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강변 자갈돌들이 햇볕에 익어 손댈 수 없을만큼 뜨거운 여름
강에서 개헤엄을 치다가 귀에 들어간 물을 털어내느라
차돌맹이를 귀에 대고 다른 돌맹이로 귀에 댄 돌을 두드렸지요.
귀에 댄 돌은 따뜻하고
귀에서 흘러나온 물도 따뜻하고...
그 감촉이 지금도 내귓바퀴에 맴돕니다.
강마을에 살던 친구네 집으로 가자면
시내에서 한참이나 걸어야했습니다.
강변 모래섞인 밭에 심은 땅콩이 영글어 갈 때
친구랑 나는 땅콩을 캐서 날것으로 먹었습니다.
비릿하고 고소하고 달콤한 갓 캐낸 생땅콩을 무척 좋아했지요.
열 두어살 국민학교 적 얘기랍니다.
개헤엄치다가 지치면
자갈밭에서 예쁜 돌을 찾아 돌맹이 얼굴을 그렸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의 강도 흘러
먼데로 떠났던 오빠도 돌아와 고향을 지키고
열아홉에 고향 떠난 나도
더러는 고향에 머문답니다.
내 고향은
강과 산이 빙 둘러있는
아름다운 작은도시입니다.
지금도 내 형제들이
흐르는 강물처럼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세월의 강을 타고
아름다운 고향에서 소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못다 이룬 꿈을 강물에 흘려보내며...
강물처럼 순하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