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L'AVENIR

eunbee~ 2017. 12. 9. 17:51

다가오는 것들

< L'AVENIR(미래), Things to come. 2016 >

 

 

론알프지방에 사는 제자를 찾아간 나탈리

 

 

여인이 중년으로 접어들어 평온했던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온다면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요. 더구나 25년을 함께 살던 남편에게 새 애인이 생기고,

자기를 의지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뜨는, 그러한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을 때 말이죠.

 

어린애처럼 매일 투정부리던 엄마에게도, 데모를 하는 학생들 앞에서도, 바람난 남편에게도

나탈리(이자벨 위페르) 그녀는 냉정하리만치 차분하고 친절하며, 흔들림없는 자기 일상을 지속해갑니다.

 

새 애인이 생겼다고 고백하는 남편에게

"그것을 왜 내게 말해?"

"그냥 묻어둘 수는 없었어?" 

"평생 나만 사랑할 줄 알았어." 라고

자못 담담하게 말하는 나탈리.

 

요양병원으로 보내어졌던 엄마는 세상을 떠났지요. 그리고 또 남편과는 이혼을 합니다.

모든 것을 차분히 받아들이고 정리합니다. 다가오는 것들 앞에 당황하거나 분노하지 않아요

 

"애들은 품을 떠났고

남편은 가고, 엄마는 죽고,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온전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괜찮아, 삶이 끝난 것도 아니고..

나는 지적으로 충만한 생활을 하잖아."

 

론-알프지방의 산골마을에 사는 제자에게 독백처럼 건네는 말이지요.

정말 진심에서 하는 말일까요?

 

다가오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긍하며

자기자신을 잃지않는 차분한 냉정함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일상은 겉보기에 너무도 자연스럽지요.

삶에서 이런 것쯤이야 뭔 대수냐 하는 듯 아주 쉬운 일 처럼...

그러나 그녀도 혼자 울 때가 있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수의 철학자나 작가들의 이름과, 자주 거론되는 책들과,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지적대화와,

철학 수업시간의 질문들과 토론 내용들.. 

무언가 충만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가득하여

지적포만감에 잠기기도 하고 그책들을 읽고 싶은 욕심도 일지요.ㅎ

부부가 헤어질 때도 서로의 책을 챙기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읽는 추도사마져 <팡세>의 한페이지랍니다.

 

삶에서 가장 커다란 일들을 겪어내면서도 변함없는 듯 일상을 이어가는 나탈리는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학생들과 철학수업을 합니다. 창밖에는 계절이 흐르고...

텍스트는 루소의 어떤 작품인가 봅니다.

(검색해 보니 <신 엘로이즈> 인 듯. 더보기로 간단히!! 보태둡니당^^)

더보기

La Nouvelle Héloïse
신(新) 엘로이즈

프랑스어로는 누벨 엘로이즈라고 한다.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유명한 장 자크 루소가 1761년에 소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를 원용해 지은 첫 소설. 서간체 연애소설이다.
당대에 소설은 천박한 문학으로 분류되었으므로, 루소는 이 소설을 쓸 때 자신은 순전히 편지를 편집한 편집자이며, 이야기들은 모두 실화라고 밝혀두었다. 루소의 신 엘로이즈는 당대 귀족층 부인은 물론이고, 하층에까지 널리 읽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후대의 소설들에 끼친 영향도 지대하다.

 

아름다운 귀족의 딸 쥘리 데탕주(Julie d’Étange)와 평민인 청년 생 프뢰(Saint-Preux)는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데, 부모의 반대로 쥘리는 울며 불며 생 프뢰를 단념, 볼마르(M. de Wolmar)라는 지주와 결혼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볼마르는 관대하게도 아내의 옛날 애인 생 프뢰를 가정교사로 집에 불러 들인다. 쥘리와 생 프뢰는 서로 불륜을 범하지 않으려고 정말 괴로운 이성의 싸움을 계속한다. 마침내 죽음을 맞게 된 쥘리는 생 프뢰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천국에서 맺어질 것을 기도하며 신의 부름을 받는다. 링크

 

< 원한다면 우리는 행복없이 지낼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을 기대한다.

만일 행복이 안 온다면 희망은 지속되며 환영의 매력은 그것을 준 열정만큼 지속된다.

그 근심에서 나온 일종의 쾌락은 현실을 보완하고 더 낫게 만들기도 한다.

원할 게 없는 자에게 화 있으라.

원하던 것을 얻고 나면 덜 기쁜 법, 행복해지기 전까지만 행복할 뿐 >

 

"쥘리는 지난 열정을 회상하며 생 프뢰와 못 이룬 열정을 그와 함께할 행복을 희망하다가

꿈을 현실로 대체함으로서 만족할 수 있었으니까. 이 상태는 그 자체로서 충족되며

상상력의 힘이란 건 그런 거지. 상상력은 순전히 정신적인 쾌락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상쇄하는데, 일면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어.

쥘리의 경우나 루소 자신같은 경우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이들에게는 그러한 가상적 만족이

진정한 위안을 주고 그 위안은 관능적 쾌락을 보충하고 대체하는 거야."

 

나탈리의 수업 장면이지요.

이 텍스트를 택하여 수업하는 건 나탈리의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것은 아닐런지요.

 

 

내게 이영화가 정깊게 다가오는 나만의 특별한 요소는

내가 좋아하는 파리 외곽의 공원 비트쇼몽 언덕에서의 철학 수업,

판도라라는 고양이의 목소리(까비랑 똑 같아요) 그리고 고양이의 검은 눈망울,

브르따뉴 생말로 부근의 바닷가 풍경, 샤토브리앙의 무덤이 있는 바닷가,

론-알프지방의 평화로운 산골 풍경들이... 눈에 맘에 어린다는 거예요.

(눈에 익고 마음에 담겨있는 그리운 풍경들.)

 

 

이자벨 위페르의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는 깔끔한 영화,

지적이고 철학적인 문장과 대사들이 넘치는 영화,

성숙한 방어 기제 무언가를 알 수 있게하는 영화,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고 '다가오는 것들'을 보다 의연하고 

자존심있게 대처하고 반응하는 성숙된 아름다움이 담긴 영화,

 

이 영화는

감독 미아 한센-로브의 자전적 이야기가 섞인 영화라지요.

.

.

 

오랜만에 컴 앞에 앉아 키보드의 경쾌한 소리를 즐기며

중언부언 늘어놓아 보았답니다.

자판 자리 까먹었을까??? 궁금했는데, 몸으로 익힌 것은 쉬이 잊혀지지 않네요.ㅋ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샤 튜더  (0) 2018.09.20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0) 2018.02.22
무엇이 당신을 꿈꾸게 하나요?  (0) 2017.09.02
Night Boats  (0) 2017.08.25
Dunkirk  (0) 2017.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