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내가 풍경이 되고 싶은 곳

eunbee~ 2011. 9. 17. 20:58

 

 

절벽에 걸려있는 아흔아홉구비의 '통천대도通天大道'가 눈아래 보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서, 우리는 작은 버스를 타고 저 아슬아슬한 길을 오를겁니다.

 

 

이 여행은 케이블카를 몇 개나 몇 번이나 타는 거얌?

오래오래 천천히 공중을 날아가는 리프트도 아주 길게 길게~ 탔는데...

 

 

 

 

 

버스에 올라 통천대도를 달려서 천문동(산봉우리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석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허술한 작은 버스에 승객은 하나가득입니다.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사람도 있지요.

브레이크 점검이나 단단히 하고 다니는지...운전기사의 정신이나 맑은지...

이렇게 아슬아슬한 천길 낭떠러지 길을 달릴 때엔 이런 생각 들어욤~ㅠ

 

 

 

우측 창가에 앉아서 통로건너 좌측 창문을 통해 본, 버스가 달려온 산구비길과 봉우리들이에요.

 

 

구불구불 아슬아슬 수많은 급커브의 좁은 산길 '통천대도'를 부실한 버스로 뒤뚱거리며 달렸습니다.

천문동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999계단을 올라야하는 하늘향해 뚫린 하늘문을 아득히 바라봅니다.

천문동 주위에는 구름이 머물어서 마치 자욱한 연기 같았지요.

 

 

 

반쯤 올랐습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곳 역시 안개속 풍경이군요.

 

 

몇시간 후에, 1000개의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할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는터라

여기서는 이쯤에서 오르기를 단념했다우. 까마득한 계단 중간쯤에는 피리불고 북을 두드리는 남녀 2인조 연주자가 있어

'만사형통인 지폐' 1000원 한 장을 건내며, 아리랑을 부탁했어요.

느린템포로 부드럽게 연주되는 아리랑은 온 산으로 퍼져나가고, 나그네는 계단에 걸터앉아 나만을 위한 연주야~하면서

멋진 감상에 잠겨봅니다. 순간의 여건을 이렇게 아름답게 활용해 보는 것도 참으로 의미있는 일입니다.

 

 

산구비 돌아돌아 걸어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계획되었던 1000개의 계단 내려가기가 시작되었답니다.

비는 주룩주룩...계단은 미끌미끌...내려가는 아줌씨는 더듬더듬...ㅋㅋ

 

 

비를 맞으며 1000개의 계단을 내려와서, 엉덩이에 입는 두꺼운 깔개 뒷치마(ㅋㅋ)를 입고

15분동안 슬라이딩하는 구불구불한 돌미끄럼틀을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엉덩이로 밀고 내려가는 봅슬레이였다우. 얼마나 신나던지...한번더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었어요.ㅎㅎ

다 내려와서 와우~ 멋진 봅슬레이였네.라고 했더니 현지인은 그말 처음 들어본다는 듯 기분좋게 웃습니다.

오호홍~ 왜 이리 잼난거얏. 한 번 더 미끄러질 수 없나? 15분을 미끄러졌다는데 단 5분 같았어욤~

 

 

비닐우비를 또 한 개 샀어욤~ 만사형통지폐 한장 1000원이어요.^*^

후드까지 단단히 잘 올리고, 계곡 트레킹코스를 걸었습니다.

비는 제법 많이 내립니다. 그래도 신나고 즐겁습니다. 첩첩산중 준령과 기암봉우리들 틈을 헤치고

잘 마련된 나무바닥길을 걷는 일은 얼마나 멋지던가요.

 

 

이 사진 이후부터 나는 일행과 떨어져서, 한동안은 두려움도 있었지요. 모두들 앞만보고 어찌나 잘 가는지...

사진기엔 물기가 서리고...앞선 일행은 보이지 않고...주변은 볼 것도 감탄할 것도 많고많고...ㅠㅠ

 

 

어쩜 그리들 앞만보고 가는 거얌???

 

 

 

혹시... 갈림길은 없겠지? 걱정이...

