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천문산을 무대로 한 오페라 감상

eunbee~ 2011. 9. 14. 16:15

 

 

늦은 저녁시간에,

천문산 계곡에서 오페라 공연이 있다기에 피곤함도 아랑곳하지않고, 비를 철철 맞으며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산높고 골깊은 중국 호남성의 밤은, 저녁 여덟시가 넘은 시각부터 이미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습니다.

 

'大型山水實境오페라'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천문산의 우뚝솟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과 깎아지른 절벽들을 무대로 차용한

[天門狐仙]이란 오페라였습니다. 중국답게 많은 등장인물과(500명~1000명) 웅장한 무대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우선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이었지요. 백여 명의 대합창단의 잘 다듬어진 합창과 남성솔로의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의

노래는 황홀한 무대조명과 광대한 무대장치와 더불어 관객의 혼을 빼놓고도 남음이있었습니다.

 

 

[천문호선]은 중국 호남지방의 민간설화로,

구미백호(아홉꼬리를 가진 하얀여우)와 마음씨 착한 산골마을 남정네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옛날 옛날 한옛날, 동물세계의 왕인 호왕은 왕비를 고르는데, 천년을 수련한 백호를 간택했답니다.

아뿔싸!! 그러나 그 구미백호는 인간세상의 아름다움을 동경하였다지 뭡니까.

 

 

어느날 우연히 곤궁에 빠진 구미백호를 착한 산골총각이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둘이는 사랑을 하게 되었더랍니다. 여우세상과 인간세상의 온갖 박해와 방해를 받아가며

어려운 사랑을 이어나가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온갖 고난에도 둘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진다는...해피앤딩 스토리~ㅎㅎ

 

 

그러나 이 공연은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문산의 높은 봉우리와 계곡과 절벽이 그대로 무대로 쓰여지고,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조명이며

멀리 높은 봉우리 위에서 연기하는 인물이 실물크기로 보여지도록 영상트릭?을 이용하는 것이며...

무대왼쪽부터 오른쪽 끝까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방대한 스케일에 놀라고 또 놀랍니다.

일설에 의하면 장이모우 감독이 참가했다는 말도 있으나, 어느 포스터에서도 그의 이름은 발견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공연을 소개한 현지인이 분명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에 참여 했다 해서, 나는 더욱 호기심이 생긴 건 사실입니다.ㅋㅋ

 

 

중국 실물 공연창시자라고 하는 '매수원'이란 사람이 기획 감독했다고 하더군요.

[천문호선]오페라는 계림, 소림사와 함께 중국 3대공연물에 속한답니다.

해발 1592m의 천문산의 협곡이 무대가 되고, 3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을

실제 그 장소에 가면 만나게 됩니다. ㅎㅎ 음악 무용 음향 무대장치 조명...무엇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강추!!!

 

 

합창단도 시시각각 변화있게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마을에서는 닭도 울고 개도 짖고...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노랫소리도 들려옵니다.

매우 현실감있고 정감있는 무대랍니다.

 

 

 

 

 

 

자막은 한자와 영어로 표기되는 것이 왼쪽에,

오른 쪽에는 한글로 표기됩니다. 한국인이 장가계의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커버하고 있다니

한국인 관광객을 배려해야 겠지요? ㅎ

 

 

 

인간을 사랑하게 된 구미백호는 애닯습니다. 하하하

 

 

 

사진 윗부분 하얗게 나타난 것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조명효과입니다.

달도 차고 기울어 시간의 흐름도 나타내고, 눈도 내리고....조명은 여러가지를 표현하지요.

 

 

 

열한 개의 큰북과 백여 명이 넘는 합창단 이외에도 수백명의 출연자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대단합니다.

무대 앞부분에는 호수?도 있어요. 무대위의 배우들이 물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열사흘 달은 구름속을 들락날락 거리고....

저만치 높이 솟은 봉우리와 구비쳐 흐르는 능선은 내디카에는 담기질 않습니다.(안타까워서 한숨을 몇번이나...ㅠㅠ)

어스름 달빛 아래 저만치 높이 솟아 흐르는 검은 능선을 상상해 보세요. 멋지죠?

 

 

무대는 시시각각 변하고, 노래는 웅장하고 수려하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럴듯합니다.

나레이션을 맡은 혼자 부르는 남성 바리톤은 어쩜 그리도 부드럽고 매혹적인 목소리와 가락을

읊어내는지....이 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를 읊듯 은근하고 달콤하게 노래를 불렀다우.

 

 

사진이...참으로 슬픔니다요.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천문산 높은 봉우리에 조명을 비춰서 산봉우리가 우리 앞으로

밝게 와 닿아 무대가 한폭의 산수화가 되는 풍경이지요. 그런데 내 사진 속에는....이렇게...ㅠㅠ

 

 

공연이 끝나려 합니다. 모두들 일어나서 자리를 뜹니다. 왜 그럴까요?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과 박수와 환호와 그리고...그 뒤의 감동을 이들은 왜 포기하고 외면하는 걸까요?

우리 일행도 한사람 남김없이 나가버렸습니다.ㅠㅠ

무대위의 배우들은 안녕~~하는 작별인사의 제스쳐와 함께 노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객은 왜 공연이 마쳐지지도 않았는데, 나가버리는 거얌? 안타깝고 서운했지요.

 

 

앤딩 음악은 얼마나 멋질까.... 아쉽고 아쉬워하면서

나도 객석에서 부시시 일어났습니다. 끝까지 앉아있으면 바보 같아질 것 같아서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일행에게 폐가 되는것도 걱정스럽고...에혀~

 

대공연의 멋진 앤딩장면과 앤딩음악을 못들어서 마아아아아이 서운하고 아쉬웠어요.

그러나 그것이 다~였는지도 몰라요.ㅋㅋ

그래도!! 지금도 아쉬워요. 끝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단 몇 분이면 될 듯도 했는데...

강심장으로 버티고 앉아있지 못하는 스몰에이형인 내가 싫어진 순간이었어요.ㅋㅋ 후회스럽고...

 

대공연에 감탄하는 나에게 현지인이 하는 말,

"심천에 가면 2천 명~3천 명이 출연하는 공연도 있으니, 이것은 아무것도 아녜요."

뭐라구?  심천으로 대공연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 했어요.ㅎㅎ 역시 중국은 스케일과 인해전술에 강해!! ^*^

 

그나저나, 하루 종일의 몇 백 계단 오르내리기에 지친 피곤함이 멋진공연으로 받은 앤돌핀으로

정신 맑게 개이고, 몸 컨디션은 하늘대는 가을바람처럼 싱그러워졌더라는...*^_^*

난 역시 무대체질이야~ 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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