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춥고 썰렁했던 은비의 더블린

eunbee~ 2013. 4. 2. 21:08





은비의 수학여행 이야기는 나를 쬐끔 서운하게 했다우.

말수 적은 은비가 파리에 도착해서 한 말이

"엄마, 우리가 홈스테이하던 집은 가난한가 봐, 잘 때 그 마미가 우리들 방에 와서(친구랑 둘이 한방사용)

난방용 레지에터를 잠그고 가기 때문에 추워서 잠이 안와서 억지로 눈감고 있었어."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 은비네반 친구들은 모두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와~ 여기는 폭염이야~~~"ㅎㅎㅎ

더블린이 얼마나 추웠던지, 모두들 오돌오돌 떨다가 와서는 추위가 한창인 그 밤중의 공항에서

기지개펴며 한 말들이 '폭염이야~'라니.ㅋㅋ


"그래, 영어로 대화 많이 했어? 본토발음으로 귀를 열고 왔어?" 내가 묻는 말에

"그 집 가족은 스무살 넘은 남자랑 여자친구, 그리고 그 엄마인데,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그래서 내가 그 마미에게 말을 걸었어. 그래도 간단히 대답하고는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아."

남에게 먼저 말을 걸지않는 은비로서는 대단한 용기였을 거예요.

ㅠㅠㅠㅠ~ 영어 본토에 가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말할 수 있다는 희망에 차서 여행 떠난 은비가

침묵을 금으로 알고 있는 홈스테이 마미에게서는 전혀~ 대화 나눌 기회를 받을 수 없었으니.ㅠㅠ



공항에서 집에 도착한 날 밤

은비가 옷을 벗습니다. 추워서 겹겹이 껴입은 티셔츠, 그러나 맨다리가 쏙 나오는 하의는

청바지 하나. 양말을 벗으면서 "하도 추워서 양말을 두 개 신었어." 에휴~가엾어라.

은비는 뜨거운 애라서 한겨울에도 홑겹옷만 입고, 찬 곳을 좋아하는 체질이거든요.


더블린에서의 좋았던 활동을 이야기하라고 해도 별로 이야기할 것이 없는지

들려주는 내용이 너무너무 빈약했답니다.

다만 해가 떠있는데도 눈이 내리더라는 이야기와 추운데 마미가 싸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조각 미술관에 갔던 이야기만 했어요.

조각작품 앞에서 감탄하고 있는 은비를 보고 친구들은 은비의 모습에 감탄하더랍니다.ㅎ

친구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지 그 조각품을 흘깃흘깃 보고 지나가면서

'은비야, 너는 이작품들에 그렇게 관심있어?' 했다네요.


무엇보다도 영어에 대한 기대가 어그러져서 실망했나 봐요.

'아~ 영어로 말하고 싶다.'라는 말을 부활절날 레스토랑에 가서도 해요.ㅎㅎㅎ

그만하면 은비의 영어권으로의 수학여행은 꽝!인 거죠.


그래서 내가 쬐께 섭섭하고 아쉽답니다.

학교의 처사와 그 홈스테이 마미에게 눈 흘기고 있어욤. 여직껏. 하핫





이 사과는 은비네 홈 스테이 마미가 그집을 떠나올 때 싸준 것이라고 해요.

사과 크기가 탁구공 두개를 합쳐놓았을 만한 매우 작은 귀여운 사과인데 딱 한 개예요.ㅎㅎ

며칠을 아껴두었다가 내가 먹어보니 맛이 짱!!이었어요.

은비가 할머니 주려고 들고온 사과라서 그런가요?^*^

보기보다 맛은 얼마나 달콤한지...






3월 말일 날,

다음날이 만우절이자 부활절이니 우리도 부활절 쇼콜라를 먹어야죠.

제과점에 가서 부활절 달걀이 얹힌 작은 케익과, 부활절 달걀을 임신한 암탉 한마리를 안고 왔지요.

프랑스에서는 만우절날에는 제과점에서 물고기 모양의 빵을 구워서 팔아요.

그러나 쏘에 있는 빵집에는 물고기 모양의 빵은 없고 그대신 쇼콜라로 만든 물고기는 있던걸요.

웬만한 크기의 물고기 모양 쇼콜라는 20-30 유로나 하기에 그냥 케익 위에 놓여진

물고기로 대신했어욤~^^.  다람쥐같이 보이는 저 조그만 것이 물고기예요. 솜씨 꽝이죠?





달그락거리는 닭의 배를 은비가 갈랐어요. 암탉 뱃속에서 달걀 여섯 개와 물고기 네 마리가 나왔답니다.

올해의 부활절과 만우절은 같은 날이라서 이렇게 함께 넣어 만들기로 했나 보죠?

쎈스쟁이들....ㅎㅎㅎ

은비이모는 이곳에서 그리 오래 살았으면서도, 만우절날 물고기모양 빵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몰랐나 봐요. 부활절 쇼콜라도 늘 시댁에서 사주는 것을 먹었으니 그런것에 관심도 없다고 하네요.

어쩜 좋아~~ 그렇게나 인생을 게으르고 재미없게 살다니..어쩐대요.ㅠㅠ

노트르담 종소리를 듣기를 했나, 부활절 쇼콜라를 사보기를 했나... 왜 산대니.ㅠㅠㅠㅠㅠ

내딸 아닌가 봐요. 기념일이라고 제과점으로 달려가는 것도 이 늙은 엄마 뿐이니...원.

 

그래도 미안했는지, 부활절 저녁에는 부활절 기념 만찬이라면서

파리시내 레스토랑에 가서 맛난 요리 먹고 왔어요.

엎드려 절을 받더라도, 설쳐서 관심을 일깨우더라도, 아무튼 

이벤트를 즐겨야 사는 맛이 나는 거 맞죠? 헤헤


어느 해, 이곳의 부활절에 얽힌 이야기 포스팅 한 것 함께 소개합니당~

우리 큰딸에게도 읽어보라 했어요. 너무 뭘 몰라서...ㅋ


쁘와송 다브릴(만우절) 포스팅 주소

http://blog.daum.net/eunbeekc/11793207





은비는 수학여행도 마쳤고, 3일간의 연휴도 끝났답니다.

오늘 학교로 가는 은비에게 '축하해~ 학교가는 오늘을!!'했더니

방그레 웃으며 가방매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까비는 언니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고 저러고 누워있습니다.

까비는 저 이불이 자기 엄마 품인줄 알고 있다고 은비엄마가 말해요.

엄마품처럼 포근하고 보드랍고 따스한 저곳에서 잠을 자기 시작하면 몇시간이 되어도 꼼짝않지요.


4월. 그러나 아직 태양은 게으르고 바람은 냉정합니다.

써머타임이 시작된  태양의 계절이 우리들에겐 느리게 느리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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