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기차소리

eunbee~ 2009. 9. 25. 19:29

초이레 달이 예쁘기에 오두막 언덕에 서서 하늘을 봅니다.

뽀얀 저녁 어스름이 분주했던 하루를 덮습니다.

아랫마을 불빛들이 정겹습니다.

모두들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도란도란 사랑 나누고 있겠지요.

 

멀리서 기차 달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레일위를 터거덕 터거덕 달리는 기차소리가

먼먼 옛일을 추억하게 해줍니다.

어린 시절, 조용한 밤에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노라면

멀리서 들려오던 소리.

기차소리...

기적소리...

지금은 아무리 기다려도 울려주지 않는 기적소리.

옛날이 그립듯이 그 소리도 그립습니다.

 

기찻길 옆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가면

기차가 오는 소리에 밖으로 나아가서 객차에 켜진 불빛을 보며

몇량이나 매달고 가는지 열심히 셉니다.

친구가 세고 있는 동안, 나는 차창에 비치는 승객들의 그림자를 보며

저 사람들은 지금 어디로 무엇을 하러 하는 것일까...를 궁금해 하면서

나도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 전, 양수리 강마을에 살 적엔

기차소리가 자주 들렸습니다.

강건너 길게 꿈틀거리며 가고 있는 기차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산그늘 아래로 느리게 달리는 기차 또한 몽환적인 감상을 자아냅니다.

 

초승달을 맞으러 나왔다가

기차소리에 정신을 놓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아스라한 추억을 실어 오는 기차소리.

이 저녁에도 기차는 먼 날들의 이야기를 싣고 왔습니다. 

 

  지난해 8월 어느날, 거실 창문에 기대서서 찍은 강풍경.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살았었다우.*^&^*

  하루에도 수없이 기차는 산그늘 아래로 달리고....       

 

 

강건너

산 그늘 아래

기차가 지나가면

창문에 기대서서 기차의 꼬리가 안보일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들은 어디로 가고

그들은 어디서 오는지...

인생은 그렇게 쉬임없이 오고 가는 것이라며... 기차를 보냈습니다.

 

오두막의 기차는

그냥 소리만 남겨 주고 가네요.

???? !!!!

남겨 둔 소리도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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