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Good & Bye (2008)
감독 타키타 요지로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요시유키 카즈코
영화속에 '돌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 직접 확인 할 것.ㅋㅋ 다이고가 아내에게 돌을 건낸다. 아빠에게 듣던 돌편지....
뽀얀 겨울안개 속에서 눈쌓인 시골길을 자동차 한 대가 느리게 다가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는 오케스트라가 해체되자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신문 구인광고란에서 '여행 도우미'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찾아가 '여행 도우미'가 되는데...
그 여행 도움이라는 일은 납관사의 일이다.
죽음을 맞아 먼먼 하늘나라로 여행길을 떠나는 망자에게 편히 가도록 도와주는 염쟁이.
그가 첫번 째로 하게 된 일은 2주전에 주검이 되어 이미 악취를 풍기는 역겨운 시신을 대하는 일.
이 영화는 일부 김기덕의 영화에서처럼 잔인하거나 혐오스런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처럼 일본영화의 섬세하고 고운 서정이 나는 좋다.
파리소리, 주변 모습, 소품 등으로 모든 역겹거나 혐오스런 장면을 유추하게 해주니,
감독의 연출이 고마웠고, 다행이고, 훌륭하다.ㅎ
염습을 할 때의 경건함은 염습 하는 일을 너머 어떤 예술적인 경지에까지 올라 있다는 느낌을 가져온다.
주검에 대한 경건한 禮는 죽음에 대한 禮이기도 하다.
주검을 닦고, 염하고, 납관하는 장면들이 반복되고, 많은 죽음의 그림자가 영화 전체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첼로 연주나 베토벤과 구노 등의 음악과, 눈이 내리고, 꽃비가 흩날리고, 맑은 개여울, 날아오르는 흰새의 무리들,
눈쌓인 먼산을 이고있는 평화로운 시골풍경 등은 이영화를 매우 부드럽고 서정성 깊게 채색하고 있다.
음악과 풍경은 죽음을 다루는 이영화를 어둡게 하지 않는다.
어린날 아버지는 다른 여자랑 도망을 가고....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주인공은 납관사로 일하면서 자기의 잃었던(기억에서 지워졌던)
아버지를 다시 찾게 된다. 험한 일을 한다고 사람들은 그를 멸시한다. 친구의 질시와 아내의 반대에 부딪혀 고민하지만
그는 점점 염습을 하며 알게 되고 깨닫게 되는 납관사의 일에 어떤 사명감마져 갖게 된다.
염습을 하는 일은 죽은자와 살아남은 자 간의 이승에서의 원만치못한 관계를 다시 사랑으로 이어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염습 후 곱게 단장한 모습과 얼굴은 살아있는 표정으로 바뀐 듯 생생하고, 자는 듯 평화로운 얼굴을 보는 유족들은 하나같이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그 어느 모습보다도 아름다웠다고 말하기도 하며,
망자와 유족의 살아 생전의 원만치 못했던 관계의 벽까지도 허물어 버리게 된다.
죽어서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기 이전에 이미 망자와 유족은 염습으로 인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 이별 앞에서...
원만치 못했던 생활 속에서의 이별을 마지막 염습으로 인해 마음으로 다시 만나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 망자를 보낸다.
아름다운 아이러니다.
히로스에 료코(아내 역)의 해맑은 모습과 표정은 이영화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만든다.
주인공이 다리위에서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서글프네요. 죽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다니.. 어차피 죽으려면 편히 죽지."
지나가던 이웃이 말한다. "돌아가고 싶겠죠. 고향으로..."
갈등하던 다이고는 우연처럼 다가왔던 이 일이 운명으로 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속에서 그의 손동작은 아름답다. 禮와 藝術이 합쳐진 엄숙하게 염습하는 손놀림은 보는 사람을 경건하게 한다.
새하얀.. 또는 보랏빛 비단 수의, 분홍빛 비단 수의, 프린트 무늬의 수의를 곱게 입히고,
곱게 쓰다듬으며(시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동작은 가히... 압권이다)
분단장을 하고, 마지막 입술연지까지 마치고 나면 유족들이 망자에게 인사를 한다.
"고마웠어요." "잘 가세요." 입맞춤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고, 애절하게 눈물짓기도 하고, 축제처럼 웃기도 하고...
