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Genevieve
성녀 쥬느뷔에브는 파리의 수호신입니다.
4월 9일, 날씨가 화창하기에 뤽상부르공원에서 몇시간을 보내다가
몽빠르나스묘지에 가서 묘석사이를 거닐며 삶과 죽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푸르른 하늘, 한가로운 구름,
봄빛이 화사하여 여기저기 꽃은 만발하고
새들은 우짖습니다.
찬란한 봄볕아래 무덤은 더욱 고요롭고,
이승을 떠난 사람들은 고요로운 봄볕보다 더 고요롭습니다.
죽음은 고요함입니다.
우뚝선 몽빠르나스와 하얗게 빛나는 한 채의 고층건물
발콩으로 늘어진 꽃들과
회색빛 묘석들의 군집이 묘한 앙상블을 이룹니다.
삶과 죽음은 그 동네에서 잘 어우러져 조용한 코러스를 연주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먼저 떠난이들을 기억하려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묘석숲을 지나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고, 조용조용 셧터를 누르며 지나간 세월을 주워담고 있습니다.
묘지에서 나와 낯선길을 걷다보니
단아하고 반듯한 성당이 나를 반깁니다.
노트르담 데 샹Notre-Dame des Champs이라는 이름을 가진 처음 만나는 성당입니다.
성당내부는 다른성당과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정결하고 단정하고 소박하며 맑은 느낌이었습니다.
Saint Genevieve !!!
그곳에 계시는 성녀는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촛불을 밝혀두고
죽은이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나와 맺었던 인연이든 아니든 모두를 생각하며 기도드렸습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죽음을 위한 기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살게 만들어주는 파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바치며
파리수호성녀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모든 기도는
스스로의 위안인지도 모릅니다.
그곳에도 피에타가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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