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의 셩젤리제가 얼마나 떠들썩할까
파리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얼마나 휘황찬란할까
궁금해서 나갔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거리엔 사람들도 적고
쉽게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인이나 아랍인.
파리시민은 모두 가족과 함께 노엘파티에 돌입했나봅니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아 거리는 오히려 어두웠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리볼리 거리를 택해서 걸었습니다.
루브르궁 뒷길은 항상 어둠침침하지만, 리볼리거리의 밝음이 적어지니
더욱 침침하고 한적했습니다.
콩코드광장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불빛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리듬에 맞춰, 뚝뚝~ 주루룩~ 떨어지고있습니다.
불빛장식을 다이아몬드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만들어 놓았거든요.
한무리의 사람들이 왁자하니 즐겁습니다.
낯선 언어로 보나, 모습들로 보나, 크리스마스이브와 별 상관없는 아랍인들이군요.
셩젤리제 거리는 그 명성만큼, 아니 그 명성보다 더 환하고 아름답고 휘황하고 즐거웠습니다.
노엘시장엔 온 세상의 모든 인종들이 모두 모여든 듯, 확자하니 기쁨이 넘쳐나더군요.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빗물을 튀기며 달리는 차들의 불빛들도 길게 꼬리를 그으며
비에 젖은 셩젤리제를 신나게 달리고 있더라구요.
모두 흥겹고 즐겁게 보이는 노엘이브였습니다.
알렉산더3세교에서 에펠탑을 바라보았습니다.
에펠탑은 허리까지 안개구름에 잠겨, 완전한 온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 생각했지요.
에펠탑이 하느님과 협상중이라고...ㅋㅋ
파리시민과 프랑스 국민 모두에게 어떤 선물을 줄거냐구.ㅎㅎ
협상이 만만찮은가 봅니다.
에펠탑은 더욱 만족스런 협상을 위해 온몸으로 애교를 떠느라, 정시에서 10분동안 이어지는 샤인스타로
마구마구 반짝이며 몸을 흔들어 대고 있더라구요.
협상은 쉽지않나 봅니다. 수십분 후에 보니, 아예 하늘로 올라가 버렸더라구요. 에펠탑이...
아마도 구름타고 올라가서 단판을 지으려나 봅니다. 하하하하~
에펠탑이 하느님과 단판을 짓는 동안
나는 파리노트르담 성당에서
장엄하고 아름다운 저녁 미사를 보았습니다.
7시45분에 노트르담의 종각에 걸린 많은 종들이 뎅그렁~뎅그렁~
미사시간을 알리고..., 여덟시에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성당안은 발디딜틈도 없이 빼곡히 사람들로 찼습니다.
미사는 단순한 미사가 아니라, 아름답고 장엄하고 멋진 공연 같았습니다.
내 필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분위기, 성스런 분위기
사제들의 제복들이 가져오는 아름다운 하모니, 그 옷을 입고 부르는 성가의 성스런 하모니
예술적으로 꾸며진 제단의 우아함~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옷, 말씨, 목소리, 미소, 단정하게 생긴 얼굴에서 풍기는 품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방인에겐
그 모든 소리들이 그저 음악으로 들려 올 따름입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울 수 있었을 거예요.
불어가 주는 부드러운 느낌, 신부님의 노래하듯 말하는 음성과 아름답고 품위있는 제스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을 보는듯 했습니다.
가끔 나도 함께 할 수 있는 기도문,
나도 함께 할 수 있는 성호긋는 동작들.... 그래서 더욱 성스런 분위기에 잠겼습니다.
조그만 초를 하나 들었습니다.
초에 불을 당겼습니다.
불밝힌 조그만 하얀초를 맨 꼭대기 촛대위에 올려 놓고 두손을 모았습니다.
가족을...친지를...모든 사람들을...세상을...떠 올리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여기에 와 있는 나에게 고맙다는 사랑의 말을 보냈습니다.
밖엔 아직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할까봐, 많은 인원이 동원된 경찰들은 성당부근에서 사람들을 주시하고
성당앞엔 긴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는 철제펜스가 둘러져 있습니다.
미사에 오는 신자들도 모두 한 곳으로만 통행을 하도록 길을 막고 있습니다.
평화가 이 땅에 임하는 노엘저녁에도 서로를 경계해야하는 상황이 참 서글픕니다.
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이, 포근하고 멋스럽고 낭만에 젖었습니다.
가로등에 비치는 빗줄기들은 축복처럼 소슬소슬 내립니다.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비오는 크리스마스이브도 많이많이 아주 마아아아아니 낭만스럽고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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