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단비.. 꽃비..

eunbee~ 2017. 4. 18. 00:46

 

 

 

 

부활절 아침 비가 후둑인다.

오랜만의 단비가 반가워

잠시 숲 속을 거닐었다.

아, 이 냄새들...

술빚는 누룩냄새, 알싸한 더덕냄새.

지난해에도 저지난해에도 똑같던 숲내음

아무것도 변한 것 없어 정답기도...

서럽기도...

 

비 젖은 바람이 제법 차다.

꽃비 흩날리는 벤치로 돌아와

수북히 쌓인 낙화를 보며

잊고싶은 그리움을 그리워한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구나.

 

 

 

***

 

 

 

< 선운사에서 >

 

- 최영미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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