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사랑이 그립다면 강아지를 키워보세요

eunbee~ 2009. 9. 8. 09:39

아침 라디오에서 이문세님은 이렇게 오프닝맨트를 하더군요.

"사랑이 그립다면 강아지를 키워 보세요."

그래요.

강아지만큼 사랑을 듬뿍 주는 상대도 없을거예요.

나는 사랑이 그리워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오두막에 와서 이네들과 만난 것을 행운이며 축복이라 여기며 지낸답니다.

 

多情이 病이 되어, 일을 그르칠 때가 많은 나는

헤어질 때의 슬픔이 두려워 강아지를 못 키우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강아지를 두고 긴 여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만요.

그런데,

오두막엔 내가 오기 전부터 이미 터줏대감처럼 살고 있는 '가을'이가 있었지요.

이름도 알 수 없는 가여운 집잃은 개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과수원지기 동생이 그들을 지금의 내 사랑 못지않는 사랑으로 돌봐 주었지요.

지난 해 늦가을 내가 이곳으로 와서, '가을'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 주었습니다.

 

가을이네 가족이 넷으로 불어났습니다.

가을이가 딸을 낳고, 그 딸이 아들을 낳고, 가을이는 다시 어린 딸을 낳고....

올 가을에는 가을이가 또 애기강아지를 낳을 거예요.

 

이 오두막은 강아지 천국이랍니다.

네마리의 강아지들은 온 과수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얼마나 신나고 힘차게 사는지...

검은 강아지 뉘 Nuit는 뛰는 모습이 노루 같아요. 아니 캥거루 같기도 해요.

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네마리 강아지들은 좋아서 캥거루 뜀뛰기 자세로

온 과수원을 한바퀴 휘돌고 오지요. 너무너무 좋다는 표현을 그렇게 해요.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얼마나 행복해 진다구요. ^________^  입이 이렇게 귀에 걸려요. *^&^*

해가 지고 돌아오면, 강아지들이 대문밖에 나와 앉아서 나를 기다립니다.

가슴이 찡~해 오며 콧잔등이 시큰하지요.

누군가가 문밖에 나와서 자기를 기다려 준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멀리서 車소리가 나면, 용캐도 내車인줄 알고 달려 옵니다.

 

외출을 하면 서운한 모습으로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고 있구요.

영영 이별을 할 것처럼...

금방 돌아 올건데도 말예요.

나도 자꾸만 뒤돌아 보며, 강아지들의 모습을 눈에 담아요.

우린 서로가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 보며.....그렇게 해요.

 

"사랑이 그립다면 강아지를 키워 보세요."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하기로 했다면 죽음이 올 때까지 책임을 지셔야 해요.

나를 위해서 함께 하려하지말고, 나와 강아지가 함께 행복해 지려고 '함께 함'을 택하셔야 해요.

사랑엔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

 

내가 택하지는 않았지만, 그네들이 있음에 외롭지않고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선물 받는

오두막의 강아지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11년 째, 아들 내외랑 함께 살고 있는 우리 '겨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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