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은비 까비 그리고...사랑은..

eunbee~ 2012. 3. 26. 02:50

 

 

봄이 되니 까비털이 많이 빠져요.

내가 자주 빗겨주는데, 까비털은 얼마나 가늘고 가볍고 보드라운지

빗끝에서 하늘하늘~ 온 사방으로 날아가 버려요. 따스한 햇살이 정원잔디 위에 내려앉으면

밖에 나가서 햇볕드는 곳을 잘 골라앉아서 한참을 있다가 들어오고는 하지요.

새벽부터 작은 소리로 옹와~옹와~이런 비슷한 발음으로 우릴 부르는데 그 소리가 마치 '엄마~엄마~'하는 것 같아요.

까비는 매우 슬픈 가락으로 깜깜한 새벽에 나를 단잠에서 깨우지요. 말이 서툰 애기 같아요.

 

은비가 언젠가 내게 말하더군요.

"만일 급하게 대피해야 되는 일이 생기면 나는 가장 먼저 까비를 안고 뛰어나갈 거야."

이렇게 은비는 까비를 사랑합니다. 그런일 있으면 까비 스스로가 가장 먼저 뛰어나갈 것이라 했더니

우리 까비는 바보 같아서 그럴줄 모른다네요.ㅋ 은비에게도 까비는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며 애기인가 봐요.

 

사랑은 그를 얼마나 염려하느냐 하는 것과 비례해요.

 

 

은비가 기타를 치면 까비는 가만히 앉아있어요.

그러나 은비가 피아노를 치면 까비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지요.

그래서 은비는 까비가 자기곁에 있는 것이 귀찮으면 피아노를 쳐요.ㅋㅋ

 

은비 학교에서 숙제를 내줬는데, 25장 이상의 컷으로 된 움직이는 그림(한 동작을 여러장으로 그려서

빠르게 넘기면 움직이는 동작이 되는)을 그리는 것이에요. 은비가 30장 정도를 그리는 것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은비엄마가 서너장을 그렸어요. 그런데 은비가 보더니 밉게 그렸다면서

자기엄마가 그린 것을 모두 골라냈어요. 그리고 자기가 50장을 채워 그리더군요.

 

은비엄마가 웃으면서 "글쎄말야~ 내솜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이래가지고도 미술을 했다니..원 "

ㅋㅋㅋ~ 은비솜씨가 워낙 좋으니.... 자기엄마의 것도 맘에 안들어 합니다.

아마도 자기아빠가 해줬다면 비교할 것도 없이 좋아했을거예요. 아빠는 무조건 좋아하거든요.

 

사랑은 조건이 없는 것일까요?  그정도면 절대사랑 범주의 것이겠죠?

 

 

큰딸집에 가면 108계단을 오르며 염송을 하지요.

[마하 반야 바라밀]을 하면서 한 계단씩 오르면 쉽게 올라가 지거든요.

까마득한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면 108이란 숫자의 높이도 아득합니다.ㅎ

큰애가 말했어요. "엄마는 마하반야바라밀이라고 해? 아마도 은비엄만 [로또당첨,로또당첨]이러면서 올라 올걸?" ㅋ~

 

큰애가 내것이랑 작은애것이랑 안경테를 마련해 두었다고 해서 가지러 왔어요.

큰애는 늘 바쁘니까, 먹고 할 일이라고는 걷는 일밖에 없는 내가 108 바라밀염송을 할겸 왔지요.ㅎ

은비엄마가 내게 말했다우. "엄마의 올해 3대과제는 안경 바꾸는 일, 헤어스타일 바꾸는 일, 그리고

치아치료에 의한 홀쭉해진 볼을 통통하게 복원(?^^)하는 일이니 반드시 목표달성 하셔~" 하핫

 

그래서 우선 제1과제 해결로 안경테를 바꿨어요. 그 유명하다는 C~로. ㅋㅋ

그런데 작은애 안경케이스가 내것보다 훨~예쁘네요. 하핫

'비우자'고 외친지가 며칠이나 됐다고,안경케이스가 예쁘네 마네...하면서 이렇게... 나도 못 말려~ㅠ

 

사랑은 소소한 것까지 챙기고 배려하고 참견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써머타임(일광절약시간)이 시작되었답니다. 당겨진 아침시간으로 이렇게 저녁시간이 한가롭습니다.

큰애네 집에서 먼 하늘의 아스름한 노을빛에 취해서 마냥 창밖을 날아다닙니다.

108계단을 오르면 마음 흔드는 풍경을 마련해 둔 이집이 좋습니다.

 

사랑은 그사람이 머문 자리까지 포근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합니다.

 

 

'파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퐁피두센터 광장에서  (0) 2012.04.02
메마른 파리  (0) 2012.03.28
우연한 일  (0) 2012.03.25
뽀얀 봄안개 속을...  (0) 2012.03.22
나에겐...  (0)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