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가을이 노크해요.

eunbee~ 2009. 8. 29. 19:06

오두막 숲에서 가장 키 큰 나무는 밤나무예요.

요즈음 그 커다란 밤나무는 시도때도 없이 밤을 떨어뜨린답니다.

툭~ 툭~

잊을만 하면 들리는 소리

가을이 대지를 노크하는 소리입니다.

환희로움에 들뜨던 모든 것들을 잠재워

깊숙히 간직할 때가 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소리는 정겹기도 하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합니다.

어느새 시간들이 이 오두막을 스치고 지나가 버려

가을은 토담집 추녀밑까지 당도했습니다.

저렇게 밤송이랑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오는 건

세월에 밀려 늙어가는 사람들에겐 가슴 무너져 내리는 소릴테지요.

 

밤을 줍습니다.

一分에 한 됫박 씩은 너끈합니다.

시름을 줍는 건지 세월을 줍는 건지...

아픈 허리 두드리며 밤을 줍습니다.

'누구에게 줄까?'

밤을 주워 그 누구에게 주면 가장 좋아할까..를 궁리하며

아침에도 밤을 줍고

저녁에도 밤을 줍습니다.

 

툭~ 툭~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세월도 그렇게 잘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떨어진 알밤을 줍듯이

잘려 나간 세월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追伸]

밤송이랑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를 난생처음 들어보는

어제 오늘.

왠지 맘이 어수선해지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벌써부터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이 가을을 맞이 하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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