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12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eunbee~ 2012. 6. 5. 00:23

 

                                                                                                                              가브로보 유머박물관 옆 광장

 

우리버스는 잘도 달린다. 벨리코투르노보에서 약 1시간을 달려 가브로보Gabrovo라는 불가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왔다.

발칸산맥 중부 얀트라강이 흐르고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이작은 도시는 '유머와 풍자의 수도'라는 별명을 가졌단다.

 

해발 1700m 이상의 높은 Shipka고개에서 휴식도하며, 울창한 침엽수림과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자란 자작나무들을 바라보며

발칸산맥을 넘어왔다. 오는 동안 울창한 숲에 취해 마음은 사뭇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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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카르파티아 습곡이 연장된 것이다. 세세르비아 국경 근처인 티모크 계곡에서 동쪽으로 530㎞ 정도를 뻗어나가 여러 개의 지맥에 이르고 있으며, 보테브 봉우리에서 높이 2,376m까지 솟았다가 흑해에 있는 노스에미네 곶에 이르러 갑작스럽게 끊긴다. 또한 북쪽의 도나우 강과 남쪽의 마리차 강 사이에서 주요분계선을 이루는데 시프카 고개를 비롯한 20여 개의 고개, 3개의 철도선, 이스쿠르 강이 가로지르고 있다. 역청탄·무연탄·흑연·금속광 등의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으며 온천수와 광천수가 나온다. 고산초원은 고도가 낮아지면서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으로 바뀐다. 벨리코와 투르노보 같은 산악도시들은 일찍이 불가리아 민족주의 운동의 거점이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릴 때를 제외하면 쉽게 오를 수 있는 이 산맥은 도나우 강 유역의 대륙성기후와 산맥 남쪽의 아(亞)대륙성기후 사이를 구분 짓는 기후 경계선이 되고 있다. 강우량은 1,000㎜를 넘으며, 겨울이 길고 혹독하다. 골짜기와 강유역이 농사짓기에 적당하며, 관광업이 다소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브리태니커 검색

 

가브로보는 14c부터,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에서 생겨난 패잔병들이 모여 이룩한 매우 작은 마을이었으나,

소피아에 인접해 있는 관계로 1860년에 시로 승격하였다.

인구는 증가하고 그에따른 식량이 부족하고 보니 자린고비 정신이 그들을 지탱케했다.

사람들은 자린고비로 살고 있으면서도 생활의 여유를 갖기위해 유머를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며

착한 심성을 바탕한 유머러스함을 잊지않고 살고 있단다.

각종 공예품이 특산품이며 매년 5월에는 세계유머풍자 축제가 열린단다.

 

밖에는 비가 계속내리고 우리는 유머 박물관을 관람하러 들어갔다.

 

자린고비 이야기가 얽힌 꼬리잘린 고양이는 이도시의 상징.

 

 

유머 박물관에는 세계유머풍자 축제 때의 행사 사진을 진열해 두기도 했다.

 

 

자린고비 내용을 그린 그림들.

그림 내용은 노동력의 효율성 극대화.ㅋㅋㅋ

 

 

가브로보 사람들은 엔진없는 차도 잘 타고 다닐 줄 알고,

 

 

밤새워 일하려고 시간도 멈추어 두며,

 

 

암탉이 달걀을 낳아 놓았다는 걸 잊고 자꾸만 낳게 하려고 달걀을 숨기는 장치도 해두고,

 

 

고양이가 문턱을 넘을 때 꼬리가 길면 방문이 한참이나 열려있어야 하니

열손실을 우려해서 고양이 꼬리도 잘라 버렸다네. 하하하~

 

자린고비 노릇을 하는 행위 속에는 반드시 유머가 숨어있어, 야박하거나 각박하거나

짜증스럽지 않단다. 얼마나 지혜로운 삶의 태도인가.

 

 

'가브로보 고양이Gabrovo Cat -Mihail Benchev작-'라는 이작품 앞에는 이런 글을 새겨놓았다.

 

Make a wish,

And touch the cat .

