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x en provence '14

반 고흐의 아를

eunbee~ 2014. 7. 9. 21:31



햇빛 찬란하다는 프로방스의 날씨가 이날은 비를 흩뿌렸습니다.

아를의 반 고흐를 만나고 싶어 오랫동안 꿈꾸던 아를에로의 여행.

이제 나는 그의 '별이 빛나는 밤'의 론강가로 갑니다.





엷은 구름이 물 위에 내려와 잠긴 론강은

반 고흐의 그림을 이곳저곳에 드리워보아도 쉽게 떠올려 주질 않아요.

그의 15프랑짜리 월세집 '노란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론강가에서 그렸다고 하던데...

날씨 맑은 날 어두운 밤에 오면 그 그림속에 잠길 수 있으려나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1888. 캔버스에 오일. 

(이 포스팅에 사용된 그림은 오클랜드 나타샤님이 선물하신 반 고흐 화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렸어요. 색채...등등 이해 하세욤~)



테오에게


나는 지금 아를의 강변에 앉아 있다네. 욱신거리는 오른쪽 귀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는군.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다네. 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딘가로 나를 태워갈 것 같기도 하다네.

테오, 내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타라스콩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이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네.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별은 빛나고 있었지.

흔들리듯 가라앉듯 자꾸만 강물 쪽으로 무언가 빨려 들어가고 있네.

심장처럼 파닥거리는 별빛을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네.

별빛은 계속 빛날테지만 나는 노란집으로 가서 숨죽여야 하네.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리네.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푸른 별빛, 푸른 대기를 뚫고 별 하나가 또 나오고 있다네.


- 1888년 9월,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







로마시대의 목욕탕


강둑에서 내려온 우리는 반 고흐가 고갱과의 다툼 후 자신의 귀를 자르고

스스로 입원했던 생 레미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노란집  1888. 캔버스에 오일


1888년 9월 18일부터 1889년 2월 9일까지 살던 집

월세 15프랑에 임대, 이곳에서 '아를의 침실'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이 건물은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손되었다지요.






Le jardin de la maison de sante a Arles. 1889.(사진 속  세워진 고흐의 그림)


반 고흐가 입원해 있던 옛 병원 건물로, 지금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도서관, 영상 자료관, 대학 연구실, 그들을 위한 숙소 등이 있다고 해요. 


옛 병원으로 들어서면 그가 그린 정원 그림이 놓여있어요.

ㅁ자로 된 건물에는 반 고흐가 그렸던 작은 정원이 있고, 회랑의 기둥과 벽은 노란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2층 건물은 우거진 나무에 가려있네요. 텅빈 듯한 건물은 조금은 적막스럽기까지 했어요.

몇몇의 나그네들만 한가로이 정원을 거닐고, 내 눈길을 끄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쓸쓸함을 한결 더해주었답니다.

정원 꽃덤불 사이에 털석 주저앉아 이곳에서의 반 고흐를 애써 떠올려 보았지요.


그의 생애 후반 10년간의 화가로서의 활동 기간을 파리, 아를르, 생 레미, 오베르 쉬아즈,로 나누어

이야기 되기도 하던데, 그 생 레미 시대가 바로 이병원에서의 작품활동 시기이지요.


아를에서 15개월을 사는 동안 10개월을 이 병원에서 지내며 그림을 그렸으니까요.

그는 아를에서 사는 15개월 동안 187점을 그렸답니다.

 






자화상. 1889. 캔버스에 오일.



친구가 고흐에게 삶의 신조가 무어냐고 물었답니다.

그는 대답했다네요.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옛 병원 건물 한 켠 회랑에는 이런 샾이....



생 레미 병원을 포함한 이 부근을 Espace Van Gogh라고 하나봐요.

반 고흐를 기념하는 기념품들과 화집은 물론 그가 즐겨 마시던 압생뜨를 파는 상점이 모여있어요.

나는 그곳 샾에서 압생트를 구입했어요. 선물도 하고 나도 마셔보려구...ㅎ



압생뜨에는 쑥의 일종인 식물에서 추출한 주원료에 투존이라는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있어

한동안 제조,판매가 금지되었답니다. 그러나 이제는 유해 성분을 없애고 돗수를 낮추어서

다시 제조하여 시판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나 주점에서 마실 수 있다는 술이지요.


'반 고흐의 공간'에서 판매하는 압생뜨 포장지의 그림은 압생뜨에 취해 

환각상태에 빠진 반 고흐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요.ㅎ 좀...너무 했어요.ㅋ






'밤의 카페' 그림 속의 장소, 

지금도 '카페 반 고흐'라는 이름으로 포름광장 한귀퉁이에서

이렇게 성업 중입니다. 노오란벽은 마시지도 않은 압생트를 떠올리게도 하고

꿈을 안고 프로방스로 내려 올 때의 반 고흐의 밝은 희망을 아프게나마 상기하게도 합니다.


'남프랑스의 아뜰리에'라는 화가의 공동체를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하려는

꿈을 가지고 온 아를. 여러 화가들에게 권유를 했으나 고갱만이 내려오게 되고

두어 달 함께 지내다가 불화로 이별을 맞게 되지요.

귀를 자르고, 정신착란을 가져오고, 스스로 생 레미 병원에 입원하고...



아를의 여인들. 1888. '아를의 침실'과 마찬가지로 고갱의 영향을 받은 화법과 색채의 그림


'자연에는 영혼이 있다, 나무 한 그루도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지.

나는 영혼의 표정을 그리려고 한다.' - 반 고흐의 말입니다.


" 반 고흐는 예술사에 속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존재라는 가혹한 신화 속에 등장했던 인간의 원형으로 자리잡았다." 라고

말한 조르주 바타이유(프랑스 철학자)가 '반 고흐는 태양을 훔쳐 화폭에 옮긴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다.'라고도 말했 듯, 

그는 아를의 빛나는 태양을, 별을, 하늘을, 공기까지도 그의 것으로 만들어 화폭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푸르디푸른 하늘과 유황빛으로 빛나는 태양의 오묘한 조화를

축복처럼 찬양하며 화폭에 옮겨담던 그는 겨우 15개월만에 이곳을 떠나

1889년 5월, 파리 근교 오베르 쉬아즈로 갑니다. 닥터 가셰가 있는 작은 마을로.

그리고...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그 해 7월, 지상에서의 불행을 끝내고 별빛 속으로 스러집니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고흐의 마지막 유언 '인생은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이다.'


보여지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영혼을 그려낸 그.

반 고흐의 아를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후두둑 비는 다시 흩뿌렸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지금 나는

오베르 쉬아즈의 까마귀 나는 밀밭이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뱀발가락 한 개^^ - 이 포스팅을 두 번째 하는 오늘, 나랑 작은딸은 압생뜨를 드디어 마셔보았습니다.

감상문은 나중에....ㅎ 같은 포스팅을 두 번 하려니 김새고 힘빠지고, 그래서 우왕좌왕.ㅠㅠ

어제 아침 임시저장하고 외출에서 돌아와 찾으니 사라지고 없어요.ㅠㅠㅠㅠㅠ

살펴 읽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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