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다섯 시 경, 수서역에서 바라본....
몇년만인가
보고싶던 친구를 오늘에사 만나다니.
점심 식탁으로 시작된 오래묵은 이야기들은 해질녘이 돼서야 아쉬운채 접었다.
대구, 앞산아파트에 살던 그 친구,
낭군님 출장길에 따라 나섰다가 함께 당한 교통사고.
낭군은 그길로 영영 돌아오지않고, 고운 얼굴에 상처남긴 내친구는 불행중 다행 우리곁에 있어줘서 고마웠다.
국민학생 두 남매 잘 키워 이제는 사십 줄 넘긴 장년들.
그동안 좋은 사람 골라서 팔자고칠 생각을 해본적 있었더냐 했더니
그녀 하는 말, '함께 먹는 레스토랑의 식사가 그냥 밥'이더란다.
좋은 사람과 먹는 밥은 '그냥 밥맛'은 아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린 그렇게 쓴웃음 웃었다.
이 나이에 닿아 우린 이제서야 그런말을 서로 묻고 답했다.
참 순진도 하였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살뜰한 친구였으면서도.
눈앞에 알짱대는 금쪽 같은 자식들 키워내느라, 그런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보낸 시린 세월들.
내 오랜 친구는 목디스크로 물리치료중이라며, 해질녘에 일어섰다.
그녀는 3413번 푸른버스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탄 버스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었다.
쓸쓸한 마음에 서녘을 바라보니 서쪽하늘 구름 공장의 굴뚝이 눈에든다.
내 큰딸네 집 동네 파리 12구의 구름공장 굴뚝이 생각나는 건 어인일일까.
아, 모두가 그립고
아, 모두가 서럽고.
오늘
내 친구는 새삼스럽게, 내가슴팍 깊이로 아름답게 스며들었다.
희야, 늘 건강하자.
남은 세월도 그렇게 아름다웁자.
2014. 12. 9
수서에서 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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