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들떠보기

'내 새끼 어떡해'

eunbee~ 2010. 4. 29. 19:00

 

대한민국에서

언제 내 새끼가 나만의 새끼였던가

나라에서 부르면, 국민의 의무라는 오랏줄에 묶여서 나가는 자식을

그저 바라보고 가슴저미며 지내야하는 소시민의 어미들...

 

병역의무를 기피한 국민은

그러한 맥락에서 중벌을 내려야 마땅하다.

그 나이가 70이건 30이건....

 

뒷거래를 할 수 없는 무력한 국민의 아들들이,

정당하고 정의롭게 살고자 애쓰는 국민들의 아들들이,

저토록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입대하여

저처럼 시신으로 돌아오다니....

 

우리에게 언제 내 새끼가 나만의 새끼였던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 보아라

장병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은 저절로 되고

군인만 봐도 다 내아들 같고

군대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고에 가슴을 치게 된다.

 

'내 새끼 어떡해'

울부짖는 엄마의 가슴은 이미 저승행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날이 살아있는 날이 될까, 죽는 것이 더 나을 날들일 것을...

 

 

위의 글은 열흘 전쯤 적어놓은 글이다.

여행을 가서도 짙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나는 천안함의 해군들을 생각했다.

 

바다~

바다를 보기만해도 장병들이 생각났다.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너무 기가막히고 억울해서

울부짖는 저 엄마와 함께 통곡하는 마음으로 적었었다.

 

그로부터 시간은 또 지나, 바다밑으로 가라앉았다던 군함은 인양되고

마흔명의 젊음들은 시신으로, 여섯 장병들은 산화로....

그렇게 우리앞에 돌아왔다.

영결식을 하루앞둔 어제 인터넷 뉴스에선

'아가~ 얼굴 한번 만져보자.'라며 울부짖는 엄마의 넋나간 절규가

나를 다시한번 통곡하게 하였다.

 

102년만의 봄추위도,

안나푸르나의 강풍처럼 몰아쳤다는 칼바람도,

자주 봄날을 적시웠다는 굵은 빗방울들도,

엄마의 목숨같은 아들들의 억울한 죽음이 애통해서 찾아왔나 보다.

 

 

오늘.

해군장병들의 영결식이 있는 날.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섰다.

타국땅 파리하늘아래 지천으로 피어난 희고 작은 꽃을 따다가

엄마의 목숨같은 아들들이 떠나갈 하늘길에 뿌려주고 싶어

아파트 공원 잔디에 앉아 꽃을 땄다.

마흔여섯 송이의 희고 작은 꽃. 그리고 노란민들레 한 송이...

힘든 겨울을 견디고 응달인지 양지인지 가리지않고 피어난 작은 꽃.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줄기찬 꽃.

그처럼 아들들도 다시 좋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내가 늘 산책을 나가는 쏘공원의 운하에 꽃을 뿌렸다.

천안함에서 갑작스럽게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던 장병들에게 드리는 헌화이며

그들의 어머니가슴에 바치는 꽃이다.

 

 

잘가요~ 아들들.

좋은 세상을 만들어 두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스러워요.

부디 잘가요~아들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대!! 우리들의 아들들을 가슴에 심어둡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답니다.

 

잘가요~아들들.

다시 태어날 때에는 억울한 죽음이 없는 땅에 태어나

못 다 피운 청춘과 못 다 살아본 이세상을

가슴펴고 활개치며 살아보아요.

 

잘가요~~아들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대!! 우리모두의 아들들을 가슴에 묻어둡니다.

가슴에 심어둡니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잘 가요.

 

 

더보기

이곳 시각으로 오전 열시에 꽃을 드렸습니다.

이 작은꽃은 봄이 채 오기전부터 잔디위에 피어나기 시작하여

푸른잔디위에 뿌려진 팝콘같아서, 동막골의 팝콘이 피어오르던 아름다운 영상을 그리며

늘 바라보던 작고 예쁜꽃입니다.

지천으로 피어난 이꽃은 민들레꽃 크기의 사분의 일 정도로

해가 지면 오무라들어서 옥수수 낟알만한 흰봉오리로 밤을 샙니다.

잔디커터로 잔디를 자를 때엔 함께 잘려나갔다가도 어느새 또 피어나 잔디위에 팝콘으로 피어나지요.

이꽃은 정겹고 예쁘답니다.

장병들의 하늘길에 뿌려드려도 아름답게 어울릴 꽃이에요.

 

지금은 서울에서 장병들의 영결식이 이미 끝난 오후 일곱시를 향해 가고 있는 시각이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네요. 영결식에 가서 헌화를 할 수도 없는 거리이고....

 

공원운하에서 헌화를 하고 이제 막 돌아와 포스팅을 합니다.

장병들의 영면을 기도드리며.....

 

사고가 일어나고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를 읽으며

가슴 아파했던 일들이, 이렇게 허망스럽게 영결식으로 끝나는

슬프고 비참한 현실을 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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