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유산

eunbee~ 2016. 9. 3. 19:00

개울건너, 내 아파트 옆 산자락에서

책을 읽는 동안, 등 뒤에선 노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귓전에 머무르기도 스쳐지나가기도...

그 중 두 분의 노신사들의 이야기가 읽고 있는 책보다 더 심오하고 유익하니

책을 덮고 가만히 숲을 내려다 보며 그분들의 이야기에 잠깐 귀기우렸다.

 

80 나이에 허리가 약간 불편한 것 외엔 성인병 한 가지도 없으시다는 분,

그분 형님은 심장병으로 어느날 자는 듯 고요롭고 평온하게 숨을 거두셨단다.

당신께서도 형님처럼 그렇게 심장병으로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이승 하직하고 싶단다.

그래서 심장에 대한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도 뿌리치고 그냥 오늘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사신단다.

뒤돌아보지 않았으니 그분들의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알 수 없으나 참으로 잘 사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게 갑자기 스치는 그 어떤 생각.

내 엄마, 병원에서의 질긴 연명을 마다하시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시던, 엄마의 죽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죽음을 앞 두고 보여 주셨던 의연함과 현명하심, 아름다운 모습. 그것은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진 유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그렇다.

물질적이고 여타 다른 정신적인 유산도 소중한 유산이겠지만

내게는 내엄마의 그러한 아름다운 죽음(죽음에 대한 태도와 아름다운 생의 마지막날)이 가장 큰 유산이구나, 감탄했다.

내가 죽는 날까지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평생보장을 해주신 것도 더없이 고마운 유산이지만

그렇게 또렷한 의식으로 자연스럽고 깔끔한 생의 마지막날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추억하게 해주신 것은 물질적인 유산보다 몇백배 귀한 유산이라는 생각을, 오늘에사 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으려나?

그렇게 하고 싶다.

 

세월을 잘 사신 듯한 노신사들의 이야기는 유명작가의 작품 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등 뒤로 들려 오는 이야기도 귀기우려 듣고 볼 일이네.ㅎ

 

 

가을이면 보내주시던... 형부의 고향사과가 그리운 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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