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들떠보기

사고 보고

eunbee~ 2009. 8. 1. 09:51

어제는 분당에 가서 아파트 전세건을 해결하고

##프라자에서 은비가 좋아하는 생선초밥을 먹었단다.
초밥 한 개에 무려 8천원 짜리도 있더라. 세상에나....
디저트로 민지엄마가 은비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줘서 먹고 있는데,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프라자주차장에 세워둔 내차를 옆차가 앞부분을 박살을 내고 달아났다는 목격자의 전화였지.
어머나~
 
그 목격자 아줌마는 완전 흥분해서.
"내가 물건만 양손에 잔뜩 안들었으면 그 차를 막는건데...그 [늙은 여자]가 렉서스 벤을 타고
텅텅빈 주차장에서 이 차를 이렇게 많이 박아놓고 그냥 가려고 하기에
'신고하고 가요!' 했더니 '네' 하더니만 그냥 도망을 가기에, 도주차량  넘버 네자리를
입속으로 중얼중얼 쉴새없이 외면서 2층으로 뛰어 내려 가, 프라자직원에게 신고하고
올라와서 차주에게 전화를 거는건데, 도주차량 넘버는 벌써 까먹었네요.
아이구 이젠 나도 늙어서 금방 까먹어요.
2층 주차요원 남자에게 적어놨으니 얼른가서 물어봐요" 숨가쁜 소리로 장황하게 설명해 주어서
'이크 내차가 박살이 났다니 이거 큰일났네'생각하며 쿠당당 뛰는 가슴을 억제하고 주차장으로... 
그런데 다시 두번째 전화. "어디예요. 빨리 와요. 내가 지금 당신차 앞에 서 있으니 빨리 와서 내 얘기 마져
듣고 얼른 사고 처리해요"
하하하 자기가 더 난리..
 
그래서 먹던 아이스크림 손에 챙겨들고,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스크림 계속 퍼 먹으면서 올라가니까
민지엄마가 지금 아이스크림 먹을 때가 아니라며 내 손에있는 아이스크림 빼앗아서
어쨌는지 모르겠네. 지가 먹었나?
 
5층주차장으로 올라갔더니, 내차는 오른쪽 헤드라이트가 완전 초박살!! 시커먼동공을 퀭하니 내 밀고
범퍼도 찌그러지고 옆댕가지도 찌그러지고 본네트도 휘고... 아이구 기막혀~
 
프라자직원은 경찰을 부르고, 나는 보험회사 사건출동담당자를 부르고...
차분한 민지엄마의 도움과 정의로운 목격자의 도움으로 나는 한숨 돌리며,
사건진행을 황당하고 떨리는 가슴으로 관망.
 
보험회사 사건담당팀원이 정말 쿨하게 일처리를 하더군.
그러나 일등공신은 오십대 후반의 제보자 아줌마.
도망간 가해자 차량 뒷자리 네자리 외워서 프라자 직원에게 신고, 나에게 전화, 뭐 난리가 났어.
정의의 사도!!!
 
목격자 아줌마는 서울에서 오신분인데,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가해자의 인상착의까지 말해 주고는
꼭 잡아서 호되게 벌 주라는 당부를 하고 자기 차를 몰고 주차장에서 내려 갔지.
참으로 고마운 분. 남녘 사투리를 정답게 섞어가며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분노하며 설명을 하시는지...
 
출동했던 지구대 경찰관은 뭐 별로 한 일도 없이 가 버리고, 경찰관의 처사가 맘에 안든 보험회사 직원은
나에게 이 나라 경찰관들의 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더니, 그냥 자기만 믿고 넉넉한 시간만 내 주면
최대한 이 사건을 빨리 올바르게 해결하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는 내 눈빠진 차를 몰고 그 보험회사 직원의 에스코트겸 인도를 받으며 경찰서에 갔지.
은비는 민지엄마 차에 동승하고 경찰서에 함께 가 보기로 했구.ㅋㅋ
 
경찰서에 가서 난생처음 진술서를 작성하고, -보험회사 직원이 불러주는 거 받아 적었어, 하하-
경찰은 ##프라자  CCTV에 잡힌 흐리멍덩한 사진과 목격자 제보 내용을 참고해서
인터넷을 몇 번 두드리더니, 아~ 수사망은 좁혀지고, 뺑소니 가해자 찾는 건 시간문제...
이제 됐구나 싶어 나는 성민이에게 전화를 했고. 성민이는 나와 은비를 데리러 서울에서 오고 있고...
그 경찰은 가해자 찾았고...
그 네자리 넘버에 렉서스 검정색, 프라자 부근으로 수사망 좁혀 조회. 세사람이 수사망에 오르고,
00동에는 60년생, XX동엔 40년생, 광주는 먼거리니까 제외.
목격자의 말을 참고하면, [늙은여자]랬다. 그러니 60년생 여자는 아니고, XX동에 사는 40년생 여자.
그 집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관이..."뭐요? 그런일 없다구요?"
수화기 놓고 경찰관이 하는 말. "그 여자도 뻔뻔하고 황당한데, 그 남편도 뻔뻔하고 황당하군.
이런사람들은 그냥 두면 안돼!!!" 
도주자는 경찰관이 cctv까지 확보하고 목격자가 차량 번호까지 말했다니까 출두하겠다고 실토.
그러나 한시간 가량을 기다려도 이 여인은 오지 않더구나. 내 원 참.
서울에서 오는 아들은 도착했는데,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사는 그 [늙은여자]는 오질 않는거야.
내가 이제 사건이 일단락 됐으니 아들이랑 집에 간다니까  경찰이 "여기에 싸인하고 가야해요. 가해자 오면..."
 
