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님에게서 휴대폰 문자가 왔어요.
"엄마, 11시에 출발할테니 식사준비 하지 말고 기다려요. 샤부샤부 먹으러 갈거야."라고...
어제는 친정아버지 생신파티에 간다고 하더니, 오늘은 내게 오기로 했답니다.
내아들 며느리 바쁩니다요. ㅎㅎ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바쁜 일 있으면 못오는 그애들을 외식하게 하기 싫어서
온다는 연락이 오면 늘 식사준비를 해둡니다. 오늘은 삼계탕을 하려고 온갖 재료 준비해서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도록 푹푹 고았습니다. 애들이 현관으로 들어서며 무슨냄새가 이렇게 좋아? 라며 반깁니다.
아드님 며느님 식탁에 앉히고 셋이서 맛있게 냠냠 먹었습니다.
수삼을 넣었더니, 오동통한 인삼이 달디달다고 며느님이 좋아합니다. 내 맘은 흐믓합니다. 호홍~
태재고개 샤부샤부보다 낫지? 하며 은근히 잘 끓여진 삼계탕 자랑도 잊지 않습니다.
나는 맨날 자랑 잘하는 자랑쟁이얌~ㅋㅋ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며느님과 나는 이네들이 결혼하기전부터 이공원을 거닐며
군대간 애인, 아들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추억어린 장소가 여러군데 있습니다. 오늘은 그곳에 앉아서 지난 이야기도 나누었답니다.
7년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으니, 자기들 끼리의 추억이많지만 예비며느리는 이엄마랑도 애틋한 추억이 많이 있답니다.
어버이날 엄마랑 함께 지낸다고 우리집에 와서 지내면서, 함께 이 공원을 산책하던 날들도 있지요.
결혼전에 군대간 연인의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해주는 여자친구도 드물지 않을까요.
엄마 생일이면 살짝 와서 풍선도 매달아 두고, 케익도 장만해 두고...
꽃을 한아름 사다가 식탁위에 예쁘게 꽂아두고 퇴근하는 나를 놀라게 하던 예비며느님이었다우.
자기도 공부하랴 알바하랴 바쁘면서도, 정말 살뜰하게 정을 표시하고 진심으로 우리가족을 대하는 착한 애였습니다.
지금도 우리 딸들과는 친자매처럼 언니 언니 하면서 잘도 지내지요.
아들과 며느리는 서로에게 첫사랑이니, 이네들은 천연기념물이랍니다.
오늘도 둘이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네들은 그 어디서라도
손을 잡고 다녀서, '쟤들은 서로 잃어버릴까봐 그렇게 손을 꼭 잡고 다니나?' 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지요.
결혼 13년차가 그리도 손을 잡고 다니는 커플도 흔치는 않을 거예요.ㅋㅋ
예비 며느리랑 내가 군대간 연인,아들 면회갈 계획을 세우며
아침에 산책나와서 앉아있던 장소는 바로 이곳입니다.
오늘도 이곳에 앉아서 면회가던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네요. 아들이 속한 군대에서 면회를 가장 자주 오는 사람이
아들이었다고, 온 소대(중대?)에 소문났었답니다. 면회 좀 그만 오라고 눈치보인다는 말까지 들었으니까요.ㅋㅋ
엄마가 가고, 연인이 가고, 엄마랑 연인이랑 함께 가고, 친척들이 가고, 친구들이 가고...
그중에 엄마랑 연인이 가장 많이 갔으니, 눈치가 보일만 했나봅니다.ㅎ~
며느님은 엄마 무릎 걱정하느라 내 옆에서 천천히 가는데...
아들은 어디로 가려고 앞서서 저곳으로 접어드는 걸까요? ㅋㅋ 급한 일 있나?? ㅎ~
"아들~ 솜사탕 사먹읍시다~." 엄마 가방을 신나게 흔들고 가는 아들을 불러세웁니다.
솜사탕 장사가 있었거든요. 아들과 며느님은 가던 길 뒤돌아와서 솜사탕을 두 개 샀네요.
"엄마~ 나 어때?" 뒤돌아봤더니,
솜사탕을 먹던 며느리가 이렇게 솜사탕으로 장난을....ㅋㅋ
공원을 완전히 한바퀴 돌았습니다.
오랜만에 셋이서 지난 세월 이야기도 나누며, 가을 공원을 한가롭게 산책했네요.
집에 돌아와 창밖 너머를 내려다 보니...
내집 곁에도 가을잎이 비처럼 쏟아져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 가을의 절정은 오늘의 산책으로 배웅한 것 같습니다.
아드님네는 마트에 가서 장을 봐다가 냉장고를 채워두고 자기네집으로 갔답니다.
아들 며느리 노릇하기도 고달플 것 같아요.
가족의 의무와 사랑은 아름다운 천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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