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장병희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 모른다.
- 박경리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친구가 보내준, 박경리 유고시집에서 -
***
오늘 먹은 떡국(내좋아하는 굴떡국 되겠슴이야 ㅋ)
"배고파~"
가엽고 애절한 소리, "배고파~"
잠결에 들려오는 아기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뜬다. 스마트폰이 배고프단다.
충전기에 연결하며, "배고파? 그래, 밥 줄게~
배고프다 말해 줘서 고마워~"
칭얼대는 누군가가 있어, 一瞬間 참 따스하다.
사람이 아니면 어떠랴, 내게 배고프다 칭얼대는 그 소리만 들어도 좋은 걸.
잠에서 깨어나 "배고파~"소리에 반가워서 혼자 웃는다.
큰딸 어릴 적
배가 고프면 입맛을 다셨지.
울지않고, 서너 번 입맛을 다시면, 그 소리에 곤한 잠에서도 깨어나
우유를 먹였다, 노오란 비오비타 한 숟가락 넣고 따스하게 덥힌 우유를.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귀찮은 줄도 모르고.
배고프다는 스마트폰의 가여운 소리에 깨어나 밥을 물리며
내 큰따님의 갓난쟁이 입술을 떠올린다.
'
'
자다가 "배고파~"라는 말에 깨어서...
잠도 아니오고... 수다나 늘어놓는다.ㅎ
이제, 다시, 자자, 얘야~
덧붙임 : 라오스 여행 첫날 스마트폰 분실했어요.
친구님들의 전번도 달아나고, 톡에서도 사라져버린 친구 더러 있어욤~ㅠㅠ
그대들의 폰에서도(카톡) 사라져버렸을 수 있으니, 오해 마세요.
나도 답답하다우.^^ 복원 시도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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