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들에게 연변 조선족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일까,
파리에 사는 연변인들을 가끔 만날 수 있고, 그들의 애환이나 생활을 조금은 알 수 있어서 일까.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연변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길을 안내하는 청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다.
그청년의 아버지가 자기를 만나러 오기위해 연변으로부터 기차를 타고
호남성 장가계까지 오는 24시간 여의 머나먼 여정에서의 고달픔... 가끔 만나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그는 산구비를 돌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끔 내곁에서 나란히 걸으며, 담담한 표정과 잔잔한 톤으로 스쳐지나치듯 이야기를 한다.
비행기를 탈 줄 몰라서 오로지 기차만을 이용하는 자기 아버지가 가끔 자기에게 오면
그동안의 그리움도 그리움이지만, 그 아버지의 먼 여정이 자기를 더 슬프게 한다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지식이나 용기가 자기 아버지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먼길을 달려오는 아버지, 그 여행길을 안쓰럽고 미안해 하는 아들...이런 마음이 부모자식간의 사랑이겠지....
중국정부는 한족에게는 자녀를 오로지 한 명만 낳도록 법으로 정해 두었지만,
소수민족에게는 산아제한법을 적용시키지 않는단다.
그리고 그 소수민족의 자녀를 학교에 진학시키면, 한 학생당 5만원씩의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단다.
소수민족 가정에서 세 자녀를 낳아 학교에 보내면 월 15만원이 지급되는 셈이니, 중국에서의 보통 월급쟁이 한달 수입과
맞먹는 금액이라고 한다. 자기는 이제 결혼을 했으니 앞으로 자녀를 열 명을 낳을 거란다.ㅎㅎ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에서 언뜻 외로움이 스치고,
내 마음속엔 잠시 강물 한줄기가 흘러 지나간다. 에혀~ 난 왜 이러나 몰라.
그 청년의 말투는 참으로 멜랑꼬리한 여운을 남긴다.
끝말을 항상 '~~~습니다.~~합니다.'로 끝내는 그의 끝말 억양은 체념인듯, 슬픔인듯..
짧게 끊어 체념하듯 던지며 마감하는 끝말에 묘한 여운이 배어있다.
무엇을 설명하든, 무엇을 이야기하든, 그의 말꼬리는 늘 체념섞인 뉘앙스의 여운으로 남겨진다.
그 말투가 나는 또 슬프다. 에혀~ 난 왜 이러나 몰라.
그는 웃지 않는다. 그가 유쾌하게 귀엽고 사랑스런 표정으로 웃는 걸 꼭 한 번 보았다.
엉덩이볼슬레이(내가 붙인 이름)를 타고 내려와서, "와~ 봅슬레이 한 번 재미나게 탔네."하던 내말에 그는 어린애처럼
해맑고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었다. 매우 인상적인 그의 웃음이었다.
나흘동안에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걸 처음 봤으니....
그가 이야기를 한다.
연변에서는 조선족 가정이 언제나 대학을 가장 많이 보냈고, 공부도 제일 잘했었다고..
그러나 요즘은 전혀 그렇지 못하단다. 한국으로.. 그 어디로.. 돈벌러 나간 부모들은 풍족한 돈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학업중인 자녀들을 보살피지 못해서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않게되고, 그러하니 학력이 부진하여
점점 진학률도 낮아지고, 거기에 따르는 문제가 발생된단다.
파리에서 돈을 벌면서, 중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체육용품이며 좋은 옷이며 학용품을 사서 보내던
중국아줌마를 몇 분 알고 있다. 그분들은 불어가 불가능하니, 항상 내큰딸에게 부탁을 해서 옷도 사고 비싼 체육용품도 사고
중국으로 우송도 한다. 내딸들 주변에 있는 중국동포들은 내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서 알게 되고 보게 되고 느끼게 되는 그들의 애달픈 삶을 알기에, 내가 이번 여행에서 만난 연변청년의
이야기에도 남보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가슴이 아파오는 것이리라.
여행의 마지막 날,
고단한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연변청년은 노래를 불러 주겠단다.
웃지도 않고 늘 한결같은 표정의 청년이 노랠 부르겠다니...??
그리고 자기가 노래를 부를테니 박수는 하지 말란다. !!??
언제나 그렇듯 그의 표정은 담담하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자청하면서도 엷은 미소조차 짓지않는다.
[엄마 곱니. 아빠 곱니. 누가누가 곱니.
(하도 오래 떨어져 있으니 생각도 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이어졌을텐데...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서..한소절 빼 먹음 ㅠ)
엄마 없을 때 비빔밥만 먹었고, 아빠 없을 때 도깨비 꿈만 꾸었지.
엄마야, 아빠야, 우리 함께 살자.]
그의 노래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느라, 미쳐 받아 적지 못했지만, 대강 이런 내용의 노래였다.
밥해 주는 엄마가 멀리 떠나있으니, 있는 반찬 그냥 비벼서 먹고
아빠가 없으니 밤마다 무서워서 도깨비 꿈만 꾸느라 오들오들 떨어야 하고,
오래 헤어져 있으니 엄마 아빠 중 누구 얼굴이 더 고운지 생각 조차 나지 않네.
이젠 멀리 가지말고 함께 따스하게 살자는 내용이렸다.
얼마나 슬픈 연변 아이들의 노래인가.
잘 살아 보겠다고,
자식 잘 키워 보겠다고,
프랑스로.. 한국으로...멀리 떠나와, 언어도 불통, 정서도 불통, 천대와 질시를 받아가며
돈을 벌겠다고 떠나온 그들의 삶이 애달프다.
그들의 조상이 이땅을 떠날 때의 상황을 인식하고, 지금의 그들의 처지를 보듬으며,
우리곁에 와서 돈벌이 하겠다고 애쓰는 그들을, 따스한 시선과 정당한 대우로,
그들의 삶을 더 슬프게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귀향길이 늘 포근하듯이
그들의 귀향길도 포근하고 뿌듯하고, 손안에는 가득~ '돈'이라는 것이 들려지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엄마가 고운지 아빠가 고운지 서로 얼굴 쓰다듬으며, 도깨비 꿈 꾸는 무서운 밤도
비빔밥만 먹어야 하는 외로움도 고달픔도... 연변 어린이들 생활속에서 없어지기를 기도한다.
사진 : 이륙하고 하늘에서 인천공항 부근을 내려다보며, 블로그 친구님의 고욤나무골을 찾느라...ㅎㅎ
황혼의 사진부터는 여행에서 돌아와 리무진을 타고...다시 고욤나무골을 찾느라...ㅎㅎ
아직도 못 찾았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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