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을 보면 늘 반갑다.
어느나라 그 어느곳에서 만나도 그러하다.
어디론가 편지를 보내고 싶고, 누군가에게서 편지가 올 것만 같고...
프랑스는 모든 공적인 일도 우체통을 통해야만 해결된다.
민원서류며, 은행사무며, 하물며 지불해야하는 공적인 돈이며 집세까지도
수표에 기입해서 우체통에 넣어야한다.
그 신속치못한 행정처리방법에 혀를 내두르는 작은딸은
'편지 주고 받다가 망할 나라'라고 구시렁대며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있다.ㅋ
작은딸은 내가 산책나갈 때 자주 편지봉투를 건낸다.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은 때문이다.
자질구레한 세금까지도 봉투에 넣어 우체통에게 부탁해야하니, 이나라 행정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
은비도 가끔은 내 손에 편지를 쥐어주며 부탁한다. 전학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들이다.
나도 더러는 그림엽서를 들고 우체통으로 향한다.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넣는 순간 나는 늘 짧은 기도를 한다.
수표를 넣은 편지는 잘못 갈까봐 걱정에서 기도하고, ㅋㅋ
은비의 편지를 넣을 때는 은비의 모든 관계가 아름답게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그림엽서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내마음이니 꼭 가서 닿으라고...
그리고 편지를 넣은 후엔 우체통 어깨에 살짝 손을 얹는다. 고맙다고... ^*^
내 편지는 언제나 '에뜨랑제'라고 쓰여진 오른쪽 입구에 넣으니
그때마다 내자신이 '에뜨랑제'임이 확인되며, 알지못할 쓸쓸한 감상이 잠시 몰려온다.
소녀적 만난 '에뜨랑제'라는 이말은 얼마나 가슴두근거리게 하던 단어였던가.
노랑 우체통 앞에서 편지를 넣을 때만큼만의 설레임이 좋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 설레임을 사랑하고 있었다.
2012. 4. 5.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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