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오늘이 13일의 금요일이네요.^*^
내겐 별다른 징크스나 뭐 그런것 없지만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우리 큰따님 결혼을 앞두고 양가댁의 부모님들 상견례날이
금요일이었습니다.
파리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양가의 부모형제가 모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큰딸이 나에게 살짝 귀뜸을 하는거에요.
"우리 시아버지될 분이 말씀하시길 금요일이니 모이는 가족수를 13이란 숫자는 피하라고 하시네."
어머나~ 어쩐대.
딱 13명인데...ㅋㅋ
그래서 아직은 어린 우리 은비가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네살박이었던 은비는 자기가 그 중요한 자리에서 제외되었었다는 운명이었음을
아직도 모르고 있지요. ㅋㅋ
서양사람들은 13과 금요일이 겹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나봐요.
스토리를 바꿔서...흐흐 ^^
13일의 금요일을 터부시하는 시아버지를 만난 내큰따님이
얼마후에 그곳에서 맞이할 이 엄마의 생일선물로
머스 커닝햄의 공연 티켓을 어렵게 예매해 두었답니다.
12월 3일 저녁.
나는 행복한 모습으로 딸과 사위와 멋진 극장에서 머스커닝햄의 현대무용을 보고 있을거에요.
몇년전 로얄팰리스 안마당에서 만났던 머스커닝햄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무용단과 그의 안무를 볼 수 있음에 벌써부터 즐거운 맘 가득합니다.
13일의 금요일 밤이 포근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도 그쳤습니다.
남들이 싫어하는 魔의 날도, 나에겐 아름다운 기억으로 수놓여져 있습니다.
1973년의 머스 커닝햄
Merce Cunningham
1919-2009 90세로 타계
미국사람. 무용수이자 안무가
음악적구조나 스토리구조를 따르기보다는 음악이 배제된 상태에서
춤만을 위한 춤을 추는 현대무용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우던 전위예술적
현대무용가. Martha Graham 제자.
2009년 7월 사망. 작고하기 3개월전 모습.
2007년초, 겨울 어느날 모습. 내가 본 모습도 딱 이랬다.
그의 무용을 보고...
그의 춤은 인체의 모든 근육을 최대한 움직이게하며,
현악기의 줄처럼 팽팽히 당겨진 근육의 긴장감이 모든 동작들에서 묻어난다.
절제된 움직임 속에 곧 튕겨져 나갈 것만같은 팽팽하지만 유연한 동작들...
마치 아크로바틱을 보는 듯하면서도,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구조를 가진 사람도 있다니..하는
감탄에 빠진다.
헐렁한 의상일때는 슈즈를 착용하지만, 타이즈를 입은 무용수들은 모두 맨발로 춤을 춘다.
자유롭고 시원함을 느끼는 매우 매력적인 안무들이다.
Beach birds for camera는 압권이다.
정지상태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바다위를 나는 새들로 착각하게 만들어준다.
2003년 쯤인가? 백발의 할아버지로 무대 옆에 앉아있던 그를 보았던 때가....
파리 로열팰리스 앞에서 몇시간째 긴긴 줄을 서서 티켓을 구입해,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었지.
이제...그도 갔다.
2009년엔 각계의 거장들이 많이 사라진 해이다.
거장은 갔지만, 작품은 남아, 나는 또다시 그의 무용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행복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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