The cat will make your wish a fact !

 

이들이 고양이에게 소원을 비는 것중에는 무엇이 가장 많을까?

사랑? 돈? 건강? 명예? 아니 아니 아니, 온 세상 사람들과의 행복한 만남 일거야~

 

 

'THE MUMMER'S BELLS'

딩딩딩~ 울리며 지나가면서 불운을 소리내서 외치면 재수없던 그것들이 확~ 달아나 버린다나?

 

 

유머러스한 조각품, 그림, 그리고 타피스리까지 전시되어있는 전시장.

우리나라 사람 작품도 (그림) 두 작품이 있다던데...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발견하지 못했다.ㅋ

그러나 그 '유머'라는 것은 문화적 정서가 일치해야만 실감나는 것이다.

유머 박물관에 와서 전시된 작품을 봐도 나는 그닥 우습거나 유머러스하다는 특별한 내용이나

반짝이는 '그무엇'=웃음을 유발하거나 재치있는 요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 이 아둔함이여. 그러나 '문화의 차이야' 라면서 위로!ㅋㅋ

 

 

박물관 안내 데스크 옆 휴식공간에 걸려있는 타피스트리가 재미있어서....

"얘!! 그만 먹어!"

 

 

비는 계속내린다. 우리의 코치는 이렇다한들 저렇다한들 잘도 달린다.

루마니아 청년 플로린은 정말 고달프겠다.ㅉㅉ~  이름도 여자같고 그의 성정도 여자같고..

그러나 핸들잡은 손과 정신만큼은 그의 몸집처럼 강건하다. 천만다행~ㅎ

 

 

발칸을 지나는 모든 산맥은 알프스산맥에 속한다.

먼 산에는 자주 흰눈이 보이고, 그것을 보는 우리는 그것에 마음을 쏟느라 지루한 줄 모른다.

그 또한 천만다행~ ㅋ. 울창한 숲과 높은 고개들을 넘나들다가 너른 평야를 만나는 여정도 지루할 새가 없게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자의 대부분이 길위를 달리는 시간에는 잠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 ㅎㅎ

 

 

이런 풍경도 지나치고

 

 

저런 풍경도 지나서,

 

 

장미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우리는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불가리아의 특산물 중 하나가 장미오일. 얼마전까지만해도 세계 장미오일 시장을 80% 점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40%로 감소. 장미 3000송이에서 장미오일 1g을 추출한다고 하니, 햐~

 

장미오일을 생산하고 장미축제가 벌어지는 도시가 바로 카잔루크Kazanluk

 

카잔루크Kazanluk는 발칸산맥과 스레드나고라산맥 사이에 끼어있는 '장미의 골짜기'에 위치한다.

'장미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도시는 기원전 4~3c에는 트라키아의 지배를, 14c중엽에는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1877~1878 러시아-투르크전쟁 당시 불가리아 영토가 되었으며 2차세계대전 후에는 불가리아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기후가 온난하여, 장미, 박하, 라벤더, 바질, 금잔화 재배가 활발, 부근에 트라키아고분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이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며, 유명 배우들과 예술가들을 배출한 역사깊은 도시이다.

 

 

장미밭에서는 세 사람이 장미꽃을 따고 있었다.

장미를 따는 때는 해뜨기 전이라는데 이날은 비도 오고 구름이 많은 날이니

오후시간에 장미밭에서 꽃을 따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행들은 버스 옆에서 장미밭을 찍느라 몰려있고, 나는 장미자루로 보이는 것을 메고 나오는 남자곁으로

살그머니~^^다가갔다. 무엇일까 궁금해서..ㅋ 밭에서 나온 남자는 트렁크문을 열고 장미자루를 넣는다.

하얀자루 속에 분홍장미가 담겨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장미밭 아저씨를 보고 웃었다. 그도 웃는다. 그러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장미밭으로 따라 들어갔다. 장미꽃을 따서 건내준다. 고맙다고 하면서 받았다. 꽃냄새를 맡고 있을 때 길동무가

용기를 내어서 내곁까지 장미숲으로 들어왔다. 아저씨는 저만치서 장미꽃송이를 따고 있는 두 사람을 부른다.

