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se.Theatre

부활절, 나의 10 to10

eunbee~ 2011. 4. 26. 16:11

부활절 아침

RER B선에 앉아 창밖을 본다.

철로변에 늘어선 아카시아는 벌써 흰꽃을 매달았구나.

낭만스레 오롱조롱 늘어진 하얀 꽃무리들이 메트로의 속도감을 따라 구름같이 흘러간다.

수 킬로를 달리는 동안에도 아카시아꽃은 끝없이 이어진다.

오늘 보니, 아카시아는 낭만스럽게 휘늘어져 피고, 마로니에는 환희롭게 꽃을 피워올린다.

꽃구름이 되어 스쳐지나가는 아카시아 꽃무리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왜 그랬을까. 내 눈가가 촉촉해진 것은.... 

 

베르시공원으로 접어 들었다.

그 많은 꽃들이 어느새 다른 꽃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었다.

난생처음 보는 갖가지 철쭉들이 온갖 색, 온갖 모양의 꽃잎으로 웃고 있다.

이름 모를 꽃들이 곡선으로 휘돌아 줄지어 선 모습에서는 마치 음악소리가 들려 오는 듯하다.

모란은 이미 꽃잎을 뚝뚝 떨군 것도 있고, 이제 막 봉오리로 맺혀있기도 하다.

아! 모란의 계절이구나.

지베르니 모네의 집엘 가야겠다.

 

공원, 거리, 광장..지천으로 늘어서 있고, 또는 숲을 이루고 있는 마로니에는 그꽃잎을 낙화로 흩날리운다.

분홍빛을 머금은 낙화는 바스스~ 물기 없이 떨어져, 봄바람 속에서 지친 몸을 뒤척이고 있다.

그들의 봄날의 이야기들은 머잖은 가을날, 반짝이는 열매로 맺히겠지.

화무십일홍이야. 화무십일홍이구나~ 자꾸만 중얼거린다.

덧없다. 모든 것이 눈깜짝할 찰라.

 

마로니에꽃이 질무렵부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지는 큰애를 생각해서, 나혼자 베르시공원을 들러 꽃구경하고

큰애네집으로 간다. 꽃가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바다가 좋다는 큰딸은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로 점심을 준비해 두었다.

점심 먹고, 산책을 나선다. 큰애네 집 뒤의 '프롬나드 플랑떼'로 향하는 우리는 산책로에 들어서기 직전, 멋진 풍광에 감탄을....와~^*^

푸른잔디 위에 가지각색의 작은러그(깔개)를 펴놓고, 어여쁜 비키니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과 topless의 남자들이

해바라기를 하느라 누워있는 모습을, 5m 쯤의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본다.

해변에 누워있는 모습보다 몇곱이나 아름답다. 푸르고 푸른잔디 위의 비키니들이라니...그것도 거의 T팬티 수준의 디자인이다. 하핫.

파리 12구의 어여쁜 여인과 멋진 남자들은 몽땅 모였나 보다.

디카 들고 오지 않은 내가 살짝 아쉬워하니, "엄마, 이곳엔 주말마다 이런 풍경이니 걱정 말아, 담 주말엔 나도 비키니 입고

저곳에 누워있을테니 엄마는 사진기 가져와서 원없이 팡팡 찍어."란다. ㅎㅎ

 

프롬나드 쁠랑떼~ 가지가지 꽃들은 풀죽고 빛바래 가고 있는데, 장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환상적인 복합색인 장미는

이제 제세상을 만났다. 누가 장미를 붉은 장미, 노랑장미..라고 부르는가. 분홍, 노랑, 크림빛, 연보라빛 등등으로 이루어진 한송이..

송이 마다의 장미는 그냥 '아름다운 장미'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색깔의, 이런 꽃잎의 장미가 있구나.

이 세상은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워.

프롬나드 플랑떼에서 내려서서 바스티유 광장 모퉁이의 '카페 바스티유'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들은 맥주와 카페알롱제를 주문해서 천천히 햇살과 바람과 사람들의 웅성임을 섞어 마신다.

 

오랜만에 보주광장에도 앉아 본다. 큰사위가 파리의 광장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주광장.

사람들이 집회를 하는 것처럼 떼지어 모여앉은 모습은 마치 비둘기 떼들이 앉아있는 것같다.

