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젤리주, 무어인의 타일 장식 문양

eunbee~ 2016. 2. 12. 12:08

 

모로코음식 따진을 담는 그릇에 새겨진 문양

(따진Tagine-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일종의 스튜닮은 찜요리. 파리가족 모두 환호하는 음식)

 

 

북아프리카 무어인의 타일 장식 문양 젤리주Zellige

모로코의 페스, 카사블랑카, 라바트 등지를 여행하면서 큰딸과 내가 감탄하고

또 감탄해 마지않던, 정교하고 화려한 기하학적 문양이에요.

모로코는 물론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정교하여 화려한 젤리주(Zellige-아랍어 '작고 윤기나는 돌')는 모로코 주요 도시 곳곳의 사원,

궁전, 관공서, 개인주택 등 여러 건물들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어, 아랍문양으로 내 뇌리에 새겨져 있지요.

 

이번 큰딸의 내집 방문을 계기로 그애가 좋아하는(매우 좋아하는) 아랍 타일 장식 문양으로

디자인된 접시 몇개를 장만했어요. 큰딸을 위한 엄마의 특별한 살림장만 도자기그릇셋트였지요.

모녀가 함께 여행했던 모로코 몇몇 도시와 안달루시아 지방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엄마는 딸애가 특별히 좋아하는 문양이 새겨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놓는 즐거움도 누렸답니다.ㅎ

 

젤리주는 스페인 남부 지역의 무어인 영토에서 번성했던 타일 장식 예술로,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

세비아의 알카사르 궁전, 안달루시아 지방의 왕궁에서 그 극치를 볼 수 있습니다.

무어인이 스페인에서 점점 밀려나면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모로코로 전해지게 되었으며

이 장식예술의 중심지가 모로코의 중심도시 페스Fez로 옮겨오게 되었다네

13세기 당시 젤리주 공예는 페스에서 발전을 거듭하여, 17세기 말 술탄 물라이 이스마일은 메크네스Meknes로

천도를 결정하고 메크네스를 젤리주 공예의 중심지로 바꾸어 놓게 되었다죠.(지금의 모로코 수도는 라바트)

 

초기 젤리주 문양은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의 정령을 상징하는 흰색, 검은색, 갈색으로 색상이 제한되었으나

14세기부터 4가지 원소를 나타내는 네 가지 색상(붉은 색-불, 짙은 황색-공기, 푸른색-흙, 초록-물)이 추가되어

다채로워졌습니다. 젤리주 문양은 장식적 효과만이 아니라 우주만물의 법칙을 상징화하여 문양자체에 심오한

영적 의미가 담겨있으며, 명상과 황홀경적 사유를 표현해 法悅感을 불러일으킨답니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궁에 가보면 이 느낌(법열감)을 조금은 감지할 수 있지요. 가슴 밑바닥에서 날아오르는 환희로움을.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유약의 유입으로 색채가 더욱 화려해졌답니다.

하산 2세는 젤리주 발전에 공을 들였고, 카사블랑카에 건축된 '하산2세 모스크'는 젤리주 타일 장식 건축물의

백미를 보임으로 젤리주의 절정을 이루어 두었다지요.

새벽 안개속에서 하산2세모스크를 고개 꺾어 우러러보던 기억도 나네요.

 

내 식탁 위의 그릇들을 보며, 그라나다를 세비아를 톨레도를 카사블랑카를 라바트를 페스를...

대륙의 끝, 포르투갈의 땅끝마을 까보다 로카에서 바라보던, 대서양 바람속에 흔들리던 어여쁜 섣달 초사흘달을...

그날 그 여행의 큰딸과 나를 추억해봅니다.

 

 

 

 

 

 

 

모로코의 가장 큰 하산2세모스크모로코 하산2세 모스크 (Hassan II Mosque, Casablanca, Morocco)~~~

카사블랑카, 하산2세 모스크

 

 

 

얘가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모로코 페스 어느 어둑하고 복잡한 골목길,

엄마는 銅에 젤리주 장식 문양을 새긴 그릇 세 개를 사고

상점 구석 한켠 땅바닥에 놓여진 '저 애'를 집어 들었지요.

"아가, 이 고양이 어때? 엄마가 고양이 콜렉션 하잖아"

"응~ 사고 싶으면 사"

 

집에 왔습니다.

아들이 엄마집엘 온 날,

"아들, 이 고양이 어때? 페스에서 데려 온거야"

"??? 엄마, 이 게 고양이라구? 원숭이잖아~"

"엥??? 오모나~ 그럿네."

 

어리버리 엄마와 딸, 저 애를 고양이로 보다니...

우리 그래요. 어리벙벙 모녀.

벙벙이라해도, 너무 심했죠?

 

집 잘 찾아 들어오는 것이 신통방통.ㅠㅠ

 

 

 

(저 애, 굉장히 무거운 돌덩이에요. 웬 돌이 그리도 무거운지..

요즘 신발장 옆에서 현관지키고 있어요.ㅎ.

고양이들은 모두 장식장 안에 우아하게 앉아있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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