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들떠보기

악법도 법이더라

eunbee~ 2009. 8. 1. 10:16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해 둔 내 차를 누군가가 파손을 해 놓고 도주했다.

목격자는 급한 마음에 차량번호 뒷자리 네자리만 외워서 백화점 주차요원에게 신고를 하고

車主인 내게도 두 번씩이나 전화를 해 주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서에서는 목격자의 제보사항과

백화점 CCTV화면에 나타난 상황들을 토대로 뺑소니 가해자를 찾아 내었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쓰고 있는데

어떤 점잖게 생긴 중년부부와 어린 아들이 경찰서에 들어서며 하는 말

"교통사고 신고 하러 왔는데, 여기가 맞나요?"

내용인즉 그 분도 나와 똑같은 경우의 일을 당하고, 그 분 역시 제보자들이 차량 번호를 적어 놓고는

이런 사람들은 잡아서 처벌해야 된다면서, 경미한 경우기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려는 자신에게

사회 정의를 위해서 이런 사람은 그냥 두면 안된다고 해서 경찰서에 왔다고 했다.

 

내 경우는 파손정도가 아주 심해서, 차량을 수리하고 나서 수리비를 보니

백만원을 넘는 경비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차량은

파손정도가 얼마가 되든, 가해자가 그냥 도망을 가서 잡히지 않으면 다행이고

잡히면 파손된 것을 고쳐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란다.

뭐 그런 법이 있는지...

명확한 뺑소니인데.

 

그간 시민의식 함양으로 , 이제는 자기 일이 아니라해도, 정의롭게 돕는다든지

목숨을 걸고 위험에 뛰어드는 사람들, 도주차량 번호를 메모해서 피해자에게 연락해서 넘겨주는

일들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것은 바람직한 사회로 가는 일면이 보여진다는 증거다.

반면, 법은 얼마나 엉성한지.

명백한 뺑소니임에도, 재물손궤죄만 해당되는 나의 경우처럼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법이라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커다란 걸림돌이며, 나아가 범죄를 조장하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는 분명한 뺑소니라고 믿던 많은 주위사람들은 매우 흥분을 했다.

뭐 이런법이 있느냐고...

경찰서에서도 그런 말을 했더니, 법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다.

악법도 법이고 엉성한 법도 법은 법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런 법을 악용하는 많은 부도덕한 사람이 계속 생겨날 것이며, 이런 법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암담하다.

 

사고 목격자분은 바쁜 중에도 자기일을 뒤로 미루고, 5층에서 2층으로 뛰어다니며 사고신고 해 주시고,

피해차량에 적혀있는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하는 등 사건 해결을 쉽고 명쾌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분의 정의롭고 친절하신 마음에 거듭 감사를 드린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사람은 곧 그러한 정의로움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기며,

모두가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회분위기가 무르익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엉성한 교통법은 재정비되어, 범죄를 조장할 수 있는 소지를 없애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일을 막고

불량한 비도덕심을 가진 사람은 엄벌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이 실행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곧 범죄의 예방차원에서도 좋은 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래 포스트는 그날 내가 겪었던 사고를 딸들에게 메일로 보낸 내용이다.

조금은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정의로운 시민이 우리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다시한번 고마운 분께 감사의 마음을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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