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 은비가 맛있는 걸 먹다가
치아교정틀이 쬐끔 떨어져나갔다.
에그머니나~
이를 어쩐대.
은비네 현관이 조~오기 정면에 보이네.
수요일은 학교 안가는 날
은비는 잠에서 깨더니, 꿈얘기를 한바탕 늘어놓는다.
앞니 두 개가 쏙 빠져 달아나서 엉엉 울다가 깼는데
잠에서 깨어나서 얼른 이를 더듬어 봤단다.ㅋㅋ
이가 그대로 있어서 어찌나 좋은지...하하하 웃었댄다.
깨진 교정틀 때문에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혼자 엄청나게 고민했나보다.ㅎㅎㅎ
은비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자기일을 해결했다.
무엇인고 하니~
의사에게 진료시간을 약속받는 전화를 스스로 한일이다.
해가 서쪽에서 뜰일이 생겼다.
옷챙겨입고 현관을 나선다.
저만치 혼자서 잘도 걸어간다.
때로는 이가 왕창 빠져나가는 꿈도 꾸는 것이 좋겠구나.
자율성 함양을 위하여....하하하
칫과는 그리 멀지않았다.
그런데 매번 은비를 차에 태우고 실어날랐단 말이지?
아이구~~못말리는 부모들..
넘어지면 코닿을 15분거리인데...난 얼마나 멀다구?
칫과건물은 근사했다.
매끌매끌한 나무층계가 정겨웁고, 아늑한 실내가 포근했다.
현관앞에서 만난 남자애는 혼자 오고 있었다.
은비는 혼자는 절대 못 다닌다.
왜 그럴까?
3층의 칫과 복도에는 모니터가 있었다.
은비앞에 도착한 남자애가 찍찍찍 눌러서 자기가 온 것을 표시해 둔다.
은비도 살짝살짝 제이름위에 손을 대니 입력이 되나보다.
은비 도착했어요~라고..ㅎㅎ
'기다리는 방'이라 쓰여있는 방에서
은비랑 나랑...그 남자애랑...앉아서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예약시간이 될때까지 매우 조용~~하게 시간이 흘렀다.
예약된 1시 30분 정각에 간호사가 엠비~/은비라는 발음을 이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하고
불렀다.
은비가 의사에게 갔다.
25분쯤 흘러, 은비가 생글생글거리며
내가 있는 방으로 왔다.
히~~~
은비가 바보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치아교정틀을 보여줬다.
이렇게 은비의 이빨사건은 끝이 났다.
해피앤딩으로...
벚꽃이 화알짝 핀 은비네 아파트로 다시 돌아왔다.
은비는 이미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나는 아파트 앞집 34번지의 정원을 들여다 보느라
고개를 길게 늘이고 이리기웃 저리기웃 야단이다.
온 동네 집들을 매일 기웃거려서
집집마다 정원들이 어떠한지 빠삭하니 꿰차고 있다.
40번지 할아버지는 오늘은 잠잠하다.
매일 정원손질로 윙윙 쓱쓱 싹싹 난리였는데....
먹보 은비가 무얼 또 심하게!!먹고 이빨 빠지는지
어서 들어가서 참견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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