에구~ 드디어 그 뻔뻔녀가 온거야. 홀쭉씨에 아주 날렵하게 생긴, 40년생으로는 도저히 보이지않는
아줌씨더라구. 뭐 렉서스 벤을 타니까 지 몸관리 하며 살만한 처지겠지.
나를 보고 하는 첫 말, 손을 싹싹 비비며,  "아이구 죽을 죄를 졌어요"    하하하
"내가 너무 겁이 나서 그냥 그렇게 했어요."   호호호
내가 한 말  "뭐 죽을 죄까지야 아니고....."
엥? 내가 뭔 말 한거야. "죽을 죄는 아니지만, 죽을 행동을 했지요!" 라고 말할걸..
에이구 난 순발력이 없어. 우리 작은따님이라면 참 쌈빡한 제1성을 던졌을텐데 말야.
 
아무튼 사건은 뭐 내 차는 공장행이고, 나에게 보험회사에서-가해자 보험으로 모든것처리-
렌트카를 준다는데, 옵티마를 몰고 충주를 가라네. 오메~ 
다이아몬드 보다 더 귀한 우리 손녀를 태우고 내가 남의 차를 몰고 충주를 가?
더구나 이 밤중에?  난 죽어도 못해. 난 내 아들 차에도 손 못대는 겁쟁이인데....
옆에 있던 민지엄마. "오토에 똑같은 크기 차인데, 뭘 못하세요~^^"
운전경력 21년이지만, 어메--그래도 난 못해. 난 백만불짜리 렌트카를 제공한다해도 싫어요.
내 아들이 나 데리러 왔으니까, 난 아들하고 아들네 집에 갈래요.
 
공장으로 가는 내 차는 이틀 후에 공장에서 나온다 하고
민지엄마는 생글거리며 자기집으로 가고
아들은 와서 차 상태도 보고 보험회사직원과 얘기도 하고, 정비공장 공장장과 얘기도 하고...
오후 6시 20분쯤 발생한 사건이 8시 30분쯤 이렇게 일단락되고 각자 집으로...
 
성민네집으로 오는 도중에 나는 그 목격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지.
상황이 진척되는 과정에 한번 상황보고를 했고.  왜냐하면 그 분은 나보다 더 열내고 했으니
엄청 궁금해 할 것 같아서... ㅋㅋ
그 정의로운 부인은 두 번째 전화를 받더니, "그 늙은 여자 나왔어요? 왜 한번 호되게 해 주지.
뺑소니로 잡아 쳐 넣고..."   아주 열 나셨어. 그 열이 아직도 안 가라앉았나벼. 하하하하
 
그런데 우리나라 법이 정말 엿같아서, 사람이 안타고 있는 차량은 다 뿌깨놓고 가도
안잡히면 다행이고 잡히면 그냥 변상만 해주면 된다네요. 이런~
그러니 그 엄청난 도덕심도 법이 워낙 악법이라 뺑소니로 못 넣는거야. 내 참~
 
그 말 들은 목격자는 분해서, "말이라도 아주 호되게 면박을 주지요 왜?"
하하하 정말 그 아줌마 화가 엄청 났나봐. 그 황당한 상황을 직접 목격 했으니...
더구나 자기가 그렇게 신고하라고 일러 주었는데도 도망을 가 버렸으니...
 
아휴~ 이렇게 어제 저녁에 벌어진 사건을 보고 합니다.
내일 차 찾아서 충주 갈겁니다.
 
***위 글은 사고를 당하고 나서, 내가 우리 따님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랍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공장에서 나온 내 차를 인수해서, 아들이 돈 더 들여서 선팅까지 한

산듯해진 차를 몰고, 은비랑 집으로 왔다우. 분당으로 떠나던 날, 날씨가 하도 좋아서 참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차를 몰았는데...밤새 안녕 이란 인사는 정말 멋지고 의미깊은 인삿말이라고 감격합니다. 하하하핫

 

 

 

요렇게 구름이 아름다운 날, 집을 떠났건만....

황당한 일을 당하고 돌아오는 길은 사뭇 찝찝한 맘. 엉성한 교통법은 범죄를 조장한다는 생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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