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dogne, Lot '14

프랑스의 산골마을에서 여름한철 살고파

eunbee~ 2014. 9. 1. 06:33

미디-피레네지방.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더니, 높은 산 깊은 계곡 흐르는 물 뿐만이 아니라

지천으로 펼쳐진 들녁엔 한가로이 노니는 양, 소, 말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답니다. 

구획정리가 반듯반듯하게 잘 된 너른 들에는 해바라기, 옥수수, 푸른 채소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꽃으로 단장된 돌집들은 희끄무레 햇볕에 바랜 붉은기와를 얹고 나른한 닭 울음소리를 자장가삼아

정겹게 엎디어 졸고 있어요. 사위가 고요로워 옥수수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갈잎 구르는 소리를 낸다우. 

인적 드문 산골마을엔 만발한 꽃들만이 어여쁜 웃음으로 나그네를 맞이하고 배웅하지요.



저녁 9시를 훨씬 넘긴 시각, 피레네 산자락의 하루해는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산 속 작은 마을의 '공원 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의 첫번째 숙소를 찾아 

꼬불꼬불 '간신히1차선'^^의 산길을 달렸지요.

라스코 동굴 벽화가 있는 곳에서 9km 떨어진 Thonac 이라는 마을의 호텔이에요.

낮에 이미 체크인을 마쳐놓았으니, 밤길이라해도 어려움 없이 찾아들었답니다.


세 동으로 나뉘어진 이호텔은 갖출 것 다 갖춘 흡족한 곳이었어요. 

쿨하고 친절한 호텔주인아저씨, 기입할 용지 한 장, 물어볼 이름 석자도 필요없는 곳.

트윈배드룸과 트리플배드룸 합쳐서 120유로. 아무리 별 두 개짜리라 해도 너무너무 착한 가격이지요?

수영장도 있고, 정원은 테니스코트가 두개쯤 나올만한 크기로 건물 앞 뒤에 있어요.

체크인할 때 은비아빠가 호텔의 과묵한 쥔장에게 맨처음 던진 질문, "수영장 물은 덥혀 주나요?" ㅎㅎㅎ


너른정원 과실수엔 과일들이 주렁주러러렁, 뒷정원 끝으로 걸어나가면 카누꾼을 기다리는 계곡물이 조용히 흐르는 곳.

조식은 다른 棟의 레스토랑으로 가서 콘티넨탈스타일의 푸짐한 식사를 맘껏 즐길 수 있다우.

치즈도 과일도 빵도 우유를 포함한 음료도 각종 요거트도 잼도...종류도 다양, 푸짐푸짐. 맛도 메르시보꾸.


은비아빠 말에 의하면  앙굴렘에서 방 두 개짜리 부엌과 화장실 딸린 집 렌트비가 한 달에 500유로.

봇짐 싸들고 아키텐지방이나 미디 피레네 지방으로 단 몇개월 동안이라도 살러 갔으면 좋겠어요.

인심좋고 볼 것 많고 먹을 것 풍부하고(맛좋은 과일과 맛좋은 치즈와 맛좋고 가격저렴한 푸아그라와...토종와인과..)


우리 이곳으로 가서 몇달 살지 않으려우? 한국의 강원도 비슷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비교가 안되는

프랑스 피레네 산맥 자락 마을들. 여름 한 철 살기엔 매우 좋은 곳이에요.

모두들 보따리 싸볼 궁리 하세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보너스, 별똥별은 옵션이에요.ㅎ





배나무엔 노랗게 익은 배, 사과나무엔 붉은 사과, 자두나무엔 보랏빛 자두, 산딸기 나무엔 딸기가 익고 있지요.

담장이 온통 산딸기나무로 덮인 집도 수두룩해요. 붉게 익은 산딸기는 '나를 데려가 줘요~' 하는 듯 웃고 있고요.




간밤에 별을 헤다가 늦게 잤건만, 은비엄마는 이른 아침 벌써 일어나 수영장 옆에서 내게 애교떨고 있네욤~.ㅎ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안개. 아침 안개라니!!! 유후~^^



안개속에 묻혀있는 저 다리 윗쪽에는 알록달록한 카누들이 쌓여 있답니다.

몽티냑에서 카누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마을에도 카누승선장이 마련되어 있군요.







몽티냑에서 어제 밤 다리를 건너왔어요.

호텔은 다리가 끝나는 곳.ㅋㅋ






***


이제 먹는 이야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여행중에는 먹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지요.

은비는 여행지를 고를 때 음식 맛있던 곳을 다시 가고 싶어해요.

물론 좋게 기억되는 여행지도 음식이 맛있던 곳.ㅋ

은비가 런던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맛없는 음식 때문.ㅠ




Sarlat라는 중세도시의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 사진이에요.

벽에는 모바일커버가 진열(?)되어있는데, 싸이 모습이 있는 폰 커버가 있기에...ㅎㅎ



싸이 모습에 웃음짓고 파사주 안으로 들어갔어요. 고풍스런 공간은

과연 중세 도시의 진면목을... 레스토랑이 이런 곳에 있다니, 잘 찾아든 곳이에요.





머리 위 하늘이 빼꼼~ .

은비아빠가 찍은...ㅎ



내 Entrée, 푸아그라



큰딸이 주문한 전식Entrée, 푸아그라





내 Plat(본식), 상어구이



큰애 Plat, 오리고기



은비엄마 Plat, 오리고기



어느날의 내 Entrée, 훈제 대구, 소스에 무친 색깔낸 연어 그리고 구운 고등어, 그이름 노르딕 샐러드. 하하

전식만 먹어도 한끼 식사량 충분한데 본식과 후식까지 챙겨먹으며 나흘을 다닌 결과

무려 2kg 정도 체중 증가. ㅠㅠ


푸아그라와 오리모래주머니 그리고 훈제한 돼지고기 잘게 썬것을 채소에 올린 

간단한 셀러드만 먹으면 13~18유로. 전 본 후식 찾아 제대로 먹으면 25~37유로 정도.

거기에 Apéritif(전주)와인과 생수를 곁들이면 호사스런 한끼가 되지요.

가격대비 맛과 양에 있어 파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해요.


이 지방의 푸아그라는 거위간도 있고, 오리간도 있어요. 



이번 여행지의 특징은 프랑스인들의 가족동반 여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어요.

이지역 생 시르끄 라뽀삐Saint Cirq Lapopie 라는 중세마을이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을 

1위로 선정(2012년 제1회 때)되었다더니, 이 부근으로 여행오기를 모두들 꿈꾸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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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특산음식 맛나고 집세 저렴하며 인심 후한 이곳으로 와 

여름 한 철 머물면서. 맑은 공기 한껏 마시고 산그늘 드리우는 강물 위로 잠기는 석양을 바라보다가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헤며 잠들고, 닭우는 소리에 깨어나는 하루하루들을...

그러한... 날들을... 

살아보지 않으려우?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