주검 앞에서 유족들은 편안한 마음이 되어 고인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낸다.
창백한 주검을 살아있는 표정으로 단장하여, 곱게 잠든 포근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염쟁이의 정성이 가져온 아름다운 이별이다.
영화엔 [鶴 乃 湯]이라는 이름의 목욕탕이 등장한다. 지하수를 나무로 덥혀서 물이 부드럽고, 뜨거워도 따갑지 않다는 이 목욕탕은
이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플롯을 이루고 있다. 이웃간의 사랑, 오래된 인연의 소중함, 그리고 또...그 이상의 무엇.^^
영화의 7할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鶴 乃 湯]이 갖는 무게와 향기는 직접 영화를 보면서 맡고 느껴볼 일이다.
하얀 고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이 몇 번씩이나 화면을 채우는데, 목욕탕의 이름도 '학'이 들어있네. 산뜻하고 인상적인 복선(암시)이야.ㅋ
"죽음은 문이야. 죽는다는 건 끝이 아니야. 죽음을 통과해 나가서 다음 세상을 향하는 거지.
그래서 門이야. 난 문지기로서 많은 사람을 배웅했지. [잘 가세요~ 또 만납시다]하면서..."
[鶴 乃 湯] 여주인과 50년 친구인 화장로에 불붙이는 일을 하는 정다운 이웃노인은 이같이 말하며
목욕탕 여주인의 관에 불을 붙이기 위해 초록 스윗치를 누른다. 결연히...
(정지가 아니고 시작(출발)이라는 의미에서 화장로의 스윗치 색깔을 초록으로 한 걸까? 그럴거야.ㅎ)
세상을 살다가 마침내 떠난다. 그 문턱을 넘어...누구나...
가는 일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잘 사는 것에 마음쓰고 노력하는 것처럼(well being), 잘 가는 것에도 마음을 써야함이다(well dying).
잘 사는 것이 잘 가는 준비이기도 하지만...
죽음은 다시 만나기 위한 또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란다.
이영화는 12세 이상 감상 가능한 영화라고 하지만, 아직 죽음에 대한 생각이 깊지 않을
연령을 고려하여, 나는 이 감상문에서는 '59금 영화'로 매김해 두었다. 하핫
왜냐하면 그 나이쯤에서 봐야 더욱 깊은 울림이 있지않을까...해서.
이영화,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니, 강추!!! ^*^
** 여기서 Tip.^^
염습을 하고 돌아와 아직도 이직업에 대해 갈등하는 주인공,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실내엔 초록 화분들이 가득한 사장님 방에서
소금구이를 먹는 장면이 있다. (이영화에서는 구토를 유발하는 역겨운 매스꺼움이 늘 목구멍에 잠겨있다. 특히 음식 앞에서는 더욱)
"이 것도 죽은 몸이야"하면서 먹는 복어정자주머니 소금구이를 먹는 장면은 어휴~~ 침을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기막힌 느낌을 가져오는
장면이다. 내 목구멍이 간질거리며, 토하고 싶어지며....ㅎㅎ
특히 사장님의 입맛다시며 씹어먹는 그 소리와 소리 때문에 느껴져오는 질감이며, 정자주머니를 내가 씹는 듯하여..오메~기막힌 그 느낌.
그리고... 드디어!! 주인공이 복어정자주머니 소금구이를 한 입 베어물며 입맛 다시는 그 장면!!! 최고!!!
더구나 시신(죽음) 이야기에 精子주머니의 설정이라니....와우~
그 한 장면으로 주인공의 납관사로서의 필연이 예고되는 듯. 하하핫. 꼭 보시와요. 아셨죠? 헤헤~
(가서 상큼한 쥬스 한 잔으로 목을 헹구어 내고 와야 겠어요. 이 영화 보는 내내 그래요. 그러나 아름다운 영화예요.) **
아래 포스터를 보면 영화제목이 '출발'이기도 하다.
제작 노트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보내고’ 싶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보내지고’ 싶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떠나 보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둔 채, 영원히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슬픈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게……
당신의 가슴을 울릴 마지막 배웅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아름다운 인사
굿’ 바이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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