 

 

 

 

 

바위굴 앞에서 일행들은 휴식하고 있네요. 차암~이상한 일이야. 쉬엄쉬엄 걸으며 산천경관 감상하면

구태여 따로 시간내서 쉴 일이 없겠구먼. 그 좋은 경관을 퀵서비스 오토바이처럼 재빨리 통과하고

왜 저기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거얌? 저곳이 선경을 맞을 수 있는 뷰포인트인감? 그러나..절대 아니었음이야~ㅋㅋ

 

 

 

캄캄한 동굴을 통과합니다. 단 1-2분 동안은 완전 암흑입니다. 장님체험학습의 순간이었지요.

암벽을 짚고 더듬더듬... 잠시후 화안한 빛이 비치는 동굴입구가 눈앞에...와~

 

 

 

배를 타고 어디론가 또 갑니다. 천문산 구비구비에서 별별 것을 다 체험합니다.

케이블카, 리프트, 하늘길 오르는 버스, 999계단 오르내리기, 1000개의 계단 내려와서 엉덩이봅슬레이 타기.ㅎㅎ

데크로 된 트레킹로드를 미끄러지며 걷기...빗속에서 막샷날리기...하하하

이젠 배를 탔습니다.

 

 

 

내가 상상하는 매우 '중국적인 풍경'을 만나 기분이 좋았지요.

나는 이런 풍경 정말 좋아요.

 

 

배 앞부분에 서서 사진찍고 있는 나에게 안내인이 위험하다고 앉으래요.

ㅠㅠ~ 왜 위험해? 미끄러운 계단 1000개를 내려올 때는 자기혼자 저만치 관심도 없이 가더니...

그 때가 사실은 훨씬 위험한 상황에 놓여져 있었던 우리 일행이라는 거!! 모르셨어?? 데끼!!

 

 

여행기가 끝나가네요. 이쯤에서 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대형오페라 관람이 있던 날, 밤 11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맛사지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전신맛사지를 하겠다고 신청한 나는

'김혜수 버전'으로 반쯤 걸친 것처럼 보이게 옷을 입고, 호텔맛사지실로 갔다우. 왜 그렇게 야한 패션으로 갔냐구요?

맛사지 받기 좋으라고 ㅋㅋ....그런데 맛사지실 비스듬한 의자에 반쯤 누워있는데,안내인이 들어와서 "남자 맛사지사는 없어요."하더라구요.

엥??? 웬 남자맛사지사? 우리 네여자는 다같이 "남자 필요없어요~" 그래서 여자맛사지사들이 들어왔어요. 물을 한대야씩 안고서...ㅋㅋ

발을 물에 담그고,발 맛사지를 마치고 전신 맛사지를 해준다네요. 나는 오일을 잔뜩 묻혀서 매끄럽고 보들보들하게 해주는 맛사지를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요. 온몸은 아니더라도, 다리며 어깨며 팔이며 가슴 윗부분이며....그러나?? 전혀~아니었답니다.

엥?? 이렇게 건조하고 빡빡하고 맨손으로 손바닥과 힘만으로 문지르고 누르고 비비고 두드리고...뭐 그러는 거였었었었어??? 아뿔싸~

괜시리 기대 잔뜩하고, 야시시 '김혜수 버전' 패션으로 온 내가 스을쩍 무안해졌습니다. 사실은 김혜수보다 더 야했지요.

가슴 푹파인 어깨 끈만 달린 원피스의 길이는 무릎 위였으니까요.

하하핫. 나는 이렇게 맨날 많은 것을 기대해. 푸하하~. 이날 맛사지 김빠졌습니다.ㅋㅋ

 

 

인천공항,

길동무는 이민보따리만큼 불어난 짐을 끌고 다른 방향의 리무진에 올랐고

달랑 케리어하나 가볍게 끌면되는 가*난*한 나는 내방향 리무진에 올라....

내나라의 순한 산하를 보며, 편안한 한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엔 언제나 평온한 느낌이 찾아오는구나. 이 느낌이 좋아~

 

여행!! 그것은 어쩌면 한바탕 꿈 속을 헤집다가 빠져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해..봤다우. ^*^

 

천문산 구비구비 하늘 한자락 보일락말락하는 어느 모롱이에... 돌처럼 앉아

나도 그 풍경이 되었다가 깨어나는...꿈.

꿈같은 꿈을 언제나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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