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숲에서 가장 키 큰 나무는 밤나무예요.
요즈음 그 커다란 밤나무는 시도때도 없이 밤을 떨어뜨린답니다.
툭~ 툭~
잊을만 하면 들리는 소리
가을이 대지를 노크하는 소리입니다.
환희로움에 들뜨던 모든 것들을 잠재워
깊숙히 간직할 때가 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소리는 정겹기도 하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합니다.
어느새 시간들이 이 오두막을 스치고 지나가 버려
가을은 토담집 추녀밑까지 당도했습니다.
저렇게 밤송이랑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오는 건
세월에 밀려 늙어가는 사람들에겐 가슴 무너져 내리는 소릴테지요.
밤을 줍습니다.
一分에 한 됫박 씩은 너끈합니다.
시름을 줍는 건지 세월을 줍는 건지...
아픈 허리 두드리며 밤을 줍습니다.
'누구에게 줄까?'
밤을 주워 그 누구에게 주면 가장 좋아할까..를 궁리하며
아침에도 밤을 줍고
저녁에도 밤을 줍습니다.
툭~ 툭~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세월도 그렇게 잘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떨어진 알밤을 줍듯이
잘려 나간 세월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追伸]
밤송이랑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를 난생처음 들어보는
어제 오늘.
왠지 맘이 어수선해지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벌써부터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이 가을을 맞이 하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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