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사돈 이야기

eunbee~ 2011. 12. 4. 13:53

우리집은 두 딸, 한 아들을 두었으니, 세 집 사돈을 갖게 되었다.

어제는 나의 특별한 기념날이라해서 며느님네 부모님께서 각별한 정을 표시해 오셨다.

올해는 내가 한국에 있으니 이기회를 놓치지 않으셨나 보다.

전화로 인사를 건내며 두 안사돈끼리 즐거운 수다도 한참을 늘어 놓았다.

세집 사돈 중에서 나이가 비슷한 며느님네 사돈이 가장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내 입장이 아들을 가진 입장에서라는 묘한 심적작용에 기인함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들네 사돈과 딸네 사돈과는 그 바탕에 깔린 정서부터가 다르다고 한다.

아들 딸에 대한 차별이나 구별이 전혀 없는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들쪽 사돈들은 크게 긴장되지 않고, 딸네쪽 사돈들은 그 친밀도와 관계없이 왠지 어려운 듯하기도 하다.

참으로 이상스런 정서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남아선호사상이 배어있는 동양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위쪽 사돈어른들이 나보다 연세들이 훨씬 많으신 까닭도 있겠지만 말이다.

'딸 가진 죄'라는 우리네 옛말도 있지않던가. 괜시리 딸네쪽 사돈에게는 더 조심스럽고 뭔가 약한 위치에 있는 듯한,

내가 조심해서 내딸이 그댁에서 더 사랑받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허허헛 참 슬픈 망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란 말이다.

 

아무튼 우리집 사돈지간의 이야기를 한번 늘어놔 보자.

큰애네는 시댁이 프랑스인인데도 동양인보다 더 동양인적인 감성들을 지니셨고

기념일마다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해서 어느 한 해, 어느 기념일 한 번 빠짐없이 예의를 차리신다.

사돈어른(나보다 연세가 드셨으니, 이렇게 호칭함이 옳을 것이다)은 꼼꼼하게 불어로 한 페이지 가득 편지를 써서 옆페이지에는

내딸이 번역을 하도록 배려해서 편지를 보내시더니, 내가 영어로 답장을 보내니까 그후로는 영문 편지를 인쇄한 듯 반듯한 글씨로

해마다 때마다 편지를 보내시고 선물을 보내신다. 그뿐이랴. 전화를 하시니...나는 더듬거리는 영어로 사돈어른과 전화로 인사하고

안부전하기에 진땀을 뺀다. 그댁은 다정도 병인양하여, 나를 일년에도 너댓번씩 곤혹을 치르게 한다.

 

둘째 사위님네 사돈댁은 강원도. 산좋고 물좋은 곳에 별장처럼 집을 지으시고 사돈내외분만 따로 산에 들어가서 사신다.

은비가 오면 항상 내가 사돈댁이 있는 그 산골로 은비를 데리고 차를 몰고 간다.

영어교사였던 밭사돈어른은 말수가 없으신 성품,

나는 은비 친할머니랑 함께 음식을 하며, 나이가 훨씬 적은 내가 안사돈의 상차림을 거들며 정다운 시간을 꾸린다.

은비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찻 속에 산골에서 농사지은 이것저것을 사돈어른은 바리바리 챙겨 넣어주신다.

과묵하고 말 수 적은 그댁과는 뭐 별다른 친밀감도 그렇다고 소홀함도 없이 그냥 그렇게 예의차리며 지내고 있다.

그 까닭은 은비네가 프랑스에서 살기 때문에 사돈끼리 오갈 기회도 없고 얼킬 사건도 없으니 그런가 보다..라며 살고 있다.

 

며느님네 친정이랑은 나이도 비슷하고, 아들 며느리가 늘 나랑 가까이에서 살고 있으니

특별난 음식이 있어도 보내오시고, 김장을 해도 따로 마련해서 보내시고,

특별한 기념일에는 서로 알뜰히 마음 전하고, 참석하고...

놀러 오라는둥 가라는둥...자주 전화도 서로 주고 받고, 정답게 지낸다.

프랑스에서 큰사위랑 은비네가 오면 사돈네 별장같은 속리집에 가서 온가족이 며칠씩 난리를 부리다 오기도 한다.ㅋㅋ

 

나는 세 남매를 결혼시키며, '장가를 보낸다. 시집을 보낸다'가 아니라, '새가족을 만난다. 아들이 두 명 더 생겼다

딸하나가 더 생겼다. 내 가족이 세 명 더 늘어났다.' 이런 마음이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그 늘어난 가족 세 명은 세 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주들...사돈들... 패밀리트리의 가지뻗기가

왕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사돈지간의 인연.

아들 딸을 함께 나누고 사는 사돈지간의 인연도 억겁의 인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런지.

 

다정이 병이될 듯이 너무너무도 다정스런 나의 프랑스 사돈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얼 준비할까?ㅎㅎ

며칠 후에 파리에서 만나게 될 큰딸네 사돈가족들을 생각하며,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며칠간 빠져야 하는 행복한 그 고민에

잠시 잠기게 되었다.

 

 

 

나의 패밀리트리는 사돈까지로 벋어나간 것만이 아니다.

이렇게 겨울이를 비롯한 여름이, 까비....그리고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가을이네까지 벋어 있다.ㅎ~

내가 내인연들에게 좋은 역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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