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때
절마당에 들어서면 뜨락 구석진 곳이나 돌계단 아래
봉실봉실 소담스레 피어있던 불두화,
우리네는 그냥 수국이라고 불러주던, 복스런 여인 닮은 꽃.
부처님 오신날을 앞 둔 오늘, 자꾸만 떠오른다.
동우님이 언급하신^^ '남다른 사랑넘치는 젊은 가슴들' 중 한 사람인
그녀에게서 오늘 새벽잠 머리맡으로 카카오톡이 날아든 때문이리라.
"부처님 오신날 축하 꽃 사러 나와, 등나무 아래 앉아 잠시 책보고 있으려니
바람이 살랑살랑 좋으네요.
관세음보살~."
우린 '등나무 아래에서의 추억'도 함께 간직한 사이.ㅎ
해마다 등나무꽃이 필 때면, 그녀의 아파트단지 등나무꽃 아래에 앉자던
우리의 약속도 있었지.
"부처님의 가피가 파리까지 무한히 널리 퍼지길.
관세음보살~"
그녀의 기도가 내 곁으로 와닿은 아침,
간밤 잠 못 이루며 뒤척이던 상념자락들은
여태까지도 접힐 줄 모르고.
괜시리 마음은 뒤숭숭~. 마하반야바라밀!
오늘 다시
전에 읽은 시인의 시집을 펼쳐든다.
삶이 버겁고 슬프던 그 어느 봄날의 佛頭花를 그리며...
그 절마당의 불두화, 지금도 봄볕아래 함박웃음으로 피고 있겠지.
수국이 피는 곳
염 명 순
수국을 기억하세요?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퇴
락한 산사의 마당 한켠에 흰색에 가까운 보라색 수국이 피
는 날의 고요를. 비구니의 낭랑한 독송이 햇살에 실려 수국
위에 가만히 내려앉을 즈음엔 어김없이 해가 지고 나는 왜
늘 어스름에만 수국을 보았는지요 허전한 마음자리마다 수
국이 피는 날엔 내 외로움이 인적 없는 산사의 고즈넉한
연화무늬 창살을 만들고 꾸밈없이 조촐한 목어가 되어 맑
은 물을 거슬러 깊은 산을 오르곤 했지요. 그런 날엔 꽃잎
들이 불경처럼 내 마음에 가라앉고 한국에 돌아가면 꼭 수
국을 보러 가리라 마음먹었었지요 그러나 서울에 도착한
나는 수국을 잊고 수국 또한 나를 잊었던지 그 사이 몇 번
이나 수국이 피고 졌을 시간을 분탕질하던 내가 다시 비행
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 내가 살던 서울이 지리부도처럼 펼
쳐질 때에서야 그제서야 수국이 내 눈앞에서 하얗게 흔들
렸어요 수국이 피지 않는 나라에서 수국을 그리던 마음이
수국이 피는 나라에서 수국을 잊어버린, 마음이 담담한 사
람이 자기 한구석을 비워 그저 수수하게 기르는 꽃, 수국을
나는 언제 고요한 그 길을 따라가 볼 수 있을까요 외로운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그 꽃을 수국이 피지 않는 땅에서
다시 기억합니다.
***
파리나 쏘에는 수국은 아직이고, 아이리스가 한창. 쏘에서 사나흘 전.
한국의 부처님 오신날의 연휴, 이곳은 그냥 토요일.
일찍 학교수업을 마친 은비가 제 방에서 음악을 크게 울려두고 있다.
자기네 학교의 잦은 Bac.blanc(박 블랑,모의고사)과 산더미같은 Devoirs(드부아,homework)에
자주 지치는 은비, 엊그제의 센느 밤유람선놀이 때는 얼마나 즐거워하던지.ㅎ
말수적은 은비가 마치 종달새 같았지.
이제 두 시간 후엔 물리과목 선생님이 방문수업하러 오시는 날,
은비는 골머리 앓고,
메메는 숲으로 나가,
나름^^ 아쉬람에서 불두화를 명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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