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Night Boats

eunbee~ 2017. 8. 25. 06:23

 

아주 아주 오래전, 그들이 틴에이져이던 시절,

사흘간을 뜨겁게 사랑하고... 아쉬웁게 헤어졌지.

이제 그들은 칠십 노인, 병들고 또는 무일푼되어 요양원으로 오게 되었다네.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 다시 사랑은 이어져,

그들의 첫사랑은 마침내 마지막 사랑으로 피어 오른다.

 

여인은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남자는 여인을 회유하여 그옛날 그러했듯 멀리 바다로 떠나려 한다.

 

<하얀 비둘기가 나대신 당신을 맞게 해줘요.

내 모든 슬픔과 고통과 열렬한 입맞춤을 전해 줘요.

내 배는 밤에 항해 한다오.

폭풍우 치는 바다를 가로질러 간다오.>

달콤하게 울려퍼지는 '라파로마'에 맞추어 춤 추는 은빛 연인들.

 

"우리는 바다로 떠납시다."

 

보름밤,

달빛은 아름답고

요양원에서 도망친 연인들은 젊은 한 때 그러했듯이 배를 타고 멀리멀리 떠나고파

바다로 향한다. 남자는 깊은 병이 있어 병원으로 시급히 가야하는 처지,

여자는 아들 사업자금 때문에 집도 팔아버린 무일푼.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뜨거운 사랑을 호흡하고 꿈꾸는 건강한 부자.ㅎ

 

젊은 그 날 처럼 남자는 여전히 연인과 함께 이딸리아로 가서 멋진 여행을 하는 것이 꿈.

술병마개로 만든 웨딩링을 연인의 손가락에 끼워주는 낭만성 허세?ㅋ

"보름달이 뜬 날 이 반지를 끼고 자기를 꼬집어 보면 이반지가 진짜 금으로 바뀌어있을 거요."

보름달 아래서 소원을 빌며 자기를 꼬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지? ㅎ

 

"나는 당신의 첫사랑, 당신은 나의 마지막 사랑."

 

그러나 늙고 병든 세월은,

아직도 뜨겁고 간절한 그들의 사랑을 지켜낼만큼 튼튼하지 못했다.

 

 

 

 

 

Nocni Brodovi

크로아티아 (2012)

감독 : Igor Mirkovic

주연 여배우 Ana Karic, 나폴리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 수상.

 

 

'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밤 난 내 자신에게 만일 다른 선택을 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하고 묻는다. 과연 그것이 더 나았을까?

하지만 아무 소용없다.

인생은 끝이 났으니.

아무 상관 없다.

......

나의 영혼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것이 이 우주에서 있었던 마지막 날들이다.

아주 아주 멋졌다.

우주가 존재했던 그 며칠 말이다.'

 

'내가 이 지구에서 살았던 2만 9천일 동안

나는 눈을 감은 적이 없다.'

 

 

크로아티아 언어로 된, 그 나라의 영화는 처음 만난 것 같다.

 

 

그리고

그제 본 EIDF 2017 <아흔 살 소녀 블랑슈>

휠체어로 가득한 노인요양병원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아름답고

늙든 젊든, 인간내면에 깃든 본성을 더듬을 수 있는...

늙음이 가져오는 서글픈 시간과 그들을 돕는 아름다운 젊은이의 노력을 엿보았던 영상.

 

지팡이에 의지하고서도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아흔 살 여인과

2인무를 함께 추는 베트남계 프랑스인 청년, (요양병원의 많은 노인환자들과 춤추는)

그는 그리도 늙고 병든 몸과 영혼 속에 잠겨있는 본성을 일깨워 그들의 심신을 경이롭게 만든다.

남자 무용수의 그 치유법?이 매우 훌륭한 방법, 많은 요양원에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

올해로 열네 번째 맞는 이비에스 국제 다큐 페스티벌도 연년이 그러하듯, 기대하며 감상하고 있다.

 

Merci beaucoup! EI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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