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파리에서

쇼팽과 상드가 살던 곳

eunbee~ 2010. 12. 10. 05:37

쇼팽의 건강을 회복시키려고 상드는 여러 휴양지로 여행을 다니지만 쇼팽은 점점 더 쇠잔해집니다.

결국 상드와 쇼팽은 다시 파리로 상경해서 이곳 오를레앙 스퀘어의 영국식 건물로 이사를 오지요.

쇼팽은 1층에 살고, 상드는 2층에 삽니다.

두 사람은 결국 1847년에 헤어지고, 그 뒤로 쇼팽도 이곳을 떠나게 되지요.

이후 샤이오 가에서 살다가 마지막에는 방돔 광장으로 이사합니다.
오를레앙 스퀘어, 그리고 두 사람이 살던 건물...
궁금합니다. 
 

 **주헌 님이 제게 보낸 글**

 

블로그 친구 주헌 님이,

늘 한가롭고, 어디로 산책을 나가야 좋을지 모르는 나에게 이런 글을 주셔서

기쁘게 파리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안단테로 걷는 나는, 눈내리는 이날도 천천히

파리에서의 낭만을 즐기며, 쇼팽을.. 상드를.. 찾아, 목적지있는 느린 산책을 합니다.^^

 

블로그 친구가 보낸 글을 올린 속내는,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만나게 되면, 느껴지는 감동이 더욱 크게 새겨짐으로

블로그 친구의 허락도 없이 올렸습니다. 만일 결례가 되었다면 용서와 이해를...^*^

 

 

낭만적 삶의 미술관에서 나온 나는

주헌 님이 적어 준 Square d'Orléans, entrée 80 rue Taitbout (파리 9구)의 이 건물을 쉽게 찾았습니다.

너무나 쉽게 찾아 얼마나 반가웠는지....ㅎㅎ

 

 

Taitbout 거리 80번지!!  너 여기있었구나.

 

 

건물 앞에는 파리시에서 역사적인 곳에 세워두는 역사기념팻말?이 있고.

 

이표지에는 쇼팽과 상드에 관한 기록 뿐만아니라, 이 건물의 2동에는 무용가 Marie Taglioni, 성악가 Pauline Viardot와 그의 남편 Louis,

화가 Dubufe와 조각가 Dantan, 그리고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작가 Alexandre Dumas pere-아버지 뒤마-가

배우 Melanie Serres와 함께 살며,1832년에 'La Tour de Nesle'을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파리 9구의  Taitbout 거리 80번지는 대단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그려.ㅋㅋ

 

 

안으로 들어와 이곳 저곳 살피다보니 무엇인가 내 눈에!!??

 

와~~ 프레데릭 쇼팽이 살던 집이란 글씨가 선명히 새겨진 명패가 벽에....^*^

 

 

80번지 건물에는 각 개별 棟이 많던데, 쇼팽은 9동에 살았답니다.

그러나 이 커다란 9동이 몽땅 쇼팽의 침대가 놓여졌던 곳은 아닐테고, 그중 한 집을 찾아야 하는데...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며, 안뜰도 찍고,

9동의 현관에 주루룩 써있는 현거주자와 입주사무실들의 명패(초인종으로 쓰이는)도 찍고^^

 

 

쇼팽이 딛고 다녔을 현관 앞 계단도 찍고...

그러고 있는데, 이집으로 들어가는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실례합니다. 쇼팽이 살던 집이 여기라면서요?  그는 1층에 살았다고 하던데요?"

"1층인지 0층인지 분명한 것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곳이 맞아요."

"안을 좀 찍어도 될까요?" "그러세요"

앗싸~~~^&^

 

 

그들을 따라 현관으로 들어서서 계단을 오르며 바삐 막샷을 꾹꾹~ 마구 흔들렸습니다.

사진 찍을테니 잠시만요~할 수는 없잖아요. 미안하니까..ㅠㅠ

 

 

"이곳에서인지 이 아래층에서인지, 쇼팽은 매우 작은 방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가족 중에 아빠는 이렇게 말해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어요.

이런 역사적인 건물에 사는데, 좀 자세히 알고나 살지....ㅠㅠ

 

 

아빠와 두 따님이 탄 승강기의 문이 닫깁니다.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계단을 올라 윗층에도 가서 기웃거리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복도식 아파트의 1층을 여기저기 돌아 봅니다.

혹시 쇼팽의 단서라도 발견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ㅋㅋ

그러다가 두 청년들이 윗층에서 내려오기에, 그들에게 물었지요. 쇼팽이 살던 집이 어느 집이냐고...

모른다네요. 참으로 무심하게들 살고 있습니다요.

 

조금은 허전한 마음을 안고 80번지 대문을 나서다가, 그곳에 주루룩 써있는 거주자 또는

입주 회사들의 명패가 있기에, 못읽는 실력으로나마 열심히 읽었습니다.

 

 

9동현판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쇼팽이 없어요.

 

 

그래서 맞은 편 현판도 찬찬히 훑었지요.

앗! 맞은 편 현판에는 5동에 죠르주 상드가 살던 방이 있다고 쓰여있어요. 

????

아니? 따로 살았었단 말이잖아?  같은 아파트 1,2층에 살았다더니?

호홍~ 흥미로운 사실이며, 이런 단서를 발견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우.

 

 

두리번 두리번~ 오모낫!! 고풍스런 조그만 동판에 요런 것도 새겨져 있어요.

이곳 아파트 배치도예요.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쇼팽과 상드는 '아래층 남자 윗층 여자'로 살았던 것이 아니었네요.

