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It’s a Small World

eunbee~ 2010. 5. 24. 19:45

 

 

블친구를 기다립니다.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듯이, 오후 일곱시의 약속은 아침부터 행복을 가져왔습니다.

약속이란 언제나 미리미리 즐거움에 설레이게 합니다.

네 시에 집을 나섭니다.

 

 

 멀리 미국땅에서 파리로 여행 온 블친에게

어떻게 하면 추억에 남을 일을 선물할 수 있을까 며칠 전부터 궁리를 합니다.

그 일도 또한 참으로 가슴설레이며 행복에 젖는 일입니다.

 

 멀리보이는 미라보 다리

 

블친은 일주일 째 이곳을 여행하고, 이미 파리여행이 두번 째이니

볼만한 곳은 모두 봤을 테지요.

그래서 나는 그녀의 아뽈리네르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날 하루 오후시간을....

 

 

아뽈리네르의 시 [미라보다리]를 프린트해서 가방에 넣고

미라보 다리가 보이는 센느강의 섬같은 산책로를 자꾸만 어슬렁거렸습니다.

내 마음은 사뭇 상기되어있습니다.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세상살이가 재미있기도하고

글로만 만났던 순수한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어서 만나고 싶어집니다.

 

 

It’s a Small World~

세상은 얼마나 좁은가요.

  What a Wonderful World~

세상은 얼마나 멋진가요.

 

 

아~ 그녀를 만났습니다.

미국 포틀랜드 아름다운 마을에서

파리로 날아 온 그녀를 만났습니다.

 

 

순수하고 정열이 넘치고 낭만스러운 모습이

글에서 만나던 그녀와 꼭 같습니다.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고 살 줄 아는

 아름다운 여인 양파~

 

 

아뽈리네르의 詩가 적힌 종이를

소중한 듯 받으며 발그레 미소짓고 행복해했습니다.

아름다운 그녀가...

 

 

우린

이제 방금 처음 만난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는 핏줄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반갑고 기뻤습니다.

아름다운 그녀는 글 속에서처럼 그렇게 순수해 보였습니다.

 

 

센느강이 좌우로 흐르는 '백조의 산책길'에서

세상 사는 이야기

세상 살던 이야기

세상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날아와

고국을 떠난 먼 땅에서

그렇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인연을 가지고 태어났었습니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팔짱끼고 센느강을 거닐 때의

그녀는 참으로 씩씩하고 밝고 화안~했는데

사진속 그녀를 보니,

외롭고 쓸쓸한 그림자가 그녀 곁에 어른거린다는 느낌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올리며 내 마음은 조금 슬퍼지려하고...

조금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그녀의 외로운 현실을 듣게 되어서일까요?

 

 

세상을 참으로 곱고 순수하게 바라보며 

열심히 살고 있는 양파님~

부디 외롭지말고,

세상살이가 조금은 힘들더라도 외롭지는 말고

행복하게 사셔야합니다. 양파님~

 

우리의 짧은 만남이 내 생애에 긴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며

우리의 짧은 이야기들이 긴긴 이야기가 되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날은 저물어, 미라보다리의 어슴프레한 윤곽만을 바라보던 우리

이제 그 노랑색종이에 쓰여진 시인의 시를 읽어 볼 시간이군요.

 

부디 외롭지말고 행복하셔야 해요.

 

***

미라보다리

                  

미라보다리 아래 센느강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

가슴에 새겨두어야 하네

기쁨은 아픔 뒤에 오는 것임을..

 

종소리 울리고 밤은 저물어

세월은 흘러도 나는 제자리

 

우리 서로 바라보며

두 손 맞잡아 만든 다리

그 아래 흘러 퍼지는

오랜 시선의 지친 파문

 

종소리 울리고 밤은 저물어

세월은 흘러도 나는 제자리

 

사랑은 물결처럼 가버리는 것

사랑은 그렇게...

인생은 느리지만

희망은 맹렬한 것처럼

 

종소리 울리고 밤은 저물어

세월은 흘러도 나는 제자리

 

날이 가고 달이 간대도

시간도 사랑도

되돌아오지는 않는 법

미라보 다리 아래 센느강은 흐르네

 

 

종소리 울리고 밤은 저물어

세월은 흘러도 나는 제자리

 

***

 기이욤 아폴리네르(188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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