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eunbee~ 2011. 10. 14. 14:16

 

- 방금(2011.10.14. 오후) 찍은 아파트 창문너머로 보이는 플라타나스-

 

어제밤에도 뽀얀 열이렛 달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옵니다.

 

창가에 앉아 비맞는 나무들을 봅니다. 빗소리를 듣습니다.

언제 보아도 좋은 비오는 풍경을, 오랜만에 보게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또두락 또두락 빗소리가 다정합니다.

플라타나스 너른 잎은 바람에 흔들립니다.

 

더 맑은 가을을 보려고 유리창을 닦았습니다. 닦으나마나 별로 효과는 없네요.ㅋㅋ

춘천 동생이 보았더라면, 이긍~~하면서 자기가 닦았을 거예요.

네 살 터울 그동생은 늘 오빠 같습니다.

 

- 내 아파트 창문에서 내려다 뵈는 비오는 날의 단풍드는 나무 모습-

 

동생은 고향에서 학교 다닐 적에도,

두레박으로 물길어올려 하얀 운동화를 박박 문질러 세탁해서 햇볕에 고들고들 말랐을 즈음에

곱돌(우리 고향 재너머에는 활석광산이 있지요)을 곱게 갈아 가루를 내어

자기 운동화 내 운동화에 골고루 뿌리고 발라서 새하얗게 바짝 말려 둡니다.

월요일에 그 운동화를 신고 학교엘 가면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교복 바지 줄세우는 일도 늘 동생이 했지요.

그런 습관이나 성격에서인지 지금도 동생은 아내보다 손빨래를 더 잘 합니다.ㅎㅎ

샤워를 샤샥~하고 나올 때마다, 항상 거실로 던져지는 수건, 양말, 속옷이 깨끗이 빨려져서 함께 나옵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동생은, 미술교사였던 아내도 일찌기 집에 들어앉히고,

아들은 의사로, 따님은 박사(독일에서 경영학 박사-등급 Magna Cum Laude-)를

받아와서 오자마자 강단에 서있는 실력자로 잘 키웠습니다.

 

-조각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뫼비우스의 띠]-

 

그 동생이 어제 내게 말했습니다.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일뿐이야." 하하핫

오두막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서럽게 우는 나를 물끄러미 보며 말없이 듣더니

동생네를 떠나오는 날 나에게 한 말입니다.

 

감상은 이제 반쯤 접어두고,이성적이고 실리적이며 현실성있게 노년을 꾸려가야 한다고...

당부 당부 몇 번씩이나 당부하더니, 오늘은 [누나에게]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네요.

아무래도 이 철없어 보이는 누나가 염려되나 봅니다.

나는 이렇게 씩씩하고 활기롭게 잘 사는데 말입니다.ㅋㅋ

 

함께 고향에서 학교다닐 적에도 철없어 보이던 누나가, 아직도 소녀같다고 합니다.

"아직도 애네~ 애여~"라는 말을 하면서 자꾸만 웃었습니다.

 

이메일에는 영어공부를 위한 사이트며, 하루 일정을 어떻게 어떻게 보내라는

스케줄의 例까지 적어 보냈습니다.

 

내게는 [누나에게]란 이메일 제목이 가을비보다 더 아련하고 서러운 그리움입니다.

[누나에게]란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얼마나 오래전이던가요.

 

떠나오던 날 말하던, "고양이는 고양이, 개는 개 일뿐이야."라는 말은...

가슴밑바닥에 두둥실 떠 다닙니다.

에혀~~ 철없는 내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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