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우리형부

eunbee~ 2013. 1. 15. 18:22

 

 

 

우리 형부는 우리에게 큰오빠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고, 많은 세월동안 우리부모님께는 기둥같은 사람이었지요.

자식들 모두 객지로 떠난 날들에도

우리형부는 내부모님 곁에서 아들노릇하며 살았어요.

언니가 친정집 가까이로 시집간 덕이기도 하겠지만

우리형부가 참으로 착하고 진실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성미급한 우리형부가 그 급한 성격에도

우리형제에게는 단 한번도 성내는 모습을 본 일이 없어요.

좋은일 궂은일 마다않고 앞장서서 늘 해결하고 처리하고

보살피고...50년 넘도록 한결같습니다.

 

손귀한 집 양자로 간 형부는, 6남매로 바글거리는

우리형제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친형제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형제들은 내성적이고 객지 생활 많이 하느라

늘 집을 비운 우리오빠보다 형부를 더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형부는 늘 우리곁에서 맏형 역할을 했으니까요.

 

죽음이 머잖은 우리네 세월에 죽어 이별하게 되는 날을 생각하면

나는 내언니 보다 내형부의 그것이 더욱 서러울 것 같은 마음입니다.

부모형제 복이 없어 자수성가한 우리형부는 자식복도 그닥..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형부가 늘 슬퍼요.

 

 

 

 

이제 그 형부께서도 80이 코앞에 다가 선 연세입니다.

그럼에도 과수원에 직접 가셔서 사과 한 상자 사다가 꼼꼼이 포장해서 나에게

택배로 부쳤습니다. 눈 그치면 당신네 집에 와서 따스하게 지내다가 가라는 전화를 받고도

가지않는 처제의 겨울이 걱정스러웠는지, 오늘아침에 택배아저씨가 형부가 보낸 사과를 배달하고 갔습니다.

 

요즘은 택배운송문화가 발달하고 편리해졌으니 형부가 좀 편해진 것이지요.

그동안에는 김장을 했거나 무얼 가져올 것이 있으면 형부가 직접 차로 실어 날랐습니다.

언니는 그러지말라해도 형부가 나서서 그렇게 했답니다.

나는 평생, 엄마 언니 형부 올케들의 보살핌으로 살아왔지요.

복이 많은 것인지 한심스러운 것인지...

이 나이되도록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구순을 눈앞에 두고 지난해 돌아가신 당신 누님께

하루도 빠짐없이 약숫물을 길어다 드리던 정많은 우리형부.

건강하게 10년만 더 사셨으면 합니다.

온갖 성인병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사말도 잘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사시는 정신 건강한 우리형부께서

지금처럼만 활발히 사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핸섬하게 차려입고 친구들이 모여있는 사무실로

즐겁게 '출근'하는 우리형부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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