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은비,까비, 봄날에...

eunbee~ 2013. 4. 19. 18:34




까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는만큼 사랑을 되돌려 주는 동물들.


까비야, 네 자태가 참으로 곱구나.



은비가 뜨개질을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혼자 익혀서 자기 목도리를 짜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엔 영어버전 꽁트 띄워두고, 소리내어 웃으면서...ㅎㅎ


포근한 저 목도리는

올해의 끝녘에서 목에 두르려나 보다.





읽던 책을 쌓아두고...

가끔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는다, 어디까지 읽었어?  음~이제 첫번째의 살인이 저질러졌어. 나이도 어린 예쁜 여자를...

은비네 학교는 이런 걸 읽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학교에서 이런걸 읽게 할까. 얘들은 죄와 벌을 읽는 것도 숙제.

자기 아빠는 까뮈의 책을 은비에게 권하고, 전자북도 마련해 주고....그러나 은비의 독서는 마냥 게으름.ㅠ


은비의 로망,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객실의 위블로(선박의 원형 창문)에 들어앉아 책을 읽는것.

지난 번 크루즈 때는 매일매일 위블로 속에서 비비적거리며 지냈다는... 

책 한 권 들고 들어가 기대앉으면 딱 맞는 사이즈의 위블로였단다.

독서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순전히 감정적 사치? ㅎㅎㅎ

이 할미의 문화적 사치를 닮은 것일까? 그것도 어수룩한 사치를. 에혀~


은비, 책 읽는 일은 게을러도 무얼 만지작거리며 만들기, 바느질, 뜨개질은 기똥차다.ㅎㅎㅎ

은비엄니, 은비는 굶어죽지는 않을거야, 저리도 솜씨가 좋으니, 못하는 것이 없어~

은비엄니의 엄니, 우리엄마가 그러셨어. 열 가지 재주 가진놈 조석끼니 간 데 없다고. ㅋㅋㅋ

딸 자랑하는 딸에게 노모가 초쳤다. 하핫



까비

졸리우면 나에게 와서 살살 비벼댄다.

나는 알아듣고는 까비를 안아서 내 다리사이에 놓아주고 쓰담 쓰담~해준다.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거나 만져줄 때 그 기분 황홀하잖던가. 나는 까비의 털을 쓰다듬으며 대리만족한다. 흐흐~

쓰다듬어 주면 게슴츠레 사알살~ 본격적으로 졸기  시작한다.



내 두 다리에 감싸여 코~ 잔다.

자는 얼굴만 봐도 포근하고 따스해진다.

칭얼거리고 따라다녀서(과자 말고 참치 달라고) 참치를 주면 먹여달라고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면 하는 수없이 먹여준다. 참치의 경우는 젓가락으로 떠서. 과자의 경우는 손바닥 위에 올려놔야 먹지 

자기 밥그릇에 있는 것은 먹을 생각을 않는다. 

은비엄니 또 한 말씀, 이 동네 고양이들이 까비의 저런 모습보면 몰매 줄거야. 그리고 영원히 왕따에

자기들 세계에서 추방이야. 고양이 자존심에 먹여주는 밥을 먹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은비할미, 까비에게 밥먹여 주는 것이 행복 메뉴 중 하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삶의 원동력. 더구나 서로 사랑함에랴~



자고 일어난 까비가 창문을 열어달라고 아웅~

열어준 창문으로 사뿐 뛰어올라 외출.



오늘은 새를 잡아 보려나?

어리숙한 폼으로... 질주 직전.



그런가 했더니 포기하고 능청스레 꽃들에게로...

풀 뜯는 척.

새들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났을까?

(은비엄니 말은, 틀림없이 많은 새들이 무서워서 후퇴한 것이라고.. 새가 예닐곱 마리 있었다)



기회를 보던 까비의 사냥, 다시 시도.



냅다 달려보나 비둘기 두 마리는 퍼드득 날아올랐다.

실패. 삼만오천 년만의  사냥이었건만... 실패.



은비방에 가서 까비 사냥이야기를 했다.

은비하는 말, 바보~ 하얀 고양이가 새들에게 들키지 않을 것 같아?

까비는 새를 잡으려는 걸 보니 아직 애기네~


음머? 늙어도 고양이인걸. 왜 무시해? 늙으면 본능도 늙는 줄 알아?

늙어간다고 그렇게 아무거나 무시하지 말앗!!ㅋㅋ

 

자존심이 상했는지, 어슬렁 거리고 온다. 까비.

괜찮아~ 자주자주 그렇게 시도해 봐. 본능을 묻어두지 말고.



창문을 열어 달라고?

겸연쩍어서, 눈 멀뚱~ 입술만 빨고 있다.ㅎㅎ

아유~ 가엾은 것.

괜찮아, 할머니가 못 본 걸로 해줄게.



사하라 열풍이 바다를 건너 서유럽대륙으로...

파리는 24도를 점찍었고, 피레네산맥 옆 마을은 30도를 웃돌았단다.

이틀만에 체리꽃은 거짓말처럼 화알짝 폈다.

올봄은 참으로 묘해.

화르르르 핀 것은 지는 것도 그러할까봐 조바심이 난다.



파랑새 날아와서 꽃속에 앉아 꽃잎을 쪼고 있다.

꽃잎들이 포르르 떨어진다.

파랑새가 부리로 쪼아 꽃잎을 하늘하늘 날리는 것은 처음 본다.

화조를 그리고 읊던 시인묵객의 마음을 알겠다. 허허~

 


은비,까비

내 사랑스런....

나를 행복하게 하는...


나의 봄 날은 이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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