모델로 삼고 사진을 찍으란다. 오모나~ 이런 행운이!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한 컷 찍었다.

남자 집시는 자연스러운 포즈로 모델이 되어준다. 다음엔 여자 집시에게 오라고 해서 또 찍으란다.

오모나~ 어쩜 이리도 친절하실까. 일하던 손을 놓고 나그네의 사진모델을 하게 하다니...

 

 

 

집시, 유럽대륙의 골칫덩어리, 여길가도 저길가도 천덕꾸러기에 눈치쟁이에 거렁뱅이에

뜨내기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 그들은 인도 구자라트 지역에서 살던 아리안계 혈통을 가진 인도인들이

십자군 전쟁시 유럽으로 유입되어 살게 되면서부터 집시의 집단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인을 여행할 적에 산악지역 석벽 동굴을 지나치며 들은 이야기로는

대대손손 그곳에서 살아왔다고 하던데... 아무튼 집시는 유럽 어디를 가나 골치거리로 낙인찍혔다.

루마니아에 특히 집시가 많게 된 까닭은 일찌기 발칸반도에서는 루마니아가 가장 먼저 발전했기 때문이란다.

 

서유럽에서는 집시들을 몰아내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그에대한 정책이나 방안을 내놓기도했고,

사람들은 집시가 곁에 오면 마치 전염병 보균자를 보듯, 도둑을 보듯(실제 그들은 도둑들이 많다) 경계하고

몹시 싫어한다. 그것을 아는 그들은 왜 슬프지않겠는가.

 

 

가여운 인생을 살아가는 집시 중 한사람인 이청년이 우리에게 이렇게 순진스런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자기의 고용주가 부르니 오고, 와서 이렇게 나그네를 위해서...순박한 미소를 띄우며..

그 역시 나처럼 따스한 기분이었을까? 그런 감정은 나혼자 느끼는 매우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내게 느껴지니, 그도 따스한 마음이었으리라 나는 믿고 싶다.

 

 

길동무도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꽃송이를 들고 여자집시랑 다정하게 머리맞대고 서서

화알짝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천국에서 만난 미소처럼 꾸밈없이 행복한 미소다. 우린 잠시 그렇게 행복에 젖었다.

그리고, 고마움의 표시로 달러를 내밀었다. 오마나! 깜짝이야!

장미밭 아저씨가 단호한 손짓과 단호한 목소리로, 노우!!!! 그소리와 몸짓이 얼마나 단호했던지 길동무와 나는

깜짝 놀라기도 했고, 몹시 민망하기도 했다. 그들의 호의를 '돈'으로 치룰 생각을 한 것 같아 매우 미안하고 민망했다.

장미밭 아저씨가 우리의 마음을 읽었나 보다. 웃으면서 괜찮다고, 됐다고, 그런 표정을 한다.

부끄러움과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많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에게(그들의 친절은 팁을 바라는 것이기도 했지만, 나역시 당연히 팁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었으니까)

했던 나의 행동을 되짚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상황을 만난 것이다.

 친절과 호의를 돈으로 갚던, 내가 했던 행동은 과연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당연한 보답이었을까?

 

쿠바에서 어린이에게 절대로 돈을 주지 못하게 하던 큰딸의 말이 생각난다. '자존심있게 사는 것을 깨우쳐야 해. 어린애들에게

돈을 줘서는 안돼. 그 것은 그들을 비굴하게 살도록 만드는 일일뿐 결코 돕는 일이 아니야.'

그러함에도 나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당장 저들은 돈이 필요한데....하면서 안타까움에 갈등을 했었지.

 

모든 일은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그순간 참으로 착잡하고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한가지 분명한 그순간의 감정은, 울고 싶어지는 울먹임이 내목구멍을 밀어올리고 있었다는 것.

사람과 사람이 주고 받는 순수한 정에 감응되었다고 해야하나?

