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모순이다.
자유 속에서 생활을 꿈꾸는 아둔한 우여곡절이다.
여행의 길은 그저 멀어서 먼 길이 아니고 길을 알면서도 스스로 나아가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그 길은 절대의 빛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동서남북이 없는 눈부신 환한 빛 속에서
어둠을 조적해서 쌓아가는 제 속의 길이다.
여행은 드러냄이 아니고 숨김이다.
함부로 생활의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고 커다란 비밀을 제 속에 품을 때까지
제 몸을 숨기면서 가야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 유성용 님의 책 속에서 옮김 --
24년 만에 샤워를 즐긴 비너스가 와인수건 위에서 몸을 말린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이일저일로 여기저기 다니느라 땀에 흠씬 젖은 날이다.
시원한 바닷가.. 푸른 하늘.. 뭉게구름.. 바라보며 바람 한 줄기 스친다고 상상하며 거실에 누워 다 읽은 책을 다시 뒤적인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노랫말과 눈길 주는 책 속의 길들이 서로 엇갈린다.
.
.
땀도 식고 책도 더 읽을 페이지를 찾지 못하고...
오래묵은 비너스를 한참 바라보았다.
아~ 그렇다. 저 여인도 덥겠지? 얼마나 목욕이 하고 싶을까.
24년 동안 한번도 목욕을 하지 않은 그녀를 안고 샤워기 앞에 선다.
시원한 물줄기가....
와~ 그녀도 나도 참으로 시원하다.
이 옆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함께였어야 했는데
이번 이사에서 깨져 버렸다. 24년을 함께한 친구였는데...ㅠㅠ
그래서 이렇게 혼자 서 있다. 에구구구~
오늘은 참으로 더운 날이었다. 가을 문턱에서 태양은 그 열기를 더욱 쏟아붓는다.
내일도 오늘처럼 더우려나?
2011. 8. 29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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