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Parc de Sceaux 의 봄그림자

eunbee~ 2010. 2. 6. 05:56

 2010년 2월 5일

 

오늘

하늘은 맑고, 바람은 간지러웠지요.

 

 오후 4시에

Parc de Sceaux 엘 나갔어요.

걷는 사람, 뛰는 사람, 강아지랑 걷는사람, 눈먼사람과 손잡고 걷는 사람.

흰고니에게 잔디를 뜯어 던져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곁에 서서 빨간베레모에, 그 모자보다 더 고운 웃음을 발그레 웃고 있는 할머니.

안토니에 사는 예쁜 할머니는 모두 나온 것같아요. 할머니 천지예요.

그런데 할머니옆에는 꼭 할아버지가 있어요.

 

 혼자 걷는 사람은 나 혼자 뿐.

 남자들은 혼자 나온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땀흘리며 조깅하는 젊은 이들, 중년 아저씨들....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혼자 나오는 사람은 볼 수가 없어요.

 이상하죠?

 

 

 

 쏘공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류나무들...

 까날가에 나란히 서 있고

 푸른 잔디위에 나란히 서 있는 이 나무들이 나는 참 좋아요.

 그리움처럼 서 있잖아요?

 

 미류나무는 물그림자도 멋지답니다.

 

 

 이 운하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내 걸음으로 한시간인걸 보면

 3 - 4km는 족히 되나봐요.

 내가 한창 잘 걸었을 때는 4km를 40분동안에 걸었는데, 지금은 우아하게 안단테로 걷거든요.ㅎㅎ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어요.

1월말까지도 이 공원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면 공원내에 있는 사람들을 나가게 하느라

경적을 울리는 순찰차와 호루라기를 부는 모터사이클들이 우르릉거렸는데

2월부터는 한시간 늦춰졌나봐요. 공원 출입문에 아침 8시에 문열고 저녁 6시에 닫는다고 바뀌었더라구요.

공원이 너무너무 넓어서 사람들을 확인하려면 애 좀 먹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워낙 사람이 없으니.....그리고 모두 시간들을 잘 지킬테고. ㅋㅋ

 

아침 일기예보에는 파리 최고 기온이 8도라 했는데,

털스웨터에 조끼하나 걸치고 나왔어도 훈훈합니다.

모두들 봄 내음을 맡았나봐요.

운하에도 하늘에도 나무가지에도 봄그림자가 이미 당도해 있더라구요.

 

오늘

은비네 아파트 정원에는 하루종일 웽웽대는 기계소리...

아파트를 빙둘러서 있는 쥐똥나무 울타리를 반듯하게 다듬고

여기저기 푸르게 서 있는 둥근 측백나무들은 동그랗게 머리를 깎이고

그 많고 많은 장미나무들을 손질하고,

앞정원 뒷정원 말끔하게 단장을 했습니다.

잔디위에도 청소를 해서 더욱 푸르고, 깔끔해진 잔디밭은 햇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네요.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향기가 자꾸만 솔솔 피어올라

한참을 서서 가만히 심호흡을 했더니, 오늘 정원사들이 나무 손질을 해서

아파트주변의 모든 나무들에게서 피어오르는 향기였어요.

정원사의 손길이 잠자는 나무들을 깨웠네요. 몸떨며 일어난 나무들이 향기를 내 뿜고 있습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오기는 오나봐요.

오늘은 영낙없는 봄날이었어요.

Parc de Sceaux 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봄빛이 피어오르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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