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뤽상부르 정원에서

eunbee~ 2014. 4. 14. 10:58

쟝 브리델은 노총각입니다.

그가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아침마다 뤽상부르정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어느날 말라도 너~무 마른 노인을 만나,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모파상의 단편 [미뉴에트]랍니다.


노인이 브리델에게 이야기하지요.


"나는 카스트리와 결혼을 하였습니다원하신다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만그녀는 해질녘밖에는 여기에 오지 않습니다아시다시피 이 정원은 우리들의 기쁨이고 생명입니다옛것 중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지요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이 정원은 오래 되고 품위가 있지요안 그래요나는 여기에서 내 젊은 시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공기를 마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답니다아내와 나는 여기에서 매일 오후를 보내지요그러나 나는 아침부터 옵니다일찍 일어나거든요."

나는 점심을 마치자마자 뤽상부르로 다시 갔습니다그러고 나서 곧 검은 옷을 입은키가 자그마한 노부인에게 예의를 차려 팔을 내주고 있는 내 친구를 알아보았고나는 노부인에게 소개되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카스트리였는데그녀는 왕에게도왕자들에게서도 사랑을 받았으며세상에다 사랑의 향기를 남겨놓은 것 같은 그 품위 있는 시대에 사랑받은 위대한 무용가였습니다.

우리는 돌의자에 앉았습니다.

때는 5월이었습니다.

꽃향기가 깨끗한 오솔길에 날아다녔습니다.


모파상의 단편 일부입니다. 작품의 전체가 궁금하신가요?

이리로 가셔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blog.daum.net/hun0207/13291736

짧고 간결한 이야기이니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충분하답니다.




***


뤽상부르 정원, 파리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 
큰딸이 파리의 공원 중에서 가장 파리다운 정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서 
더 좋다고 말하는, 품위있는 오래된 정원. 

5월이 오면 나도 장 브리델처럼 뤽상부르 정원에 가서 
이 글을 생각하며 산책을 하겠어요. 
그리고 돌의자나 철재의자에 앉아, 나를 슬프게도 행복하게도 그립게도 하는 
소소한 기억들을 더듬으며, 다시는 올 수 없는 그것들의 애수를 길어내겠어요. 


춤추는 늙은 무용수들의 환영을 좇으며, 내 그것들도 거기에 섞어 두고 
사라져 가는 나의 미뉴에트를 느껴 보기도 할테구요. 
다시 출 수 없는 우리들의 미뉴에트는 얼마나 많던가요. 

이 아침, 
뤽상부르에서의 나의 5월을 꿈꿉니다. 


***


뤽상부르의 4월,

파리에 온 이후 처음 찾게된 뤽상부르 정원 음악 연주회장에서는

마침 올드한 분들로 구성된 브라스밴드의 연주가 한창이었습니다.

말라도 너무 마른 노인은 없었답니다. 머리에 푸른꽃을 꽂은 카스트리는 있었어요.ㅎㅎ

카스트리보다 훨씬 젊었으니, 그녀의 젊은날의 모습이라고 상상했더랍니다.


여러 곡의 연주 중 미뉴에트는 아니더라도 월츠가 흐르니 내가 꿈꾸고 상상하던 

5월의 뤽상부르의 미뉴에트를 그런대로 느꼈답니다.


철이른 마로니에는 꽃샹들리에를 축제의 날처럼 켜두었고

개양귀비도 화알짝 웃고 있어요.


끝도 없을 혼잣말

장 브리델은 들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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