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Les Madames Mandon de la rue des filmins

eunbee~ 2016. 4. 29. 22:57

 

내가 살고 있는

필맹 거리 작은 아파트는

할머니들의 느린 발자욱 소리로 하루를 연다.

이른 아침부터 부시럭거리고, 정원을 오가며,

일상을 시작하는 주민은 할머니들이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오던 날,

바로 윗층 마담 멍동은 방금 구웠을 팬케잌을 한 접시

들고 내려 오셔서 인사를 하셨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를 내는 사람이

당신이라며, 시끄러운 윗층을 만나게 된 것을

미안하게 여긴다고 첫인사를 남기셨다.

 

마담 멍동은 용병으로 참전 했던 남편이

노환으로 가신 후 혼자 사신다.

그 바로 윗층에는 마담 멍동보다 더 노약한 두 자매 할머니,

그 옆집에는 정원을 손질하고 분리수거함 정리를 도우시는

Jardinier 역할의 할머니,

모두들 거동이 다소 불편해도 거들고 나누려는 손길을

극구 사양하신다. 어찌나 부지런한지 아침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숨차하면서도 두 손 가득 장을 봐 오신다.

 

아침에 빵집에 가면

이미 그곳에 나와 쁘띠데저네를 즐기는 노부부 틈에 섞인 노부인들,

의연하게 혼자의 여생을 보내는 할머니의 표정과 몸짓에서 번져오는

묵직하고 그윽한, 세월 얹힌 품위와 향기,에 나는 가슴벅차다.

 

그녀들을 싱그러움에 젖게 하던 그 많던 그녀들의 싱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저토록 일상이 가지런한 그녀들은

사라져간 세월들을 연연해 하지 않는 걸까?

 

자존심있는 그녀들의 언행,

그래서 삶과 세월의 이끼나 때를 읽을 수 없게 하는 의지들,

혼자라는 외로움이나 나약함을 내비치지 않는 의연함,

불편해진 노구에도 담담하고 당연하게 담아내고 있는

엄숙한 자기 앞의 일상...

 

아름다웁다.

아름다움이란 말이 가장 합당하게 어울리는 필맹거리의 노부인들.

나는 이 거리의 마담 멍동들에게서

나의 내일들을

그리고... 쓰고...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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