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내 나라가 슬슬 그리워 진다.

eunbee~ 2010. 1. 20. 20:12

이곳에 온지 50여 일,

딸들과, 은비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파리와

50일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은비가 학교 가느라 현관문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고,

커피를 내려 느긋한 맘으로 창밖을 보며 커피향에 섞인

파리의 아침공기를 감상한다.

파리의 공기는 늘 물기를 머금고 있다.

 

아점심을 느지막하게 먹고

날씨가 좋으면 파리시내 산책을 하던지,

날씨가 궂으면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이곳에 온 이후로 열두권의 책을 읽어 버렸다.

예전에 읽었던 책 다시 읽기도 하고, 큰딸 친구들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신간 서적도 읽는다.

최근에 읽은 '달로'라는 소설을 쓴 예쁜작가는 약관?이던데....장하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던 장정일, 그가 쓴 '구월의 이틀'이란 장편을 읽고 실망했다.

에잉~ 이 책 읽지말았어야 좋았을 걸.

 

난 누구에게 실망하기가 싫다, 내 즐거움이 그만큼 줄어 버리니까....

교수님들 책이 그래도 좋았다. 이희수교수, 진중권교수, 조홍식교수...

그러고 보면 난 소설파가 아니고 기행, 인문, 사회, 자연, 미학, 문화에세이 쪽의

책을 좋아함이 확연하다.

 

오늘 아침엔

창밖을 보니, 또 비...맨날 비야.

컴을 열고 오랜만에 이동진님의 블로그를 열었다.

그동안 안 읽었던 많은 포스트를 한꺼번에 좌악~ 읽는데....

의암호의 1박2일 정초 여행얘기와 사진을 보며

갑자기 내 나라가 그리워졌다.

 

내나라말로 마음대로 말하고,

내나라 맛으로 맘껏먹고,

내나라 산천을 내가 운전하며 마음대로 달릴 수 있는 내 땅이 그리워졌다.

갑자기, 말그대로 갑자기!!

 

이렇게 그리운 마음은 어느 구석에 숨어 있다가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찾아 오는 그리움도 있구나.

익숙함이주는 편리하고 편안함은 말이 통하지않는 타국에 있는 나에겐

매우 절실한 것이다.

내가 느끼지 않고 지나는 동안에도 내 의식의 밑바닥에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다가, 오늘아침 갑자기 솟아 올랐나 보다.

의암호 주변 눈쌓인 풍경이며, 춘천닭갈비를 먹는 이야기를 올린 이동진님 블로그를 보며

한국이 가고 싶어졌다.

 

잠시 머무는 내가 이러할진데

몇년이고 몇 십년이고 타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그들은 언어의 불편함이 없어서 내 입장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오두막 내 집에 가서

창고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 길건너 호수를 한바퀴 휘~돌고 싶기도 하고

강아지들이랑 과수원을 내달려 보고 싶기도 하고

차를 몰고 3번국도를 달려 친구찾아 분당으로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태재고개 머슴촌 해장국도 먹고 싶어진다.

 

오늘

이동진님은, 나를

조국이 그리운 망명자로 만들어 놓았다. ㅋㅋㅋ

 

그러나.......그러나.....

내 나라에 가면, 또다시 딸들 곁이 그리워 눈물지을 게 뻔하다.

에궁~~ 내 팔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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