 

게다가 이 조그만 동판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두어 번 물어도 모른다던 '오를레앙 스퀘어'도 표시되어있어요.

내가 아까부터 어슬렁거리며, 분수대도 찍고 꽃도 찍고 하던 곳이 내가 찾던 오를레앙 스퀘어? 하하핫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알면서도 안가르쳐주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스퀘어 도를레앙' 이라는 이름만으로, 그 광장을 무척 크게 상상했었다는...ㅋㅋㅋ

 

 

하마터면 놓칠뻔한 상드의 아파트 앞에 섰습니다.

 

 

이곳 80번지에서는 쇼팽이 상드보다 2년 동안을 더 살았었네요.

조르주 상드의 방은 5동 1층이며, 이집은 상드가 살았을 뿐만아니라,

그의 친구들과 사교모임을 갖는 장소로도 쓰여졌다고 합니다.

 

 

덧문 한쪽이 열린 집은 0층이고 1층은 그 위.

 

 

나는 눈이 내리는 안뜰에서 이곳저곳을 사진기에 담으며 누군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천사는 수시로 도처에서 나타나니까요.^*^

 

 

드디어 할머니가 나타나셨어요. 천사일지도 몰라서 가슴이 뜁니다.

"봉수아, 마담~  이곳에 사시나요?" "그래요."

"조르주 상드가 살던 집을 보러 왔어요. 그녀는 어디에 살았나요?" "1층에요."

"함께 들어가서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 그러세요."

 

할머니 천사를 따라서 현관문을 들어서니, 곧바로 엘리베이터 문을 여십니다.

문이 닫히자 4층을 누르십니다. 엥? 1층에 사시는 분이 아니셨네요.ㅠㅠ(급 실망)

내가 1층 버튼을 누르려니, 당신이 내린 후에 누르라 하시네요. 나중 누른 층에서 서 버리니까 그러셨어요.

나의 천사는 그 모습을 잠깐만 보여주시고, 4층에서 내렸습니다.

나는 마치 상드의 혼령을 만났던 것처럼 순간의 홀림같은 느낌이 스쳤습니다.

 

 

더구나 할머니 천사는 이렇게 사라지셨거든요. 흐~

카메라에 잡을 사이도 없이....

 

 

나는 1층 버튼을 누르고, 1층에서 내렸더니,????? 오모나~~ 깜깜 나라야~ 너무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남의 아파트에 잠입해서 불을 결수는 없고,(사실 스위치의 위치를 알리는 작은불빛도 없었지요)

아무데나 적당히 앵글맞추고 셧터눌렀습니다. 플레시 덕분에 매우 좁은 공간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복도식이 아니고 계단식이네요. 우리네 아파트타입으로 말하자면요.ㅋㅋ

 

내가 내린 1층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한 집만 있는 듯했어요.

파리의  백년도 넘은 아파트들의 구조는 한집도 같은 모델의 아파트가 없습니다. 한 동에 있다해도

집구조가 모두 다르지요. 남과 똑같은 것을 싫어하는 이들의 특성이 집에서도 나타납니다.

나는 이리저리 사방으로 돌면서 어둠속에서 감으로 짐작해서 셧터를 눌렀습니다.

 

 

눈 뜬 장님이 되어 찍은 사진입니다.ㅠㅠ

 

 

좌측:상드가 살았다고 추정되는 아파트 문. 우측: 엘리베이터 부스.   뒤: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

그러니 매우 좁은 복도지요?

아파트 안은 어떨지 매우 궁금해요. 창문은 몇 개이며 어느방향으로 향해 있을까...

 

 

붉은 카펫의 계단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를 올려다 보며, 상드의 방을 더듬어 봅니다. 불밝힌 저 집일지도...

쇼팽의 방을 바라보려면, 불켜진 방이 아닐런지...^*^

 

 

네 면 중 한면의 건물 계단에 올라서서 최대로 담아낸 오를레앙 스퀘어 전경.

같은 수종의 나무가 두 그루, 그럭저럭 아름다운 큰 분수가 가운데 있는,

주차장으로도 쓰여지고 있는 아파트 안뜰이었지요.

 

 

쇼팽의 집에서 상드의 집 쪽을 향한 시선으로 찍은 오를레앙 스퀘어 .

 

 

광장 가운데에 있는 분수대.

 

 

이렇게 나는 그들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집을 찾느라, 이곳에서 지내던 시절의 쇼팽과 상드의, 더러는 슬프고 더러는 아름다웠을

그들만의 이야기에 대한 상상을 할 겨를이 없었는데, 이렇게 찾고 나서,

..............

 

광장의 한 귀퉁이에 우두커니 서서 몽상에 잠겼습니다.

쇼팽의 방에서 상드의 방을 건너다 보며, '그들은 이랬겠지? 또..그렇게 했겠지? 아니 이랬을지도 몰라~'

나만의 사랑이야기를 쓰다가, 눈이 내리는 희끄무레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우리는 어이하여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빠져있으며,

우리는 왜 그들의 흔적을 찾아 170 여 년 전의 세월을 되짚고 와서

이렇게 가슴 쓸어내리며, 그들을 기억하는 걸까요.

두 영혼이 빚어낸 예술이란 이름의 최상의 선(아름다움)을 우리가 흠모해서 일까요.

그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악보다는 못합니다.

그렇고말고요.

인간의 창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음악이라고...  늘 생각하며 살고 있으니까요.

 

나는 이제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쇼팽의 자취를 더듬어

파리를, 파리속의 쇼팽을 가슴에 보듬고

이거리 저골목길을 안단테의 속도에 알맞는 우아한 걸음새로 거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