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여름, 8월 무더위는
우리의 인내심을 이렇게 넉다운시켜버렸었다.
징글징글하게도 달라붙어 정신마져 몽롱케하던 폭염,
매미소리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차라리 더위에 시달릴 적엔 이렇게 쓸쓸한 거 몰랐는데.
몸 편해지니 마음은 더 고단하다.
에혀~ 사는 건 만만찮아.
수업이 있거나 없거나
보냉도시락가방에 물병 넣고, 과일이나 빵도 넣고
도서관으로 문화아카데미 독서방으로...
그림 친구랑, 더위 핑계삼으며.
그러다보니 불덩이 여름이 다 가버렸네.
책 읽다가 커피 마시러 나와서
창 밖 풍경 폰카로 찍어 아들에게 전송하면
"와우~ 맨하튼의 마천루들이 내려다 보이는군" 하며 응원해 주던 아들.
지나고 보니
그 또한 그리워지려 하네.
***
내 인생은 순간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어느 순간은 노다지처럼 귀하고 어느 벽돌은 없는 것으로 하고 싶고
잊어버리고도 싶지만 엄연히 내 인생의 한 순간이다.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반짝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작가 후기'에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어제 서점에서 읽은 책.
장편掌篇소설(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葉片소설)이
스무 편 넘게 실려있는, 정말정말 매우매우 성*석*제*다*운 소설집.
키득키득.. 웃긴다.
***
오늘, 난 아프다.
자고 일어나니 목이 아파 침삼킴도 불편하더니
왼종일 몸살같은 것이.. 끙끙...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에 대한
이야기 들으러가야 했는데, 갈 수 없다고 그림 친구에게 톡 보냈다.
은희경 작가 만나고 싶었는데..
그래, 몸이라도 아파 이 쓸쓸히 부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농도 묽히자.
잘 가거라. 불덩이로 이글대던 8월아,
잊지 못할 여름.ㅎ
내일은 은비 대학 개학 하는 날.
즐거웁거라. 환희롭거라
새 인연을 부디 좋은 인연으로 만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