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이래서 될까

eunbee~ 2015. 3. 29. 20:04

엊그제 편지함에서 '월드 비전'에서 보내온 편지를

꺼내 읽었다.

이런저런 자동이체를 정리하면서, 그간 월드비전으로 보내던

후원금 이체도 해지했더니, 확인 전화 후에 보내온 것이다.

 

80년대 중반, 서울 어느 곳에 있다는 SOS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을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그것이 의심스럽다,하는 생각이 들면

유니세프를 통한 후원을 꾸준히 했고, 아들 내외와 막내동생네가 월드비전에

한다기에 나도 따라서 그곳으로 옮겨 소년 소녀들과 인연을 맺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인연맺은 에릭은 엊그제 온 자료를 보니

11년째 맺고 있는 인연이었다.(그간 후원한 기간과 금액이 적혀있는 내용의 인사편지가 왔다)

 

내가 후원금 이체를 해지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보내주는 에릭의 현재가

항상 찌그러진 공(축구공인 듯한)을, 손가락 힘없는 아기가 그린 듯한 그림을 변함없이

매년 보내오는 것을 보고, 은근히 발동하는 석연찮음과  힘빠짐에서였다.

 

그렇게 꾸준히 믿고 보내는 것이 최선의 미덕이라 생각하고 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소시민적 마인드의 인간인지라, 무어라도 변화되고 발전된 에릭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한결같은 그 찌그러진 공그림... 참으로 슬픈 일이다,라는 실망에

(에릭에게 실망이 아니라, 월드비전에 대한 실망) 후원을 중지하고 보니, 또 마음이 편치는 않다.

(사실은 언제부턴가 그러한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후원을 멈추지 않다가 형부 자동이체건을 해지하는 참에 월드비전도.ㅠㅠ)

 

사찰에서 나무 시주를 한 후에, 스님이 '보살님의 나무를 보러 갑시다'라고 말씀하셔도

그냥 거기서 잘 자라서 무엇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나무로 자라면 그 뿐, 굳이 볼 맘은 없다며

흘려버리던 내가, 눈에 맘에 보여지는 발전의 흔적이 없다고 후원을 중지하다니...

이렇게 삭막해지고 싶지는 않았는데, 오늘도 한가닥 엷은 후회가 밀려와 보내온 내용을

다시 들여다 보고, 사진 속 꼬마들의 기도를 마주하며 가슴 쓸어내리고 있다. 에혀~ 나도 점점 못되어지나 보다.

 

언젠가는 잠비아에 가서 에릭을 만날 수도 있으려나? 라는 허황된 꿈도 가끔 가져보던

몹시도 허황된 나.

 

"에릭아~ 험한 세상, 더 험하게 만들어 준것 같아 마음이 아프단다.

건강한 사람이 되어, 즐거운 삶을 살아가길 기도하마."

 

 

 

 

'나는

인연을 하나 하나 정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내 허물을 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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