." 자크의 행복한 추억 이야기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멋진 곳에서 소문난 요리를 먹고, 순간순간 만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내것으로 만들며

파리로 가는 그들의 여정은 우리가 살아야하는 삶의 태도의 교본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한 것을 대신해주는 이영화가 어찌 행복한 영화가 아니랴. 내게는 그러했다.

 

그러나 마담 코폴라께서는 즐겁고 가볍기만한 듯한 이야기에 드라마를 하나씩 끼워 넣는다.

앤의 39일동안만 살다간 첫아들 이야기, 성모자상 앞에서 눈물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까닭도 들려주기 전에

따라 울고 있었다.ㅋ 타인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순간 이미 내눈에도 눈물이 그렁거리는 얄궂은 내 성정.ㅉㅉ

그리고 자살한 형의 아들 조카를 돌보며 사는 자크, 누구나의 삶 속에도 남모르는 애환은 깃들어 있게 마련,

그런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관객을 잠시 '인생은 그런거야'라는 한숨섞인 쉼표를 찍게 만든다.

 

 

STILLCUT

 

이 남자, 자크

남자의 행복은 늘 식탁에서 일어났다지.ㅎㅎㅎ

그렇구말구, 그대 이름은 Français ! ^^

 

"무엇이 당신을 꿈꾸게 하나요?" 자크는 묻는다.

앤은 뭐라고 답했을까? 생각이 나질 않네. 이런이런~

아마도 답을 하지 않았을지도.

 

바구니의 저 다양한 치즈들, 얼마나 그리운지.ㅠㅠ

나도 저 테이블에 앉아 저들과 함께 냠냠~

(영화 보는 내내 나는 그렇게 즐겼다.ㅎ 우리가 가본 길, 우리가 먹던 음식, 우리가 해본 일들이니 낯섦없이.)

 

낭만 가득한 여행은 마침내 파리에 도착하게 된다.

이틀밤을 지나고 새벽 3시에...

자동차 가득 실렸던 꽃을 안고 문을 두드리는 자크,

드디어 마음젖어든 입맞춤을 받을 수 있었지.ㅋㅋ

 

그리고 헤어지는 그들, 

자크가 인사한다. " Bonjour Anne"

매우 의미심장한 '안녕? 앤느~'

나는 이 대목에서 '슬픔이여 안녕'에서의 Bonjour 를 떠올렸다.

 

앞날을 꿈꾸는 '시드르 곁들인 걀레뜨 드 브르통'을 맛보자던 그 일방적인 약속을 의미하는 걸까?

암튼 그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맺어준 마담 코폴라가 참 마음에 든다.ㅎㅎㅎ

 

Paris Can Wait

'우리가 보고 먹고 즐기고 간다해도 파리는 그곳에 있지요.'

 

Bonjour Anne

'안녕? 앤느?'

 

이제 방금 만나 나누는 인사,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재미 없어져.ㅠㅠ 새벽 3시에 나누는 인사니까,라고 해두자.ㅎ

 

참으로 행복한 영화, 나를 꿈꾸게 하는...

 

 

내겐 이 영화가 새털같이 포근하고 어여쁜 꿈을 꾸고, 맛볼 수 있게 하였다우.

나를 꿈꾸게 하는 것은 그 때 그 때 달라요.^^*

 

 

 

PS

내 힐링영화보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영화는 라인댄스를 함께 하던 몇몇 라인댄스 멤버들에게 내가 쏜 '한 턱'이었다.

무릎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니,

권정하가 빠진 라인댄스는 앙꼬없는 찐빵이라며, 罰酒를 내라해서...

대부분의 인근 cgv에서는 이미 내렸고, 오리cgv에서 하루에 두번 우리같이 늦은 관객을 위해 상영. 고마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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