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팽팽하고 잔잔하고 그리고....

eunbee~ 2011. 11. 20. 20:10

 

 

영화 [ 나쁜피 (Bad blood) ]

감독 : 레오 까락스 1986년

출연 : 드니 라방. 줄리엣 비노쉬. 미셀 피콜리. 줄리 델피

 

 

영화 제목이 주는 선입견에서 이영화는

기분이 나쁜 영화, 범죄영화 내지는 잔혹하거나 음침한 영화일 거라는 인상을 받지요.

그러나 내가 본 이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답니다. 물론 몇몇 장면은 섬뜩하기도 하지만 그정도는...ㅋ

 

개봉직전까지도 원제는 [나쁜피]가 아니었구요.

[교수형 당한 언어]

 

감독이 어인 연유로 멋진 원제를 마다하고 [나쁜피]로 바꾸었는지를 모르겠네요.

원제를 그대로 살렸으면 더 좋지않았을까...영화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우선 이영화가 나를 매혹시킨 것은 색채.

약간의 흰색, 부드러우며 차분하고 우울한 밝고 또는 어두운 회색.

회색은 전체적 화면을 구축하고 있으며. 검은색과 균형을 이루어 한컷 한컷을 무게감있게 합니다.

영화전반에 걸쳐 들뜨지않은 색채로, 그 것이 주는 가라앉는 톤에 알맞게, 배우들의 대사도 차분합니다.

마치 속삭이듯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지요.

 

거기에 포인트처럼 빛나는 빨강.

빨간색은 영화전체 장면마다 항상 존재하며 매우 매혹적이지요. 

그 뿐이 아니지요. 악세서리처럼 깜찍하게 어우러지는 파랑, 초록, 분홍...의 액센트.

영화전반이 통일된 이러한 색채로 구성되어, 차분하고 절제된 흡인력을 갖습니다.

 

그 뿐인가요.

음악도 꼭 필요한 적재적소에만 사용되어, 고요로움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채우고

끝내는 엔딩크레딧에도 음악을 배제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진공상태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침묵을 자주 차용합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몇번쯤 진공상태속에 잠겨있는 듯한 적막과 편안함에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 정적은 영화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고, 함께 침잠하며 동화되는 착각에 이르게 합니다.

 

드니 라방은 아예 복화술로 이야기할 때도 많아요.

다양한 요소들은 영화를 매우 농도짙은 흥미로움으로 안내하고, 영화의 완성도와 밀도를 높여주지요.

 

 

나는 이영화의 몇몇 장면이 매우 좋아서 연이어 세번을 연속감상했지요.ㅎ~

그중 진공상태로 몰아가는 두주인공의 스카이다이빙에서의 scene이 인상적이었구요,

아기를 안은 엄마가 귀익은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중 으뜸으로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은

드니 라방이 울고있는 줄리엣 비노쉬를 달래기 위해 어설픈 마술을 부리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에서 줄리엣 비노쉬의 넵킨에도 주의를 기우려 보세요.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라는 영화에서의 지붕위에 앉아 노래부르는 장면만큼 인상적이었답니다.

 

이영화는 소소한 소품들이 어떻게 쓰여지며 영화를 빛내고 완성시키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색색가지의 넵킨 몇 장과 담벼락의 그림자까지 잘 활용되지요.

 

그리고 드니 라방의 온몸연기가 매우 환상적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지요.

그는 잘 훈련된 무용수처럼, 팔하나를 올리는...허리를 구부리고, 틀고, 뛰어오르는... 동작 하나까지도 예술입니다.

[퐁네프의 연인들]에서의 호흡만큼 멋지게 연기하는 드니 라방과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는 압권입니다.

[불루]에서처럼 줄리엣 비노쉬는 맑고 투명함이 깃든 신비로운 표정으로 연기를 하지요.

 

더불어

드니 라방과 줄리엣 비노쉬의 젊은 날의 싱싱한 모습을 만날 수 있구요.

또한 [비포 선셋]의 줄리 델피의 맑고 청아한 싱그러운 모습도 만날 수 있답니다.

줄리 델피가 그렇게 청아했었다니...ㅎㅎ

 

이야기도 특이한 소재를 바탕합니다.

STBO의 설정.

STBO란 사랑이 없는(어느 한쪽이라도) 상대들이 메이크러브를 하면 둘다에게 걸리는 질병으로.

역행성 바이러스에 의한 치명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이 질병을 없애기 위한 백신을 훔쳐내는 이야기랍니다.

그러나 스토리에 열중할 필요가 없는 영화이지요. 적어도 나에겐...ㅋㅋ

 

 

 

영화의 한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봤어요.ㅎㅎ

용량초과라는 잔소리가 떠서ㅋㅋ, 음악이 잘렸습니다.

 

아마도 [나쁜피]라는 영화를 보고 나처럼 영화감상문을 써놓은 사람은 없을 듯해요.

기호란 그리고 감상이란 보편성을 띄울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내가 이영화를 그렇게 보고, 매우 매력있는 영화라서, 연속 3번을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감상은 각자의 몫이니,

아직 이영화를 보지 않으신 블친께서는 기회가 되면 한번 보세욤~ 강추!!!

 

[나쁜 피].. 팽팽하고 잔잔하고 그리고...

완성도 높은 매우 훌륭한 영화예요.

결코 피를 질리도록 느끼게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랍니다.

혹시~~나만 그렇게 감상했나? ㅋ

*^_^*

 

***

 

위에서 언급된,

컬트무비의 진수라는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란 영화를 또한 강력추천합니다.

매우 오래된 영화이니 이미 보셨겠지만서두...

정말 재미나요.[양철북]만큼 재미나요.ㅎ

 

 

'영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바이. 59금 영화 보기  (0) 2012.04.17
무성영화~ 내겐 딱이었다우  (0) 2012.03.21
결국 사라질...  (0) 2011.10.28
내가 본 일본영화 속에는....  (0) 2011.02.22
운명은 운명으로 남겨두려고요.  (0) 201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