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마치 다른나라에 와있는 듯한 느낌의 어제 오늘 날씨.
오늘 새벽 하늘은 가을 내음 가득하였다.
늦도록
아들 사위 며느리 다 모여서
술파티 하느라 늦잠에 든 사위는 이 시각도 쿨~쿨~
다섯 시 오십오 분의 공항행 리무진을 타야 하건만.
사위 일분이라도 더 자라고, 엄마 혼자 사위 가방 야무지게 꾸려놓고
정류장으로 나가기 20분 전에 깨웠다.
앞 서 걷는 사위 어깨너머로 내 딸과 내 손녀의 얼굴이 보인다.
자식들의 뒷모습을 보는 에미의 마음은 늘 쓸쓸하고 애잔하다.
비록 장모라는 이름의 엄마일지라도.
이렇게
또 갔다.
현관에 놓여져
며칠 동안 내 마음 흐믓하던 든든한 남자의 커다란 신발이
배웅하고 돌아와 보니, 이젠 없구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부디 건강들 하거라.
고향, 타향, 고국, 타국이
그 세월 되었으니 무에 다르겠냐만.
새벽 하늘도 판타스틱이더니
지금 오후 일곱 시 해거름의 하늘도 온통 붉은 노을로 가득찼다.
온 세상이 붉다.
이 서늘한 가을바람은 뭐래~
아무래도...(갸우뚱^^)
다른나라 어느 섬 가을 속으로 들어 와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의심스러워진다.
온종일...
비오는 소리인가? 창밖을 내어다 보면,
솨~ , 바람에 뒤척이며 흐느끼는 나뭇잎 소리.
벌써, 이래서 되는 걸까?
엊그제
문화센터 회원들에게 실비 제공된 작은 연주회
20여 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는 웅산의 재즈연주를 자주 감상하던...
더러는 노사연 씨도 왔었지.
오늘 티비프로 판타스틱 듀오에서 지난주에 이은 노사연씨가 아마츄어 파트너와
함께 한 듀엣 '돌고 돌아 가는 길'은
사위를 떠나 보낸 내 마음을 울컥하게도... 또한 위로해 주기도...
***
돌고 돌아 가는 길.
우리네 삶의 여정이런가.
아름다운 세상 한귀퉁이 작은 배 하나 띄워 두고
돛대도 삿대도 없이 그저 흘러가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