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짧은 대화

eunbee~ 2010. 1. 17. 06:41

#

"엄마, 개들은 어쩜 그리 어리석고, 주인에게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칠까?"

 

"그 것이 개의 특성이자 미덕 아니겠수?"

 

"그래도 개들은 참 바본가봐.

어떤 사람이 개를 키웠대, 기르는 개가 클만큼 컸구나 싶을 때

개를 잡아 먹으려고 목에 줄을 감고 도살을 하려다가 줄이 풀렸대.

그러자 주인이 다시 묶으려고 개를 부르니까, 그 개가 다시 주인곁으로 가더래.

개들은 바보인가? 왜 그리 주인에게 충성을 할까?"

 

"충성이 아니라 주인을 믿고 사랑하는 거지. 그 주인이 인간이 아니지"

 

"그게 바로 인간들이야."

 

"인간이 아니라 야차지."

 

"야차가 뭐야?"

 

"악마, 악독한 귀신...뭐 그런 거.

사랑과 신의를 배반하는 것이 인간의 탈을 쓴 악마지, 자기가 기른 개를 잡아 먹어?"

 

"그 사람은 그 개를 기른 목적이 잡아 먹으려고 길렀다니께~"

 

"...........??" 

 

참 슬펐다.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를 나눈 모녀.

엄마는 하루종일 슬펐다.

 

#

"엄마, 연변출신 중국 아줌마를 '개고기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하면, 그 아줌마가 여기로 오기전에 중국에서 개고기집을 했대.

그런데 그 아줌마가 그러는데, 자기들이 개고기를 삶을 때 아편줄기를 넣고 삶는대.

그러면 그 개고기가 그렇게나 맛있다네."

"??.....!!!"

 

#

우리 고양이 까비가 나랑 숨바꼭질하다가 머리를 탁자에 부딪쳤다.

고양이가 앉아서 자기 발이며 배며 얼굴이며...침을 발라가며 자꾸만 핥아댄다.

 

"엄마, 까비가 왜 저렇게 핥고 앉았는지 알아?"

 

"그 것이 고양이의 특성이자 자기들이 맨날 하는 소일꺼리잖아."

 

"지금 자기 머리를 탁자에 부딪쳐서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그 것을 잊기위해서

저렇게 다른데 신경쓰며 잊으려고 애를 쓰는 거야."

 

"고양이가?"

 

"그럼, 고양이들은 자존심이 엄청 세다네. 어디를 뛰어오르다가 실패를 하던가

미끄러져 떨어진다던가 하면, 자존심을 다쳐서 그것을 잊기위해

핥고 문지르고 딴짓을 한대, 자존심 상한 일을 잊을 때까지."

 

"그래서 먹을 것을 줘도, 배 안고픈 척하고 있다가 슬며시 우아를 떨면서 먹는구나."

 

은비네 집에서 생활한지 한달 반이 지난 요즈음,

까비는 자기가 개인지 고양이인지 구별이 안되나보다.

나를 얼마나 졸졸졸 따라 다니는지....

마치 강아지 같다.

까비가 졸졸졸 따라다니면 나는 오두막에 두고 온 가을이랑 강아지 가족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그래서 몰래 울기도 한다.

정이란 참 슬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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