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닭소리에 밤을 지새고

eunbee~ 2014. 12. 28. 04:33

 

 

저녁,

침대 위에 누워 바라다보는 먼뎃산. 방비엥에서의 사흘동안 이 시간이 참으로 좋았지요.

좀처럼 볼 수 없는 새들도 몇마리 깃찾아 드느라 창밖을 재재거리며 날고.

(내 디카 정신줄 놓은지 오래~전 ㅋ)

 

 

건너편 민박인지 팬션인지...

서양인들이 세탁물을 주루루룩 걸어두고, 숏팬티에 탑 걸치고 아침저녁 들락날락.

남의 집 건너다 보는 재미도 쏠쏠~ㅎ

 

 

 

밤 깊어 잠을 청하는데

잠들만하면 닭의 청아한 목소리. 어느 녀석은 세 음절로 구슬프게,

어떤 눔은 네 음절로 악을 쓰며... 사르르 잠이 오려고 하면 영락없이 닭이 선잠을 깨워요.

밤새 그랬다우.ㅠㅠ  이 동네 닭은 새벽이란 단어와는 아무 상관이 없나보아요.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 창문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바나나나무 아래 닭들의 아지트.

아~ 저 웬수들.

이리 뛰고 저리 내달리며 즤들은 좋답니다. 덱끼~, 얄미운 눔들.

 

 

 

팔려나온 닭을 보니, 가엾어~

어젯밤 그 웬수스러움은 간곳이 없넹.ㅋㅋ

내 마음 晝夜變이얌.ㅎㅎ

 

 

그래도 새벽 산책은 해야죠?

 

거리가 아직은 한가롭습니다.

 

 

위성방송 수신 안테나와 전선 사이로

너무 멀어 외로운 하현달.

 

 

 

 

한글로 '맛사지'라고 쓰여있는 창문 밖에서

방비엥의 비니와 미니가  사랑스러웁게... 아, 예뻐라.

이래도 라오스가 맘에 안든다구? ^*^

 

 

전봇대에 매달린 확성기에서

뭔 소린지...어쩜 그리도 크게 울려퍼지는지...

딱 우리네 6,70년대 새벽에 듣던 소리. ㅋㅋ

 

 

 

 

 

탁발을 위해 찬공기 속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佛心.

"스님들은 언제 오시나요?"

"일곱 시요."

손짓발짓 우리 서로 대강 알아 듣기.ㅎ

 

 

 

일곱 시가 되려면 아직 몇 분 남았으니, 강변으로 내려 갑니다.

햇살번지는 아침강을 만나야지요.

 

 

저 사람들, 아무래도 한국 아줌씨들 같은데...

부지런도 하시지. 이 새벽부터 뱃놀이라니.. 저 분들도 닭소리에 잠을 설치셨나 봐요.ㅎㅎ

 

강변에서 올라오니, 저만치에서 라오스 아저씨가 내게 얼른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일곱 시에 스님들의 탁발이 시작된다고 가르쳐주신 분이에요.

스님들이 이제 막 도착하셨나 봅니다.

 

 

스님들이 탁발을 마치고 어디론가 가신 후

나는 저 세 모녀들에게 공양을 바쳤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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