부활절 휴일인 오늘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 흐른다. 보주광장에 앉은 사람들은 손에 촛불만 들면 영낙없는 촛불시위군중이다.ㅋㅋ

 

마레지구를 산책한다. 까르나발레 박물관 앞에서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맴버 쯤으로 보여지는 노신사들이 스윙재즈를 신나게 연주한다.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기타도 아닌 봉고도 아닌 그 둘이 합쳐진 듯한 낯선악기, 그리고 색소폰과 클라리넷으로 이루어진

'노신사팀 거리의 음악가'들은 빼곡하게 길을 메우고 걷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 낸다.

파리~ 이래서 더욱 사랑하게 된다.

 

이 거리에서 팔라페를 먹을까 했으나, 팔라페집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길게 줄을 섰다.

에구구~ 포기하자. 무척 좋아하는 팔라페를 포기하다니..ㅠㅠ

우리는 인파를 헤집으며 마레지구를 걸어 퐁피두센터를 스쳐지나고, 오페라 가르니에로 향한다.

핫윙을 씹으며 콜라를 홀짝이며....ㅋㅋ

 

발레~

큰애네는 내게 발레나 현대무용공연을 가끔 보여준다. 얼마 전에는 '피나 바우쉬' 생전에 찍어 두었던, 그녀의 활동과 작품을

다큐로 만든 필름을 퐁피두센터 옆에 있는 영화관에서 보았다.

언젠가는 샹젤리제 극장에서 스페인 최고의 플라맹고 무용팀이 공연하는, 오페라식?플라맹고를 관람하기도 했다.

 

오늘 저녁 오페라 가르니에에서의 발레공연 관람은, 산책하다가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서 우리몫의 티켓이 남아있을지가 염려된다.

무조건 오페라에 가서 줄을 섰다. 언제나 행운은 내편! ㅋㅋ  아슬아슬~ 거의 마지막 티켓을 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그 아름다운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발레공연을 보았다. 와우~

 

그것도 영화에서 보던 오페라그라스를 손에 들고 우아하게 감상하는 귀부인이 앉는 그 1층(우린 2층이라고 하는) 우아한 자리에서...

진짜로 오페라그라스를 들었다 놨다하는 신사 숙녀 옆 칸막이에서....

칸막이엔 두자리씩 배치되고 칸칸이 칸을 막아두니 얼마나 좋은지..하핫.

비싼 가격 지불하고 아래층에 앉아 감상하는 파리지엥들을, 단돈 8유로짜리로 눈 내려깔고 내려다 보면서, ...우하하~

 

     마츠 에크    

                                                                     

공연 작품은, 스웨덴의 안무가 MATS EK(마츠 에크 1945. 4. 18~  스웨덴)의

La Maison de Bernarda(55분)1978년

Une Sorte de.... (35분) 1997년.

 

인터미션이 20분 간이라서 좋았다. 그 휘황하게 아름다운 오페라 가르니에의 꿈같은 분위기에 젖어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 있으니.^*^

언제 보아도 황홀한 곳. 천정은 샤갈의 푸르고 붉은 색조의 그림으로 장식되어있고, 샹들리에가 아름다운 곳. 오페라 가르니에!! 내사랑!!

 

마츠 에크는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 2007년인가에 공연했던 [카르멘]을 안무한, 스웨덴의 세계적인 안무가이다.

本 공연감상문은 생략. 쓰려면 또다른 포스팅이 필요할만큼 이야기가 길어진다.ㅋㅋ

La Maison de Bernarda는 심심했고. Une Sorte de....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뒤의 작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부활절날 아침 10시에 집을 나서서, 밤 10시까지 나는 파리나들이를 이렇게 했다.

집에 오니 열시 반, 은비가 "할머니, 나 그림숙제 다 했어."란다.

어제부터 그림숙제를 한다며, 내 수채화 물감이랑 파레트를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초상화]그리기 숙제를 위해

고민을 하더니, 오늘 다 그렸나 보다.

 

Eunbie Chang (1998.8.7~  )파리출생

2011년 작.

'히바리의 초상'

도화지에 수채물감, 크레파스

 

*^______^*

 

 

은비가 그림을 보여주기에 너무도 감탄스러워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었더니 "응~" *^__^*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블로그에 올려도 좋으냐고 묻는 말이 된다는 걸 은비도 안다.ㅎㅎ

그래서 요렇게 은비가 그린 그림숙제를....

그림의 주인공은 은비가 좋아하는 일본만화 속의 '히바리'

 

이렇게, 2011년 4월 25일 하루를 보냈다.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