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그들이 기대어 사는 것

eunbee~ 2014. 12. 23. 09:47

 

 

비엥티안을 떠나 방비엥이라는 작은 시골도시로 떠납니다.

가다가 도중에 강물 위에 떠있는 수상가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수상가옥이 아니라 배였네욤~ ㅎ

 

이 강은 람능강이라 불리웁니다.

우리의 식사가 마련된 상을 차려둔 널찍한 나룻배, 순하게 생긴 청년은 모터에 시동을 걸고 강을 거슬러 오릅니다.

람능강은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우리의 런치를 위한 식탁은 회색빛 강물 위를 낭만스레 떠갑니다.

강 복판에서 청년은 엔진을 끕니다. 고요롭습니다.

 

나그네들은

양념치킨형식의 닭요리, 바구니에 담겨나온 찰진 쌀밥, 강에서 잡아올려 말린 물고기 구이와

몇몇 가지 채소와 점박이과일 용과(선인장열매)와 파파야가 얹힌 샐러드로 식사는 즐겁습니다.

일행 중(아홉명이 일행) 누군가가 현지 소주와 라오맥주를 주문합니다.

권커니 잣커니... 출렁이는 배도, 흔들리는 우리도, 강물도... 흥겹습니다.

 

 

 

 

 

비엥티안에서  방비엥은 153km.

터덜거리는 도로사정으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합니다.

가는 도중에 소금기가 담긴 지하수를 끌어올려 소금을 걸러내는 소금공장에 들렀습니다.

수북히 쌓인 갈색물질은 나무를 가루처럼 잘게 부순거예요.

그것을 연료로해서 용기에 담긴 지하수를 끓여 증발시키면 소금이 남는다고 합니다.

 

 

소금공장에 기대어 사는 소녀가 

해먹에 걸터앉아 열심히 코코넛을 깎고 있어요.

 

 

누추함 속에서도 가족의 행복함은 빛납니다.

이 젊은 엄마의 미소는 너무나도 매혹적입니다.

진흙 속에서 빛나는 진주처럼요.ㅎ

 

 

이 가족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그냥 마음으로 사랑하고 어여뻐하는 것?

그들과 잠시라도 함께 웃고, 그리고는 안아주는 것?

 

몇 장의 지폐(us달러)를 건냈습니다. 내큰딸이 질색하는 돈건내기,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요. 이들의 가난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표시는 그것 뿐인걸요. 동정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내 그것은.

그리고 그방법 밖에 알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합니다.

내 건냄은 가벼운 동정이 아니라 사랑이라며, 받는 그들의 자존심을 애써 다독이고, 나 스스로도 떳떳해합니다.

 

 

소녀는 열심히 깎아낸 코코넛을 내게 가져와 코코넛물을 마시게 하고는

그 속을 파내어 먹으라 권합니다. 먹을 수도 안먹을 수도... 잠시 난감하다가, 기쁘게 받아 먹었답니다.

이들은 나그네에게 무언가를 어쩜 그리도 먹이고 싶어하는지.ㅋ

 

 

다시 먼지나는 길을 나섭니다.

오일스테이션에 잠시 들렀습니다. 휘발유 1리터에 우리돈 1100원을 넘습니다.

이들의 경제수준에서 무척 비싼 오일값. 만탱크로 채우려면 한달 봉급이 날아가니, 조금씩 조금씩 주유한다네요.

 

오다가 보니, 붉은 흙먼지에 덮인 도로변 나무들은 아예 빨간잎들로 서 있습니다.

캄보디아 앙코르왓트에 가는 길에도 붉은 흙먼지가 그리도 심하더니....

푸른 숲도 푸르게 반짝이지 않고, 흙먼지가 덮여 뿌옇지요.

그래서 울창한 나무가 있는 산하라해도 맑고 빛나는 것을 볼 수가 없어요.ㅠㅠ

 

 

건어물 시장이에요.

쏭강, 람능강...모두 메콩강의 지류라는데, 그곳에서 잡아올린 생선을 건조한 날씨는 상하지 않게

잘 말려줍니다. 파리는 작은 물고기들을 까맣게 덮고, 뒤켠 너른 공간에선 티비도 켜두고.

사람 사는 모습, 어딜 가나 비슷한 풍경이에요.

 

 

물소의 가죽을 말려서...

먹는답니다. 돼지껍데기 처럼 맛있다고 해요.

 

 

 

비위 좋은 나는 한 마리 집어 먹어 봤어욤~ㅎ

싱검싱검, 역시 강물에서 살던 녀석들인지라. ㅋ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찍히기를 바라는 이 시장(도로변 산자락아래 건어물시장) 사람들,

특별한 분위기였어요. 비엔티안에서는 무덤덤하니 찍거나 말거나...그러나 이곳 사람들, 다소 적극적이네요.

 

 

 

 

산구비를 돌아돌아

흙먼지 날리며 달려가는 153km의 반나절 길.

순박한 이들이 기대어 사는 이런 곳 저런 곳을 둘러보며

우리의 호화로운 봉고차는 덜커덩덜커덩 방비엥으로 다시 떠납니다.

해가 서녘으로 기우니, 황금빛 햇살은 순한 대지를 덮습니다.

 

산천도 순하고

사람들도 순합니다.

어른들은 나른하고, 애들은 부산스럽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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