 

우리들의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가이드가 일행에게 사탕이나 쵸컬릿 등을 부탁해서

한봉지의 사탕봉지를 만들어와서 장미밭 아저씨에게 건내니 그것은 받는다. 기분좋은 표정으로.

 

 

아까부터 나는 내가슴에 손을 얹고 있었으며, 버스의 내자리로 돌아와서는 가슴을 살살 쓸어내려주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세 사람 모두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뒤늦게 카메라를 잡은 나는 남자집시의 작별만 담을 수 있었다.

멀리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차창밖으로 오래도록 지켜보며, 목구멍을 기어오르던 뭉클한 덩어리를 꿀꺽 삼켰다.

난 감동을 너무 잘해서 탈이야. 이건 거의 배냇병에 불치병이다.

 

여행은 '그무엇'을 보거나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고, 예정되어있지 않은 순간의 감동을 만나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내게는...

 

발칸의 여행이 아무리 엉터리로 이어져 가고 있다해도, 나는 장미밭에서 만난 천국의 마음과 미소를 껴안았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내겐 장미밭의 사건은 감동으로 새겨진 커다란 보너스였다.

여행의 행복함이나 여행의 보람이 그보다 더 크거나 값진 것이 달리 또 있을까.

 

고마워요. 집시 청년과 아가씨.

그리고 장미밭 아저씨~~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면 그순간의 내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을텐데....참, 그렇다. 에효~

 

 

우리는 카잔루크라는 곳에서 잠을 자기위해 불가리아 최대의 장미축제가 열린다는 카잔루크로 온 것이다.

카잔루크지방에서 장미를 재배한 역사는 벌써 3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아직 장미축제 계절이 아니라서 우리는 알바나시를 방문했던 것이고, 이곳에서는 호텔만 이용하게 된단다.

호텔로 가기전에 아직 갈곳이 남아있다. 전통 마을 코프리브슈티짜라는 발음도 요상한 전통마을관광이 남았다.

 

 

잠시 시장을 둘러 보았다. 조악스런 공예품들이 모여있거나, 어느시장을 가도 늘 보던 과일들을 팔고 있는

과일가게들이었는데, 불가리아를 다니는 동안 그 어디에서 보는 것과 다름없는 허름한 시장이며 허름한 물건들이다.

 

 

로컬가이드가 말한다.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예요. 불가리아는..."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남의 것을 탐할 줄도 모르고, 주어진 여건속에서 순하게 만족하며 사는

착한 사람들이란다. 산악국가라서 매우 순박하기도 하지만 천성적으로 착하단다.

 

 

한국에서 함께 간 가이드가 말한다.

"그러나 속은 터져요. 느긋하지요. 계산도 느리고, 일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꼭 불가리아 뿐만아니라 루마니아 사람들도 그러한 편이지요."란다.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이 우리나라의 서너배 이상씩 비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되도록이면 난방도 최소로,

온수도 최소한, 전력낭비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기때문에, 비워둔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한단다.

 

"따뜻한 물이 안나오는데요?"

"기다려~ 지금 만들고 있어~."

"얼마나 걸릴까요? 한 시간?"

"글쎄~ 모르겠어. 기다려 봐~."

호텔에 묵은 사람은 밤새 기다려도 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재촉을 한다.

"아침에 씻어~"

아침이 되었다. 그래도 뜨거운물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물이 아직도 안나와요. 어제 밤에도 못씻었는데...."

"어제 따뜻한 물 나왔을 걸?"

 

ㅎㅎㅎ~

이렇게 느긋하대요.

 

 

 

 

여기는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불가리아,

장미밭에서도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불가리아,

유머 박물관이 있고, 세계 유머풍자 축제가 벌어지고, 장미축제를 벌이는 나라 불가리아,

불가리아입니다.

 

아직도 국경을 넘으려면 한참 멀었으니 

뜨거운 물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그냥 잠들어야 합니다.

그렇다해도 참아주고 싶은 착한 사람들의 나라 불가리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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