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흐르는 강물처럼

eunbee~ 2010. 7. 15. 09:34

 

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강변 자갈돌들이 햇볕에 익어 손댈 수 없을만큼 뜨거운 여름

강에서 개헤엄을 치다가 귀에 들어간 물을 털어내느라

차돌맹이를 귀에 대고 다른 돌맹이로 귀에 댄 돌을 두드렸지요.

 

귀에 댄 돌은 따뜻하고

귀에서 흘러나온 물도 따뜻하고...

그 감촉이 지금도 내귓바퀴에 맴돕니다.

 

 

강마을에 살던 친구네 집으로 가자면

시내에서 한참이나 걸어야했습니다.

강변 모래섞인 밭에 심은 땅콩이 영글어 갈 때

친구랑 나는 땅콩을 캐서 날것으로 먹었습니다.

비릿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갓 캐낸 생땅콩을 무척 좋아했지요.

열 두어살 국민학교 적 얘기랍니다.

 

개헤엄치다가 지치면

자갈밭에서 예쁜 돌을 찾아 돌맹이 얼굴을 그렸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의 강도 흘러

먼데로 떠났던 오빠도 돌아와 고향을 지키고

열아홉에 고향 떠난 나도

더러는 고향에 머문답니다.

 

 

내 고향은

강과 산이 빙 둘러있는

아름다운 작은도시입니다.

 

지금도 내 형제들이

흐르는 강물처럼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세월의 강을 타고

아름다운 고향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못다 이룬 꿈을 강물에 흘려보내며...

 

강물처럼 순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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